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이승하 오죽했으면 죽음을 원했으랴 네 피고름 흘러내린 자리에서 꽃들 연이어 피어난다 네 가족 피눈물 흘러내린 자리에서 꽃들 진한 향기를 퍼뜨린다 조금만 더 아프면 오늘이 간단 말인가 조금만 더 참으면 내일이 온단 말인가 그 자리에서 네가 아픔 참고 있었기에 산 것들 저렇듯 낱낱이 진저리치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을. - 시집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 문학사상·2018 시인의 윤리성은 고통을 발견하고 표출하는 곳에서 발현된다. 이러한 시적 노력은 참혹한 고통 속에도 생은 값진 것이니, 좀 더 참고 견뎌보자는 정언이다. 시적 주체는 ‘오죽했으면 죽음을 원했으랴’ 타자의 고통과 직접 소통한다. 시인은 제 고통을 차단하고자 했던 타자의 한계상황과 끊임없이 정동하며 묻는 것이다. 이승하 시인은 표제작인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에서 이렇듯 새로운 대속적(代贖的) 고통관을 제시하고 있다. ‘네 피고름이 흘러내린 자리에서/꽃들 연이어 피어난다’는, 이를테면 ‘너’의 ‘참음’의 영향이 미래의 가능성으로 부활한…
다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엔 22일 오전 미세먼지가 몰려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초 우리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미증유의 미세먼지가 다시 등장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근본 대책을 세우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거세다. 중국 발 미세먼지에 대한 긴밀한 국가 간 협조와 함께 국내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제거하라는 것이다. 특히 디젤차량을 수소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 일환으로 2035년까지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과 건설기계 동력을 디젤 등 화석연료에서 수소·전기로 전면 교체키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특히 수소 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수소차 보급 확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국내 수소차 보급은 2017년 말 170대였는데 올해 7월에 1천898대로 증가했고 연말에는 6천400여대(누적기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2040년까지 수소차 290만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 1천200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의 경력한 의지는 내년 예산에서도 드러난다. 수소승용차 1
경기도가 보행안전 위협 요소 제거를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다중이용건축물 주변에 설치된 이동편의시설과 교통안전시설이 대상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기준에 맞지 않거나 파손된 채 방치됐기 때문이다. 비장애인 보행에 위협이 될 정도라면 장애인들은 오죽 힘들었을까, 할 말이 없다. 이처럼 생활 속에 심각하게 널린 장애물들은 4천956건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도가 시민감사관 20명과 함께 지난달 2~27일까지 14개 시·군에 있는 전철역과 관광지, 종합병원, 장애인·노인복지관 등 다중이용건축물 30곳 주변 도로를 감사한 결과 드러났다. 대상은 보도·점자블록, 음향신호기 등 이동편의시설과 횡단보도 신호기, 안전표지, 과속방지턱 등 교통안전시설이다. 심각한 문제는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거의 전무(全無)하다는 점이다. 대중 교통의 대표주자인 버스정류장만 봐도 그렇다. 점검대상 170곳의 79%인 135곳이 휠체어 진·출입이 어렵고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이 없다. 뿐만이 아니다. 도로면 배수덮개는 틈새가 넓어 휠체어가 빠질 위험이 크다. 점검대상 439곳 가운데 76%인 334곳이 이 모양이다. 또 있다. 점자블록 2천440곳, 음향신호기 569곳, 자동차진입방
