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시간》이 출간 4주 만에 40만부를 돌파했다고 한다. 현재 출판 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경이로운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조국 뉘우스’(전상훈)에 따르면 지난 2019년 8월 조국교수가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되던 무렵부터 약 4주간 신문과 방송에서 내보낸 조국관련 ‘의혹기사’는 무려 130만 건이 넘었다. 《조국의 시간》을 읽으면서, 사나운 사냥개로 전락한 한국 언론의 실상에 새삼 몸서리쳤다. 검찰이 정보를 흘리면 대다수 언론이 거국적으로 ‘단독’보를 양산하고, 야당이 메가톤급 확성기가 되어 소음을 굉음으로 키운다. 의도한대로 여론이 형성되면 검찰은 수사를 확대하고 정보를 또 언론에 흘린다. 이것이 검찰-언론-국힘당 삼각편대의 진보인사 죽이기 알고리즘이다. 핵심 고리가 언론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윤석열사태’ 전까지만 해도 국내 언론사를 조중동과 같은 보수언론과 한경('한겨레' '경향')같은 진보언론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옛날이야기다. 이제 중앙 일간지와 종편채널, 공민영 지상파방송과 같은 주류언론의 경우, 적어도 뉴스에 있어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무한경쟁 환경이 그들을 추락시킨 면이 있지만 환경 탓만은 아니다. 스스로 기득권세력에 편입했다. 그들
아동폭력, 병영폭력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방어능력이 전무한 어린 목숨들, 정당방위 불가의 젊은 군인들이 희생된다. 가해자들은 놀랍게도 부모와 상관들이다. 천인공노할 일이다. 가해자들에게 사면이나 감형이 없는 종신형이 국민의 법감정인데 국회는 완행이다. 뿐만 아니다. 산재는 중대재해법을 비웃듯 점점 더 늘고 있다. 2020년 기준, 산재사망자는 총 2062명이며, 이중 882명은 사고사다. 하루 평균 5.6명이 여러 종류의 산재로, 2.4명이 사고로 죽는다. 국회는 전체 노동자의 35%가 일하는 5인 미만사업장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사고가 가장 잦은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관련법 적용을 3년이나 유예했다. 5인 이상 50인 미만 범주에서 45%의 노동자가 일한다. 김용균군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연초 이 '엉터리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한달 동안 단식투쟁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사람을 살리자는 건데 왜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방해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게 이 나라 국회다. 씨알들은 이 저열하고 야비한 여야 야합의 3류정치를 지켜보면서, 특히 여당을 손볼 수 있는 방도가 없어 속수무책이었다. '경부 보궐선거' 참패에…
우리 주변을 조그만 돌아보면 우리는 혼돈과 무질서의 어딘가에서 허우적대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우리는 거대한 질서 속에서 웅장한 생명의 협주곡을 함께 연주하는 중이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분자는 이전에 누구의 몸 혹은 자연의 일부였고, 또 앞으로도 누군가의 몸 혹은 자연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몸을 결코 소멸하지 않고, 지구 상의 생명이 계속되는 한 끊임없이 다시 어딘가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몸의 분자 단위만이 아니라, 내 몸을 꾸려가는 기본 원리도 살아 있는 세상의 모든 나머지와 함께 같은 원리로 돌아가며 함께 호흡한다. 우리는 진정 우주에 속한 존재이며, 이 귀속감을 깨닫는 일은 우리 삶에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고 그 깊이를 더해준다. (프리초프 카프라) 예수가 당면했던 사회 분위기와 부처가 출현하신 시대, 혹은 당면했던 사회 분위기는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형식에 치우친 종교적 관행이라든가, 지식층인 성직자 계급이 일반 백성들의 종교적 욕구를 악용하고 왜곡시키는 작태는 엇비슷했지요. 부처님과 마찬가지로 예수님도 그 모든 걸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라 완성시키러’ 오셨고, 광명과 해방의 길이 모든 인간에게…
