“한국에서 사업 제대로 하려면 접대문화부터 익혀라.”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사업지침서에 등장하는 말이다. 우리 사회의 접대문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접대 관행은 그 뿌리가 깊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넨셜 타임즈에서는 우리 경제계의 접대문화에 찌든 그릇된 사업관행을 빚대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난 IMF 경제위기의 주범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정상적인 경쟁 보다 모든 것을 접대로 해결하려는 기업관행 탓에 생산성 향상은커녕 과잉비용으로 경영부담만 키웠다는 것이다. 그런 접대문화가 낳은 유행어가 있다. 정식 직제표 상에는 없는 직책인 이른바 ‘술상무’가 그 것이다. 술상무는 말그대로 기업 활동 중 발생하게 되는 접대자리에서 회사를 대표해서 술을 도맡아 마시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대개 기업의 술상무는 친화력과 주량이 탁월한 사람이 맡게 되는데, 때에 따라서는 그런 개인적 능력과 상관없이 업무 특성상 마지못해 술상무가 되는 경우도 있다. 기업으로 치면 홍보실이고 관공서의 경우 공보관실 등이 대표적인 술상무 부서라 할 수 있다. 최근 법원이 ‘
추석연휴를 강타한 태풍‘매미’는 한반도 남해안과 영남, 영동지역을 처참하게 할퀴고 지나갔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사망·실종자 수가 1백여명에 달하고 재산상의 손실도 엄청나다는 소식 앞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태풍 ‘매미’로 인해 철도·도로·전기·통신 등 주요 국가 간선망이 끊겨 교통과 통신이 마비되거나 지체되고 열차탈선·산사태까지 발생했다. 남부지방 140여만 가구의 전기공급이 끊긴 것은 물론 유무선 통신장애도 속출해 연락이 두절된 주민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특히 울산공업단지와 여수·대구 성서공단 등에는 정전으로 인해 공장가동이 중단되는 등 대규모 산업피해가 발생하여 국민들의 마음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일조량 부족으로 작황을 걱정하던 농민들이 물에 잠긴 들녘, 흙탕물을 뒤집어 쓴 채소밭, 떨어져 썩어있는 과일들을 바라보는 심정은 과연 어떤가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남해안 일대 어장과 양식장도 태풍의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 적조 피해로 한숨 짓다가 ‘매미’의 직격탄을 맞은 어민의 시름 또한 농민에 못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하늘을 바라보며 신세한탄만 하거나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신속한 복구작
우리나라 선거사상 최초로 지역 선관위가 공모한 ‘투표구선거관리위원’이 투표사무를 전담하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돼 주목을 끌고 있다. 알다시피 지금까지는 지역선관위가 동리 유지로 분류되는 노인과 새마을지도자 등을 선거관리위원으로 위촉해 선거를 처러왔고, 그들의 공적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 다만 몇 년에 한번씩 맡는 선거관리직인데다 전문성과 책임감이 부족해 완벽을 기하지 못한 단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고양시 덕양구선거관리위원회가 관내 19개동, 86개 투표구별로, 6명씩 516명의 투표구선거관리위원을 공모하기로 한 것이다. 무말할 것도 없이 주목을 끄는 대목은 ‘공모’다. 종전의 타천, 자천방식이 자리메꾸기식의 ‘명예직’이었다면 공모방식은 지역선거를 지역주민 주관하에 치루는 ‘책임직’이라고 할 만하다. 달리 말하면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선거 가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제도는 성공 여부를 떠나 착상 자체가 신선하고 개혁적이라고 할 만하다. 덕양구 선관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제도인만큼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전초적이면서, 시험적인 모델로 평가 받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긴 그렇다. 새로
