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는 지난 달 6일 ‘경기도 성평등 기본조례 개정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입법예고 당시부터 지금까지 종교계를 중심으로 경기도민의 강한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핵심이유는 ‘사용자(민간인)는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의무부과 조항을 신설한 데 있다. 필자가 판단하건대, 이 조항은 자치법규 기본원칙에 어긋나며, 실효성도 극히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조례의 기본원칙에 대해 살펴보자. 지방자치법 제22조는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조례의 한계를 명확히 하고 있다. 상위법률인 ‘양성평등기본법’에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하여 조례로 시민에게 의무부과를 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방자치법의 취지나 조례의 효력을 다투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비추어 볼 때 조례개정은 무효로밖에 볼 수 없다. 기본원칙상의 또 다른 결함은 공적 법체제 밖의 규범과 사회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기도의회가 법률이나 다른 대부분의 자치단체 조례와는 달리 굳이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다양한 성소수자의 권리를
어느 때 우리가 살아가면서 ‘영감의 순간’이 올 때가 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창작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또는 그런 순간을 ‘接神의 순간’이라고도 한다. 무속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接神이란 몸에 신령이 지피는 것을 뜻한다. 말하자면 소설 속에서 주인공과 작가가 동심 일체가 되는 순간이겠는데, 소설가들은 그냥 ‘접신의 순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느 소설가가 조선 시대에 살던 기생에 대해 소설을 쓴다고 하자. 그러면 어떤 순간에 그냥 주인공과 작가가 ‘붙는다고 한다’ 그러고 나면 글 쓰는 손가락에서 그 기생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참 신기한 일이다. 막 아양 떠는 소리가 나오고, 작업실에서 글을 쓸 땐 진짜 소리까지 내면서 쓴다고 한다. 그럴 땐 작가의 뇌가 여자로 세뇌된 것이다. 여자가 주인공인 소설을 쓸 땐 진짜 그렇게 나온다고 한다. 우스개로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접신이 됐다가도 잘못하면 떨어지는 수가 있다고 한다. “황진이를 쓰면서 굉장히 낭패였던 적이 있습니다. 한 1년쯤 고생해서 딱 붙었어요. 이제 손가락에서 여자 목소리로 막 나오게 됐습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집에 갔어요
‘밥도둑’. 간장게장의 별칭이다. 진한 간장에 은은하게 삭힌 게살의 쫀득하고 탱탱하면서도 짭쪼름한 감칠맛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쪽쪽 소리를 내며 연신 빨아먹고 집게다리 속살까지 발라먹은 뒤 게딱지 내장에 윤기 나는 밥 한 술 비벼 먹으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앉은 자리에서 밥 두 그릇 정도는 그야말로 ‘게 눈 감추듯’ 뚝딱 해치운다. 오래 전부터 간장게장은 귀하게 대접받은 진미였다. 조선시대 문인 서거정은 간장게장의 맛을 이렇게 노래 하기도 했다. ‘눈 내린 강 언덕에 얼음 아직 남았는데/ 이 무렵 게장 가격은 더욱 비싸구나/ 손으로 게 발라 들고 술잔을 드니/ 풍미가 필탁의 집게를 이기는구나’라고. 중국에선 기원전 7세기부터 게장을 천제(天祭) 에 썼다는 기록도 있다. 그런가하면 중국의 옛 문헌에도 게장 음식이 많이 나오는데, 서거정 시에 나오는 진나라의 필탁(畢卓)은 술안주로 게발을 항상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시인 이태백도 ‘월하독작사수시(月下獨酌四首詩)’에서 “한 손에는 게발을 들고 한 손에는 술잔을 들고 주지(酒池) 속을 헤엄치고 있으면 일생 살아가는 데 무엇을 더 바라리요” 하고 읊었다. 조선시대에는 민물게로 담근 참게장을 주로 먹었다. 임
돈은 그의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겨우 주린 배를 채우며 고등학교를 나오자 곧장 돈 버는 일에 달려들었다. 다달이 받는 월급은 그가 원하는 만치 돈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지 못했다. 그는 그 일을 집어치우고 아예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 바닥에 와야 돈도 제대로 벌 것 같았다. 그는 포목점의 점원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비단 장수가 돈 버는 요령을 익혔다. 그는 아니 입고 아니 먹으며 오직 돈만 모았다. 그 돈으로 작은 포목점을 차렸다. 