밥, 혼술, 고독사, 우울증, 자살률, 치매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고령사회, 노인, 부모님 등이 아닐까. 통계청의 통계를 보면 2021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6.5%로 10년 전에 비해 5%p가 높다. 또한 복지부의 2017년도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노인 우울증은 21.1%에 달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어르신들 아니 우리 부모님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코로나19로 우울하고 어려운 상황에도 매월 25일이면 꼬박꼬박 안부를 묻는 효자가 있다. 바로 기초연금이다. 기초연금은 2014년 7월부터 시작해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월 20만 원으로 시작한 기초연금액은 올해 월 최대 30만 원까지 인상되었다. 생활비를 국가에서 잊지 않고 지급해 주니 어르신들에게 이보다 더 든든한 것은 없을 것이다. 특히, 변변한 일자리나 소득이 없는 어르신들에게는 꿈 같은 돈일 수 있다. 해마다 국민연금연구원에서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기초연금 수급자 실태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기초연금이 제도의 목적을 잘 달성하고 있는지, 어르신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효과는 어떠한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수급자들에게 향후 삶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가 뭐냐고 물어보니…
대선 정국이 개막됐다. 예정대로 경선 일정을 확정한 더불어민주당은 다음달 11일 컷오프, 9월초 당 후보를 최종 선출한다. 야권에선 그동안 장외 잠룡으로 분류됐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늘 출사표를 던지고 최재형 감사원장은 전날 공직에서 물러났다. 여권의 이재명 경기지사는 다음달 1일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이제 정국의 무게중심은 급격히 후보쪽으로 이동한다. 이번 대선은 5년전 국정농단에 대칭되는 촛불 정국을 뛰어넘어, 여야를 초월해 우리 정치권과 사회가 안고 있는 구태·적폐를 끝내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달라는 시대적 염원을 담고 있다. 바로 변화와 쇄신이다. 필요하다면 세대교체를 통해서라도 달라져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가 나왔고, 무엇보다 계층·세대·이념·성별로 나뉘어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도덕성·정의를 회복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나타난 4·7 재보선과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등 일련의 흐름들은 우리 사회가 전화위복의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섬광을 보여줬다. 29번째 이어오던 ‘야당 패싱’ 장관 임명에 낙마자가 나왔고, 여당의 국회의원 전수조사와 초유의 집단 탈당 권유 조치, 제1야당 대표 경
얼마 전에 근처 초등학교에서 내년 혁신학교 신청 관련 학부모 설문조사를 돌리려다가 홍역을 치렀다. 학부모들이 혁신학교에 반대한다고 학교에 항의 전화와 민원을 넣었고, 해당 아파트에는 대자보가 붙었다. 아파트 벽에 붙어있던 종이에는 혁신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학력이 떨어지므로 찬성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과 17년도 뉴스 기사가 실려 있었다. 정말 혁신학교에 다니면 아이들이 바보가 되는 걸까. 혁신학교에 가면 학력이 떨어진다는 뉴스는 18년도에 교육부가 7년에 걸친 종단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낸 보고서로 반박할 수 있다. 기사가 났던 해를 제외한 모든 연도에서 혁신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높았다. 혁신학교에 다니면 아이들 학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이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실체 없는 불안에 가깝다. 필자는 첫 근무를 혁신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시작했다. 면접과 수업 실연을 거쳐 기간제 교사로 채용됐지만, 교사로서 큰 기대는 없었다. 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진로를 모색하던 중에 공백기를 줄이려고 시작한 직장 생활이었다. 교사가 되겠다는 마음이 없었으니 교사로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도 설레지 않았다. 이전까지 과외 지도를 해왔으니 학교 교사도 그와 비슷한 연장