예부터 가을을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 하여 책을 가까이 하는 계기로 삼았다. 평소에는 어떤 이유로든 게을리 했던 독서를 이때만이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교훈적인 뜻에서 그런 말이 만들어 졌을 것이라 짐작된다. 실제로 인간의 정신이 살찌고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은 마음의 양식이 되는 독서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대와 같이 융복합 다변화된 사회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빠른 변화와, 하루가 멀다않고 쏟아지는 정보와 새로운 지식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독서는 필수적이라 여겨진다. 책을 읽지 않는 변명과 구실을 보자면 흔히 시간의 부족과 바쁘다는 핑계를 들게 된다. 독서란 습관적으로 길들여 져야한다. 하루 세끼 밥을 먹듯 규칙적이어야 한다. 익히 알려진 명심보감의 한 구절인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는 뜻으로 매일 같이 책을 읽고 사유하라는 의미다.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서체로 남긴 글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뒤 여순 감옥에 투옥돼 사형 집행전 간수가 소원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때 “5분만 시간을 달라, 책을 아직 다 읽지 못…
어느새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느끼게 된다. 시월도 중순이 넘어 가을이 깊어간다. 지금은 사계절을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결혼식을 하지만, 그래도 주로 봄가을에 결혼을 많이 한다. 지금이 한창 결혼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은 결혼하는 나이도 점점 늦어지는 추세이다. 그나마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시대에 결혼의 의미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식을 둔 부모는 결혼을 시킬 때 한 번쯤 눈물을 글썽이게 된다. 언젠가 지인의 자녀가 결혼을 하게 되어 결혼식장에 간 적이 있다. 그 혼사는 아들을 결혼시키는 자리였다. 그런데 혼주인 아버지가 계속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앉아있는데 끝날 때까지 아버지는 많이 울어서 눈자위가 붉어졌다. 하객들이 모두 의아심에 궁금증을 느꼈다. 혼주인 어머니 말인즉 원래 아버지가 감성적이고 눈물이 많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아도 그렇게 잘 운다고 하였다. 내가 결혼을 할 때는 스물셋의 나이였지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철부지였다. 그때도 가을인 시월의 마지막 날에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가려고 부모님과 인사를 하는데, 어머니의 눈이 붉게…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둔 지방자치단체들이 열매 처리에 고심이 깊다. 길가에 떨어진 열매가 밟혀 깨지면서 악취가 풍겨 민원이 자주 발생해서다. 전국의 가로수 중 은행나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24%로 벚나무(25%) 다음으로 많다. 도내 도시지역은 30%를 웃돈다.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심는 것은 성장이 빠르고 추위와 더위는 물론 대기오염에도 강하기 때문이었다. 이산화황 흡수력도 뛰어나다. 장점은 또 있다. 은행잎 속에는 모기 같은 해충을 쫓아주는 플라보노이드 등 각종 성분이 들어 있다. 은행 알은 우리에게 단백질과 비타민 공급원 역할도 해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단점도 있다. 은행 겉껍질 속의 옻 성분으로 인해 열매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이다. 가로수 은행나무를 다른 나무로 교체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하지만 모양은 악취 주범이라 가늠 하기 어렵다. 고상한 은빛 속살을 간직한 은행알은 자태가 고와서다. 한자 이름도 은(銀)자에다 살구와 비슷한 외형을 나타내는 행(杏)자를 붙여 모양과 걸맞는다. 그런가하면 많은 사람들이 노랗게 물든 은행잎에서 각별한 정취를 느낀다. 잎은 모양이 오리발을 닮았다고 해서 압각(鴨脚)이라고도 부르는데 한때 혈관성장애 치료 물질이 많
푸른 칼날 /신지혜 새벽 뒤뜰에서 보았습니다 이슬 한 방울 제 등짝에 짊어지고 온몸에 잔뜩 힘을 모은 풀잎 한 가닥 보았습니다 어찌나 안간힘을 쓰던지 이파리 온몸이 풀 먹인 듯 빳빳합니다 저 이슬 한 방울이 대체 무엇이길래 제 몸 휘는 것도 모자라 온 아침을 팽팽하게 다 휘게 하는 걸까요 나 가만히 짐작해보았습니다. 언제나 날 떠받치고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그의 마음도 그렇겠지요 나 오늘은 저 조용한 이슬 속에 들어 둥글고 편안한 그의 등짝에 납작 엎드려 그의 숨 막히는 긴장을 가늠해야겠습니다. - 신지혜 시집 ‘밑줄’ 이미 익숙해져서, 그리고 그 익숙함에 젖어버려서 어떠한 것을 당연시할 때가 있다. 생활의 안온함이 나와 가장 가까운 이의 최선을 다하는 일로 얻어지는 것임에도, 그 수고를 깊게 헤아려보지 않는다. 