당시만 해도 포목점이 귀한 시대라 조금씩 단골들이 몰려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가 두둑해졌다. 돈이 모이니 살판이 났다. 그래서 아예 점포에 젊은 여자 하나를 심부름꾼으로 들여놓았다. 월급 몇 푼을 주고도 그는 그 여자를 입안의 혀처럼 부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돈의 위력이 그만큼 세다는 걸 나날이 실감한 그는 오직 돈 버는 일에만 눈이 멀었다. 통장에 돈이 좀 모였다. 집도 반듯한 것으로 샀다. 이제 세를 줄 반듯한 상가 하나를 사는 게 그의 꿈이었다. 그 꿈이 현실이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날이 단골들이 늘어나고 그의 가게도 세를 더해갔다. 그러나 그게 한계였다. 그에게 병…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가? 아직은 아니다. 누구나 그것을 예견하고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언제 본격적으로 시작될지도 알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언급되면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 3차 산업혁명을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한 자동화·정보화라고 한다면, 지금이 그 때다. 현재를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부를 특징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 스스로 시대구분을 하면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서 스스로 숫자를 붙이기 시작해서 지금 우리가 6공화국인지, 개헌을 하면 6공2기인지 7공화국인지 헷갈리게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일반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그리고 융합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AI를 주로 떠올리지만 더 중요한 특징은 ‘융합’이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출현해 자동차산업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AI와 공유경제가 결합된 새로운 산업이 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의 발달로 전통 농업은 스마트농업으로 변신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런 4차 산업혁명을 이루려면 우리의 의식구조와 사회시스템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AI가 발달하면 그동안 인간들이 판단하…
유통기한 /이근화 오늘은 검은 비닐봉지가 아름답게만 보인다 곧 구겨지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사물의 편에서 사물을 비추고 사물의 편에서 부풀어 오르고 인정미 넘치게 국물이 흐르고 비명을 무명을 담는 비닐봉지여 오늘은 아무렇게나 구겨진 비닐봉지 앞에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 이근화 시집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곧 구겨지겠지만 비닐봉지가 사물의 편에서 사물을 비추고 사물의 편에서 부풀어 오르고 인정미 넘치게 국물이 흐르듯이, 곧 유통기한이 닥치겠지만 ‘나’도 사람의 편에서 사람을 비출 수는 없을까. 비명이면 어떻고 무명이면 어떤가. ‘나’도 사람의 편에서 부풀어 오를 수는 없을까. 입고 먹고 사는 것들 편에서가 아니라, 무슨 이념이나 신념의 편에서가 아니라, 나아가 삶의 의미와 무의미의 편에서가 아니라 사물의 편에 선 아름다운 검은 비닐봉지처럼, 사람의 편에 서서 인정미 넘치는 사람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김명철 시인…
경기도가 내년부터 도내 만13~23세 청소년들에게 버스 이용요금의 일부를 돌려준다. 물론 지역화폐로 환급해 주는 제도를 통해서다. 대중(서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대중교통 복지사업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현재 지원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시·군 수요조사와 사회보장제도 신설협의 등 행정절차를 거쳐 내년에 시행할 예정이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도민들의 교통비 부담 완화 방안이겠다. 특히 이 방안은 만 13~23세 청소년들에게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 연령층이 시내버스 요금이 인상될 경우 대중교통 이용 빈도에 비해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라고 도가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13~18세는 연 평균 약 8만원, 만19~23세는 약 12만원의 교통비를 추가 지출하게 된다는 것이 도의 판단이다. 결국 서민 가계에 미칠 부담을 줄이겠다는 도의 의지로 보인다. 이에 따라 도는 해당 연령대들이 실제 사용한 교통비 일부를 지역화폐로 환급해 계획이다. 