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타국은 일연의 창작인가? 허왕후의 고국이 어디인지는 지금껏 숱한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허왕후의 출자국(出自國)이라는 아유타국(阿踰陁國)이 과연 인도인가 하는 점이다. 북한 학자 김석형은 《초기조일관계사연구》에서 허왕후가 아유타국에서 왔다는 것은 승려들이 윤색한 것이고 실제는 큐슈에 있던 가야의 분국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삼국유사》를 편찬한 인물이 승려인 일연인 것은 사실이다. 또한 《삼국유사》에 불교 관련 내용이 많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삼국유사》 〈가락국기〉를 승려들이 윤색했다고 주장하려면 보다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일연은 《삼국유사》의 모든 기록을 출전 근거를 가지고 서술했다. 순도(順道)가 고구려에 불법을 전한 내용을 기록한 《삼국유사》 〈흥법(興法)〉 ‘순도조려(順道肇麗)’에서 “순도 다음에 법심(法深)·의연(義淵)·담엄(曇嚴) 등이 서로 뒤를 이어 고구려에 불교를 일으켰다”고 쓰고서는 “그러나 고전(古傳)에는 기록이 없으므로 감히 여기에 순서에 넣어 편찬하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 전진(前秦) 국왕 부견(符堅)이 순도를 보내 고구려에 불교를 전한 후에도 법심·의
‘중도입국청소년’이란 용어가 우리사회에서 회자되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용어에 대해 시민들은 익숙하지 않으며 누구를 지칭하는 말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의 기준에 의하면 부모의 국적에 따라 부·모 중 한명이 외국인일 경우 중도입국자녀, 부모 모두 외국인일 경우 외국인가정 자녀로 분류된다. 그러나 ‘중도입국’ 대한 광의의 개념으로 적용해 볼 때, 국내 출생이 아닌 자녀가 본국에서 생활하다가 '학령기 중도'에 한국으로 입국한 경우에 중도입국청소년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중도입국청소년은 국제결혼 이후 본국의 자녀를 한국으로 초청해온 중도입국청소년이 가장 많으며, 조선족 고려인과 같은 재외동포의 국내 이주로 인해 동반하거나 시간차 입국하는 청소년도 증가하고 있고 이주노동자 뿐만 아니라 난민의 자녀들 역시 이에 해당된다. 중도입국청소년들은 입국연령에 따라 개인차가 있지만, 한국에서 출생한 다문화가정청소년과는 달리 한국어 소통이 어렵고 문화적 정체성이 매우 상이하기 때문에 한국사회로의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6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577명의 중도입국청소년을 대상(재학 404명, 비재학 173명)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가 대통령 시절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었다. 첫 여성 부통령도 나왔다. 이번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식은 지난 2백년 동안 지속된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오바마의 말이었다. 이어 부시가 입을 열었다. “우리 세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 한 자리에 서서 평화적 정권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자체가 바로 그런 전통의 제도화가 존재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자 클린턴이 조금 길게 마무리한다. “정말 이례적인 사태였다.(트럼프 추종자들의 의회점령사건을 의미.) 우리 모두는 미국이 ‘정상’(normalcy)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도대체가 전적으로 비정상적인 도전이었다. 정상회복이 된 것은 이걸 잘 다룬 결과가 아니겠는가? 정말 짜릿할 정도로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전직 대통령들의 합창, 평화적 정권교체 오바마, 부시 그리고 클린턴 세 전직 대통령이 취임식 다음날인 지난 1월 21일 저녁 워싱턴 국립묘지 앞에 함께 서서 바이든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의 한 대목이었다. 트럼프 시기에 경험한 미국의 분열을 넘어 건국 이래 오랫동안 유지했던 민주주의의 전통이 미국의 정상상태를 지켜준다는 논조였다. 바이든이 수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가 지난 20일 출범하면서 파리기후협약 복귀 등 국제사회에 이목을 끄는 결정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정부가 자동차같은 장비를 구입할 때 미국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행정명령에 서명해 파장이 일고 있다. 