그러다 우리는 어느 순간 마주치는 풍경이나 어떠한 일로 인해 그동안의 무심함을 깨닫는다. 화자는 어느 날 새벽 뒤뜰에 나가 등에 내려앉아 있는 이슬 한 방울을 위해 전신이 빳빳한 풀잎을 본다. 그리고 그 풀잎 한 장이 온 가족을 위해 나를 위해 살고 있는 사람과 별반 다를 바 없음을 느낀다, 저 풀잎처럼 저 이슬방울처럼 하나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 날은 의미심장하다. 1909년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 역에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척살한다. 그것은 일본인들이 주장하는 테러리스트로서가 아닌 의병장으로서의 전쟁 수행이었다. 안 의사는 스스로 한국인임을 알리기 위해 “코리아 우라(대한국 만세)”를 힘차게 외치고 선선히 체포된다. 세계만방에 한국의 상황을 알리고자 의도했던 쾌거였다. 70년 후인 1979년 10월 26일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정보부장에 의해 총살 당했다. 한국의 현대사가 요동을 치던 역사의 한 장면이다. 그렇게 10월 26일은 한국인들에게 특별히 기억되는 날이 되었다. 이토는 1841년생이며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대륙을 넘어서 아시아를 아우르는 대동아공영권을 꿈꾼 침략자였다. 그는 1905년 11월 을사늑약(乙巳勒約)을 체결함으로써 대한제국의 외교권과 내정을 장악하였다. 그리고 헤이그 특사사건을 빌미로 고종을 강제로 퇴위시켰으며 일제의 통치기관인 조선통감부의 초대통감으로서 한국의 식민지화를 주도한 원흉이다. 잃어버린 조국의 주권을 되찾고자 독립운동에 뛰어든 안중근으로서 이토는 용서할 수 없는 조국과 민족의 원흉이었다. 안중근은 1879년 황해도 해주 출생이다.…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혼자 급식을 해결하거나, 아예 먹지 않고 교실에 혼자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또래 친구가 없거나 적응을 하지 못해 점심조차도 즐겁게 먹지 못한다. 최근,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서 학교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생 및 학업중단 학생’ 현황자료에 의하면, 학령인구 감소로 전체 초·중·고 학생 수는 2015년 608만8827명에서 2018년 558만4249명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학업중단 학생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실제 2015년 전체 초·중·고 학생의 0.77%(4만7070명)였던 학업중단 학생은 2016년 0.81%(4만7663명), 2017년 0.87%(5만57명), 2018년 0.94%(5만2539명)로 매년 증가했다. 특히 고등학교 학업중단 학생이 2015년 2만2554명(1.26%)에서 2만4978명(1.62%)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이와 같은 학업중단 학생을 예방하고자 시행하는 것이 학업중단 숙려제이지만, 생각만큼 숙려제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학교를 떠나고 있다.
앞으로 젊은 층의 노인부양 부담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가중될 전망이다. 통계청이 유엔 201개국 자료와 우리나라의 장래인구추계를 분석해 내놓은 자료를 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올해 14.9%이던 것이 2045년에 37.0%, 2067년 46.5%로 늘어난다. 이 같은 고령화 진행속도는 전 세계 최고다. 이렇게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2045년부터는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고령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된다. 전 세계 201개국 중 우리처럼 고령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국가는 146개국이나 되지만 세계 고령 인구 비중이 2019년 9.1%에서 2067년 18.6%로 늘어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증가속도와 비율이 얼마나 놀라운지 알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계속 감소해 2019년 72.7에서 2067년 45.4%로 떨어진다. 전 세계 생산연령인구가 이 기간 65.3%에서 61.7%로 소폭 감소하는 것과 비교된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할 유소년·고령 인구를 뜻하는 총부양비도 올해 37.6명에서 2067년 120.2명으로 치솟는다. 이 역시 세계 최고다. 부양자 중에 유소년을 빼고 고령자만 따져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