한때 우리 영화계에 신인감독 데뷔가 붐을 이루던 때가 있었다. 먼 얘기도 아니다. 1990년대의 일이다. 당시 영화계에는 대기업 자본이 들어와 있었다. 그즈음 미국영화 ‘쥬라기공원’ 한편이 국내에서 벌어간 돈이 우리나라 한해 자동차수출 총수익보다 많았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던 때였다. 대기업 자본이 영화계를 기웃될만 했던 것이다. 기업자본은 속성상 수익을 좇는다. 작가주의니 예술영화니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투자원금 뽑고 이익 남기면 그만일 뿐. 기업자본은 말안듣는 중견감독보다 때묻지(?) 않은 뉴페이스, 즉 부리기 좋고 말도 잘듣는 신인들을 선호했다. 덕분에 수많은 감독지망생들이 오매불망 기대하던 입봉(감독 데뷔)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문제는 데뷔가 곧 은퇴로 이어진 것. 당시 영화감독이라는 명패를 달게됐던 이들은 지금 뭘하며 살고 있을까. 가능성을 인정받아 중견으로 성장해 가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랜기간 인고의 세월을 보내다 급기야 영화에 대한 꿈을 접어버린 사람도 있다. 필자가 작년에 만났던 후배 역시 입봉한 감독이었지만 지금은 아내와 피자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필자는 그 후배가 영화에 때한 꿈을 완전히 접지는 않았을 것으로
골동품 가게나 ‘진품명품쇼’가 아니더라도 오래된 민화(民畵)나 문인화(文人畵)를 가끔 만날 수 있다. 또 빼어난 시문(詩文)도 접한다. 그런데 이들 서화(書畵) 가운데는 무명씨(無名氏) 것이 더러 있다. 그림으로 말하면 일세를 풍미한 유명 화가 것 못지 않은 것이 많고, 글도 대문장가 못지 않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밝지 않았을까. 미뤄 짐작하건대 첫째는 겸손이고, 둘째는 재야정신 탓이었을 것 같다. 이들에겐 애초부터 매명(賣名)을 위한 미전(美展) 심사나, 등단(登壇)을 노린 신춘문예 공모 따위에 관심이 없었을 정도가 아니라, 그 자체를 무시했을지 모른다. 다음에 소개하는 글은 10여년 전 가까운 친구가 술자리 끝에 “한번 읽어 보게나” 하면서 건내준 것인데 제목은 ‘청춘’이고, 역시 무명씨 글이라고 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강인한 의지, 뛰어난 상상력, 불타는 정열, 겁내지 않는 용맹심, 안이를 뿌리치는 모험심, 이러한 상태를 청춘이라 하는 것이다. 세월을 거듭하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잃을 때 비로소 늙게 된다. 세월이 흐르면 피부에 주름살이
이달초 ‘토끼굴 파동’을 야기했던 국가지원지방국도 23호선 용인시 수지에서 금곡나들목 사이 1.6km 구간의 버스중앙전용차로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성남시는 이달초 국가지원지방국도 23호선에서의 버스중앙전용차로제 실시 이후 극심해진 교통정체를 피해 성남시로 빠지는 차들이 늘면서 성남시의 교통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용인시와 사전 상의도 없이 두 도로간의 연결통로인 토끼굴을 일방적으로 폐쇄해서 주민들의 극렬한 반발에 부딪치는 일일 발생했다. 그런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 후에도 경기도는 용인 주민들의 심한 반발에도 불구 이달 말까지 금곡나들목까지만 시범 실시하기로 한 버스중앙전용차로제를 오히려 판교나들목까지 확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의 그런 방침은 자칫 주민들의 불편을 도외시하고 밀어붙이기식 교통행정을 펼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도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하다. 어차피 승용차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불편을 느껴야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게 될 것이고, 그래야만 교통흐름의 숨통이 트일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주민들의 불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부득이 애초의 계획대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도의 입장에 대해 주민들은 물
국립수목원의 요일별 개방 방식을 놓고 이론이 분분하다. 수목원은 1987년 일반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후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입장객이 몰려 들자 광릉숲 보호차원에서 1997년부터 주말과 공휴일 개방을 중지하고, 사전 예약제를 통해 하루 1만 5천명에게만 평일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평상을 유지하던 이 제도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다름아닌 주5일제다. ‘광릉숲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과 일부 시민들은 생활환경이 달라진데다 여가 선용의 기회가 확대된만큼 수목원의 개방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면서 주말과 공휴일 개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수목원 측 입장은 전혀 다르다. 시민의 편의를 위해 주말개방을 할 경우 교통체증과 대기오염, 소음증가, 하천수질오염, 야생동물의 수면장애, 서식지 기능상실 등 자연환경 및 생태계 보전에 큰 위협이 생길 것이 명약관화 함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또 광릉숲이 학생들의 교육장으로 활용되는 긍정적인 면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수목원은 식물자원을 조사연구하는 기관인만큼 시민의 구미에 맞게 개방할 수 없다는 점도 덧붙이고 있다. 양자의 주장은 크게 차이가 난다. 우선 수목원의 입장부터 살펴보자. 광릉숲을 지금과 같