사랑은 인간에게 그의 삶의 목적을 보여주고 이성은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방법을 보여 준다. 태양은 온 세상 구석구석 그 빛을 비추고 있어도 그 빛이 다하는 일은 결코 없다. 바로 그와 같이 네 이성의 빛도 모든 방향으로 비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마르는 일이 없이 모든 곳을 비추며, 설사 장애에 부딪히더라도 안달하거나 노여워하지 않고, 오로지 조용히, 그것을 갈망하며 줄기차게 그 빛을 향하는 모든 것을 감싸면서, 다만 제 쪽에서 얼굴을 돌리는 자만을 그늘에 남겨둘 뿐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삼라만상에 비하면 연약한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이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모든 생물, 모든 지상의 존재보다 고귀하다. 왜냐하면 그는 죽으면서 자기가 죽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연 앞에 자신의 육체가 얼마나 작은지 알고 있다. 그러나 자연은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 인간의 우수성은 그 사고력에 있다. 오직 사고력만이 우리를 다른 세계 위로 높여 준다. 우리의 사고력을 소중하게 지키자. 그것은 우리의 삶을 골고루 비추며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어려서부터 ‘공부 잘하는 부잣집 애’에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열 살 넘으면서 헤세의 싯다르타, 앙드레 지드의 돌아온 탕아(아! 내 인생 단편) 속 주인공에 빠져 밤을 태우던 조숙한 문학소녀는 ‘그림자 없는 인간은 깊이도 없을 것’이라 단정했다. 스무 살 넘어서도 어둠에 집착, 연애도 결손가정 출신이나 감옥 들락거리는 운동권 사내들과 했고 단골 카페도 대로변 햇빛 쏟아지는 공간이 아닌 곰팡이 냄새 피는 지하공간이었다. 청춘의 끝자락에 월드뮤직을 만나 음악으로 세계 일주를 하던 중에도 미국음악은 관심 밖이었다. 원주민 땅 따먹고 세워진 이백여 년 미국사가 낳은 음악들은 ‘오랜 역사 속 민중의 희노애락에 오욕이 발효돼 나온 월드뮤직의 본령’과 멀 것이라 예단했다. 중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즐기던 팝송 가사들이 온통 러브에 울고 웃는 내용이었던 터라 유치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 대학을 다녀 반미감정도 있었다. 핑크 마티니를 늦게 만난 이유들이다. 핑크 마티니 음악이 좋다는 소리를 듣기 시작한 건 2000년 넘어서였는데 미국음악이라 패스. 그룹 이름이 핑크 마티니가 뭐야? 웬 칵테일 이름? 아마 신시사이저 웽웽 울리고 드럼 때려 부수는 정신없는 팝그룹이겠지..
만약 당신이 인식론, 정신질환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야구심판이라고 가정해본다면 어디에 속할까? 심판들은 다음의 다섯 종류가 있다. 그저 퀴즈이니 편한 마음으로 임해 보길 바란다. 1) 볼이 있고 스트라이크가 있고, 나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판정한다. 2) 볼이 있고 스트라이크가 있고, 나는 그것을 내가 본대로 판정한다. 3) 볼도 스트라이크도, 내가 판정할 때만 있다, 4) 볼이 있고 스트라이크가 있고, 내가 사용하는 대로 나는 그것들을 판정한다. 5) 볼도 스트라이크도 선언하지 않겠다. 애초에 불공평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답은 다음과 같다. 1)의 심판은 이는 강한 실재론자로서 정신질환은 추상적 실체로 존재하며 우리는 그것을 정확하게 판정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2)의 심판은 유명론자로서 정신질환은 존재하지만 진단이 그것들을 정확히 분류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3)의 심판은 구성론자로 정신질환은 구조물과 같아서 그것을 나타내는 사람들과 동떨어져서 불확실한 실체를 가진다. 4)의 심판은 실용주의자로 정신질환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므로 우리는 최선의 그리고 최소한의 위해를 목적으로 진단을 사용한다. 5)의 심판은 사스주의자이다. 정신질환은 사회 통제의 수단이고 그것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