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재난지원금이 국민 88%·소상공인에게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지급된다. 코로나 사태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어 더욱 힘든 시기다. 중소기업 수출이 최근 8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내며 올 상반기 역대 최고 실적(21.5%)을 거뒀다. 특히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두 자릿수 증가율(13.7%)을 기록했다. 품목도 의약품을 비롯해 반도체 화장품 플라스틱 자동차부품 등 전 분야에 걸쳐, 그리고 국가별로도 미국, 중국을 넘어 독일 러시아 인도 등으로 균형있는 성장세를 보였다. 한류와 관련한 온라인 매출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또 LG전자는 가전 부문에서 상반기 미국 월풀을 크게 제쳤다. 영업이익에서 2017년 이미 세계 1위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는 매출로 명실상부한 정상에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에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주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한국의 기업 환경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무부의 ‘2021 투자환경보고서’는 “한국에서 사업하는 외국 CEO는 각종 법률 리스크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체포·기소 위험도 무릅써야 한다”고 했다. 또 “의원 입법 80%가 견제 없이 국회 문턱을 넘고 대통령 시행령도 이해당사자 의견수렴 없이
경기남부보훈지청장으로 발령을 받은 지난 7월 1일, 취임식과 인수인계 서명을 뒤로하고 오산에서 열린 ‘스미스부대 전몰장병 추도식’에 참석했다. 71년 전 유엔에서 유엔군사령부의 창설과 파견을 결정하기도 전에, 미국 정부가 파병한 미 8군 소속의 병사들로 구성된 스미스 특수임무 부대가 북한군과 첫 전투를 벌인 장소가 오산 죽미령이다. 매미 소리와 함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추도식 당일, 1950년 7월의 날씨도 이 같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조금만 걸어도 숨 막히는 여름철에, 머나먼 나라의 국민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누군가의 부모이고 자녀였을 생각에 숙연해졌다. 미군 전몰장병 추도식은 매년 7월 첫째 주에 진행된다. 2003년과 2013년 각각 국가보훈처 현충시설로 지정·관리하고 있는 기념비, 유엔군 초전기념관, 2019년 준공된 스미스 평화관과 오산 죽미령 평화공원은 ‘전쟁의 시작’에서 ‘평화의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역사·평화 체험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가보훈처에서는 6·25 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지킨 22개국 195만 명 유엔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고,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매년 7월 27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고리타분한 단어 같지만 사람은 ‘의리’가 있어야 한다. 많은 부부들이 성격도 다르고 답이 없는 관계라도 나이테처럼 켜켜이 쌓인 ‘정’과 ‘의리’ 하나로 버티며 위기를 넘긴다. 흔히들 이런 경우 “전우애로 살아간다”고도한다. 여염집의 장삼이사들도 이럴진대 만인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속된 말로 “의리고 나발이고”식으로 처신하는 것을 보면 처참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정치인의 의리는 수십 년 동안 지켜온 자기 신념과 역사에 대한 책임일진대 말이다. 얼마 전 재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조국 전 장관 때문에 선거에 졌다며 검찰개혁을 주도하다 멸문지화의 처지에 몰린 장수에게 책임을 돌렸다. 정작 자신들은 조국사태(?)이후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드높아진 국민들의 개혁 열망을 등에 업고 당선되었는데 말이다. 또 윤석열 씨가 지지율 1위를 달리자 “추미애 전 장관이 윤석열을 키워줬다”며 검찰개혁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사람에게 창을 겨누었다. 가볍기가 새털이요, 얇기가 습자지 한 장이다. 지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지켜보노라면 원팀은 개뿔, 과연 이들이 한 배를 탄 사람들인가 의문이 들 지경이다. 상대의 말꼬리가 삐끗하기라도 하면 ‘망
요사이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과정을 보면, 한 가지 특징적 현상을 떠올릴 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과거 지향성”이다. 미래를 말해야 하는 여당에서 “과거 지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문제인 것은 “과거의 잘못”만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정책이나 정치적 행위 중에도 분명 계승할 것이 많음에도, 잘못만을 들춰내는 과거 지향성을 보이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현 정권 들어서 가장 먼저 역점을 둔 사안은 바로 적폐 청산이다. 적폐 청산이란, 문자 그대로 과거의 폐단을 “청산”한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를 바로잡아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울 수도 있지만, 과거의 잘못된 폐단을 단 몇 년간 청산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독일의 경우도 그래서, 역사에 관한 문제는 “청산”이라는 단어 대신 “극복”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역사 혹은 과거를 일거에 깨끗하게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독일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 정권은 적폐 청산을 내세웠는데, 이 역시 과거 지향성을 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여권의 과거 지향성을 보여주는 사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이 사과를 할 때도 보면, 과거…