신청자가 사용하고 있는 선·후불 교통카드와 지역화폐를 연동시키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교통비 사용내역을 확인한 후 연간 지원한도인 만13~18세 8만원, 만19~23세 16만원 범위 내에서 지역화폐로 지원한다. 연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기도 북부 분도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도의회 최경자 의원(더불어민주당, 의정부1)은 지난달 28일 열린 제338회 임시회 본회의 도정질의에서 경기도 분도의 당위성과 함께 ‘평화통일특별도’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2018년 3월에는 문희상 현 국회의장 등 27명이 ‘평화통일특별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경기북부 분도론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쟁점이 된 바 있다. 1987년 제13대 대선 때 민정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5년 뒤인 1992년 대선 때는 김영삼 후보자가 공약하기도 했다. 2000년 총선에도 등장했으며 2004년 총선 때는 여야할 것 없이 모두 경기도 분도를 공약했다. 이후 10년간 잠잠했지만 2014년 지방선거 때 ‘평화통일 특별도’라는 명칭으로 분도 논의가 다시 등장했으며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도 공약으로 나왔다. 2017년엔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이 자유한국당 김성원(동두천·연천)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며 열린우리당 문희상·정성호 의원 등으로 구성된 경기북부발전기획단이 경기북도 신설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대 도지사들이 반대한데다 정치적…
9월이 시작됐다. 뜨거운 여름을 보낸 장소에는 수많은 추억이 새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기억이 추억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그 모든 순간이 다 행복했다고 기억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의미 있는 시간은 인생의 어느 순간을 반추하게 만든다. 왜 그럴까? 필자는 장소가 추억이 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인출되는 것은 바로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지난 시간 속 시드니의 새해맞이 불꽃놀이는 황홀했다. 그러나 황홀한 만큼 고생했던 기억이 크다. 그날 나는 불꽃놀이 인파에 밀려 길을 1시간동안이나 헤맸다. 군중 속에 갇혀본 사람은 안다. 군중 속에서는 내가 어디로 갈 것인지가 무의미하다. 그저 군중이 움직이는 방향에서 내가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그나마 내가 가려고 하는 곳을 잊지 않을 수 있다. 그러기에 그날 인파속에 섞여 길을 찾는 과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두려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시드니를 떠올리면 기분이 좋다. 그 이유는 화려했던 불꽃놀이도 멋진 오페라하우스도 시드니의 화창한 날씨도 아니다. 사람 때문이다.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두 손 꼭 잡고 힘듬을 함께 나눴던 사람 때문이다. 내가 의지 할 사람이라고는 그 사람뿐이었으며 불안감을 나눌
리더십이론가인 하워드 맘스태드는 ‘리더십, 사명을 성취하는 힘’이라는 책에서 연합의 리더십에 대해 “모든 팀원들이 온전한 연합을 이룰 때 완전한 경기가 이루어진다. 선수들의 연합이 아름답게 빛날 때 팀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팀이 어떤 시도를 하는 데 있어서도 성공의 열쇠는 연합이다. 코치, 감독, 현장의 리더들은 모든 선수들에게 연합의 개념과 선수 개인의 중요성, 그리고 각자의 기능의 중요성에 대해 주입시킬 필요가 있다. 팀이 연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리더가 효과적인 의사 전달자이어야 하며, 공동목표에 헌신되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즉, 헌신, 의사소통, 연합, 이 세 가지 요소는 팀을 이루는 핵심적인 요건이다. 똑같은 수의 인원이라도, 목표에 헌신되지 않았거나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선수들이 있는 팀은 목표를 성취하기 어렵게 된다. 그런데 한 팀을 이루는 파트너가 위기를 느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당연히 대화다. 물론 당사자인 ‘그’가 다시 용기를 내야하고, 해결책도 ‘그’가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러나 둘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가, 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