21세기가 문화의 시대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의 시대를 살기 위해서는 문화의 수용자나 공급자 양 진영에서는 공히 비용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그중 공급자 측면의 비용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20세기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노정됐던 문화인프라의 부재와 결핍이 현재까지 심각한 지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여러 현실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는 그동안 꾸준하게 문화의 시대를 맞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전국 16개 광역시·도 최초로 문화재단을 설립한 것이 그의 시발이다. 도와 재단, 양대 축이 합심해서 이끌어 온 경기도의 문화인프라 구축 사업은 현재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근래 건축설계 국제공모를 실시했던 백남준 미술관 건립, 스페인조각공원 조성, 곳곳에 들어서는 컨셉이 있는 문화마을 조성사업, 그리고 무엇보다 신중을 기해 추진중인 도시개발의 기본 전제로서의 문화도시 구축사업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중인 것은 모두 경기도의 지난한 노력 덕분이다. 그러나 그런 거창하고 거대한 사업 못지않게 적은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문화사업을 추진할 방안이 있다. 바로 경기도 곳곳에 산재한 폐교를 활용한 문화사업의 전개다. 이제 도
서해안의 명소로 손꼽히는 섬에서 배출되는 생활쓰레기를 7년 동안이나 불법으로 소각한 뒤 다시 불법으로 매립해 왔다면 과연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나 엄연한 사실이다. 말썽이 된 소각장은 옹진군 영흥면이 1997년에 건립해 현재 가동중인 쓰레기소각장이다. 이 소각장의 하루 소각 용량은 0.35톤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동네 소각장 규모다. 그런데 실제로 영흥면에서 하루에 배출되는 쓰레기량은 해수욕 철에 20~30만톤, 비수기에도 10만톤 이상이나 된다. 결국 영흥면은 적정 소각량을 초과한 나머지 쓰레기들을 억지로 소각해 온 셈이 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소각한 쓰레기는 종량제 규격봉투에 담아 소각폐기물 전문처리업체에 위탁 처리해야 하는데도 해안 일대에 불법으로 매립해왔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방법으로 해안선 여기저기에 매립한 소각재만도 2천여톤에 달한다니 이는 예사 일이 아니다. 놀라운 일은 또 있다. 지난 7년 동안 상급기관인 옹진군과 인천광역시, 더 나아가서는 행자부와 감사원까지 나서서 감사와 지도점검을 벌인 바 있었는데 단 한번도 주의 또는 경고조치를 받은 일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너그러이 보면 간사나 점검요원의 실수고, 달리 보면 집안…
2002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칼의 노래’에 보면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파병된 명나라 군대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제아무리 소설적 허구를 인정한다해도 그 내용을 보면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다. 조선에 파병된 명군(明軍)은 전쟁은 뒷전이고 오로지 대접받기에만 혈안이 돼있었다. 오죽했으면 명군의 일개 수군(水軍) 지휘관을 임금이 직접 나가서 맞는가 하면, 접대가 시원찮다는 이유로 임금이 보는 앞에서 관리의 목에 끈을 묶어 기어 다니게 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렇듯 명의 파병군은 거만하기 이를데없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도 국외에 파병했던 적이 여러차례 있었다. 전쟁기념관 내 해외파병실에는 통일신라 때부터 베트남전쟁, 국제연합평화유지군 파병에 이르기까지 총 12회의 해외 파병과 관련 그의 의의와 한국군의 활약상과 성과 등이 기록·전시돼 있다. 그중 잊을 수 없는 건 역시 월남전 파병이다. 규모면에서 그렇거니와 국가경제에 끼친 공로면에서도 비교할 대상이 없다. 몇해전 월남참전용사들이 도심 거리에서 시위하며, “오늘날 우리 경제의 주춧돌을 세운 것이 누군데 이토록 홀대할 수 있느냐”며 절규하던 모습이 떠올라 가슴 아프다. 최근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