생명은 세균이다. 세균이 아닌 생명은 세균인 생명에서 진화했다. 시생대 말기에는 불모지란 불모지는 모두 미생물 매트와 일시적인 더께로 뒤덮였다. 황이나 암모니아가 있는 뜨거운 웅덩이마다 개척자들과 밀려드는 이주자들이 가득 찼다. 세균은 소금 알갱이에 끈끈한 점액을 배출했고, 철분이 많은 연못에서 자철광을 침전시켰다. 극지방 근처의 차갑고 메마른 바위에 들러붙고, 열대의 얕은 바다에서 화산암 조각을 뒤덮어 지구를 푸르게 하면서 광합성 생물은 자신들이 만든 양분을 배고픈 기회주의자들에게 내주었다. 발효 세균의 노폐물은 운동성이 있는 호산성 세균의 먹이가 되었으며, 황산염을 환원하는 세균들의 고약한 숨결은 녹색 클로로비움이나 붉은색 크로마티움 세균들에게 값진 원료를 공급했다. 지구에서 이용 가능한 곳은 모조리 개화된 생산자, 분주한 변혁가, 극한의 개척자들인 세균으로 채워졌다. 자연선택을 받은 자손은 살아남았지만, 그것은 개체군의 동료로부터 플라스미드에 들어있는 유전자를 빌렸을 경우에만 가능했다. 유전자 교환은 분해될 단백질, 유해한 망간 찌꺼기, 산화되거나 환원되어야 하는 위협적인 구리 등 환경의 독소를 제거해야 하는 생물에게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다. 유전자를…
50대에 대한 백신 접종이 7월 26일부터 시작되었다. 55살 이상은 8월 14일까지, 54살 이하 예약자는 8월 16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필자도 50대이기 때문에 8월에는 백신 접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백신 접종 예약을 하기까지에는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백신 예약 당일, 뉴스에서 보도되었던 내용과 마찬가지로 백신접종 예약 사이트는 예약 일보 직전에 접속이 끊어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30여 분을 기다리다가 13초를 앞두고 접속이 세 번이나 끊어지니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네 번째로 예약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했을 때는 내 앞에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 늘 하던 저녁 운동까지 미루고 예약을 마무리하기로 마음먹은 터라 자꾸만 끊어지는 접종 예약 사이트가 야속하기까지 했다. 이러기를 반복하다 보니 대기 시간이 무려 87시간이라고 뜨기까지 했다. 이렇게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다른 곳에 있던 딸아이가 전화를 걸어왔다. 백신 접종 예약을 대리로 할 수 있으니 주민등록번호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접종예약이 시작된 지 두 시간이나 지났고, 어차피 운동 나가기도 틀렸고 해서 다음날이나 예약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세인트 빈센트 그레나딘, 아루바, 앤티카 바부다, 안도라, 에스와 티니, 에리트리아, 기니 비 시우, 상투메프린시페, 세이셀, 차드, 바베이도스.... 국가명들이다. 지구 상 어느 곳, 어떤 나라인지 아는가? 지난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 때 입장한 세계 205개 나라 선수단을 보며 아직도 낯선 국명들이 여럿 있구나 생각했다. ‘카보베르데’가 나온다. 월드뮤직 강사가 되기 전에는 몰랐던 이름. 가수 세자리아 에보라(Cesaria Evora 1941-2011) 때문에 알게 된 이름. 말하자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모르거나 관심이 없었는데 BTS 때문에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비슷한 예다. 여기까지 읽고 바로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세자리아 에보라’를 찾아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거구의 늙은 흑인 모습이 뜰 것이고 사시 눈에 고생 찌든 느낌의 얼굴을 볼 것이다. 반전은 목소리다. 어두운데 무겁지 않다. 밝다. 이런 컬러의 목소리가 있었던가. 한 곡 더..... 하다가 모든 노래를 찾아 듣게 될 것이고 베사메 무쵸(Besame Mucho)에 이르면 ‘대체 어떤 삶이 이런 목소리를 만들어냈을까?’라는 궁금증으로 폭풍 검색에 들어갈 것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통령 출마 후보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한 가운데 또다시 ‘경기북도 분도론’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경기도 분도론은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등 선거철마다 등장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이번엔 ‘경기북도 설치를 위한 국회 추진단’도 공식 출범했다. 지난 19일 김민철(더불어민주당, 의정부을) 의원과 김성원(국민의힘, 동두천·연천)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진단 공식 출범을 발표했다. 여야가 모두 참여했다. 경기북부 지역 의원뿐 아니라 남부지역 의원들도 가세했다. 중진 의원인 김진표·안민석·윤호중·정성호(이상 민주당)·심상정(정의당) 의원이 고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추진위원으로는 김경협·박광온·이원욱·이학영·김철민·김한정·박정·소병훈·송옥주·조응천·강득구·김승원·김용민·민병덕·양기대·오영환·윤영찬·이용우·임오경·최종윤·한준호·홍기원·홍정민(이상 민주당)·최춘식(국민의힘) 의원 등 국회의원 24명이 참여했다. 김민철·김성원 의원은 지난해 6월 각각 '경기북도 설치법'을 대표 발의한바 있다. 법안에는 국회의원 50명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선거철의 단골 메뉴라고 생각하기엔 규모와 의지가 예전과 다르다. 12월엔…
가장 보잘것없는 생물인 단순한 세균조차 이미 엄청나게 많은 수의 분자들이 연합한 결과이다. 그 모든 조각들이 원시 바다에서 개별적으로 형성되었고, 어느 멋진 날 우연히 만나 갑작스레 그렇게 복잡한 체계를 만들어냈음이 틀림없다. (프랑수와 자콥) 생명은 과거 환경, 과거 화학의 표명이다. 초기 지구의 모습은 생명으로 말미암아 오늘날 지구에 남아 있다. 생명은 시공간이 막으로 둘러싸여 있고 물을 머금고 있는 캡슐이다. 죽음도 생명의 일부다. 죽어가는 물질도 일단 번식하면 복잡한 화학계와 새로운 소산구조가 만들어져 열역학적 평형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생명은 상대적으로 어리석고 무감각해 보이는 우주라는 부모 물질에서 감성과 복잡성을 증가시켜온 결합체다. 생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흩어져버리는 열의 보편적 경향을 거스르면서 자신을 존속해야만 한다. 이러한 열역학적 관점은 생명의 편향성과 목적성을 설명해준다. 수억 년 동안 생명은 살아남기 위해 내기돈을 올리는 데서 벗어날 수 없었다. 열을 잃고 해체되는 경향이 있는 우주에서 이러한 화학적 보존 패턴이 바로 생명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보존하고 과거와 현재 사이의 차이를 만들면서 생명은 시간을 구속하고 복잡성을 계속 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