자국제품 우선 구매가 세계적인 흐름이긴 하지만 국제사회의 존중과 협력을 언급해온 바이든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이같은 카드를 들고 나오자,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는 한 해 연방정부가 구입하는 6천억 달러(약 661조원)의 상품과 서비스가 대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관세 등으로 압박하며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의 복귀와 세계 주요 기업들의 미국내 생산 기지 건설을 노골적으로 유도했다. 그래서 우리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이번 ‘바이 아메리칸’이 바이든식 ‘미국 우선주의’의 또다른 화법일지 주목해야 한다. 1944년 브레튼우즈(BW) 체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미국의 방대한 소비시장(미국의 무역적자)이 열리면서 동반 성장의 가속페달을 밟았다. 이 흐름을 타고 일
“앗쌀라무알라이쿰!” 이 말은 "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이라는 뜻으로 흔히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 즉 무슬림 간에 인사말로 사용된다. 간단히 "쌀람(salaam)"으로 줄여 말하기도 한다. 통계에 따르면 최소 20만 명을 넘는 무슬림들이 한국에 있다지만, 한국인 무슬림도 포함된 이 수치는 아직은 한국 전체 인구의 0.4%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현재 이슬람교를 믿는 종교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23%를 차지하는 19억 명에 달하고, 2100년에는 세계 제1의 종교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니, 급성장하고 있는 이슬람을 보면서 일부 개신교 교단에서 이슬람에 대해 경계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종교간대화위원회”의 위원장 임기를 마쳤다. 부족한 사람이 무거운 직을 맡아 4년의 임기 동안 나름대로 종교 간에 서로 소통하고 상생하기 위한 노력의 첨병 역할을 하고자 했다. 여러 종교의 성직자들이 함께 다른 종교에 찾아가 그 곳의 수행자들을 만나 듣고 보고 느끼며 서로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찾는 등 노력했지만 되돌아보니 아직 신통치 않았던 듯하다. 세계 3대 보편종교인 이슬람교는 유대교, 그리
2007년 이안 감독의 영화 ‘색, 계’는 파격적인 정사신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제6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장아이링의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인 여성 스파이 정핑루(鄭平如 1918~1940)를 모티브로 삼는다. 일제가 점령했던 1930년대 상하이에서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여성 왕치아즈는 정핑루라는 인물의 행적을 따라간다. 왕치아즈는 친일파 정보부 대장 이를 척결하기 위해 정체를 숨기고 접근해 유혹에 성공하지만, 사랑에 빠지면서 비극적 삶을 마감한다는 이야기는 실제 일어났던 사건과 거의 비슷하다. 영화는 사실적인 정사 장면을 통해 암울한 시대와 인간의 욕망,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담아낸다. 길고 노골적인 성애 장면은 스크린 안에서 주제와 어우러져 예술로 승화되었다. 이처럼 예술의 영역에는 아름다움과 고귀함뿐 아니라 추함과 농도 짙은 에로티시즘까지 포함된다. 최근 청와대 청원 20만 명을 넘기며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청원인들에 의해 심판의 무대에 오른 알페스는 팬덤이 만들어낸 하위문화의 한 장르이다. 'RPS(Real Person Slash)'의 한국
지난 1980대 초 미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사람들의 생활 양식은 물론, 60-70년대의 반전 평화와 개인 자유를 강조하는 당시 젊은이 문화를 한번에 종식 시키고 미국사회를 보수화 시킨 질병으로서 에이즈가 있다. 에이즈는 지난 2019년 말 기준으로 약 40년 동안 8000만명의 감염자를 발생시켰고, 33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지난 해 발생이 보도된 코로나19 사태는 현재 진행으로서 지난 화요일 통계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1억 100만명 가까이 감염되었고, 200만명 넘게 사망자가 나왔다. 이는 코로나19의 유행이 지난 에이즈 사태에 이어 또 다시 인류의 생활 양식을 바꾸게 될 것이며, 앞으로의 시대적 틀도 바뀌어야만 됨을 의미한다. 지금 당장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최우선이지만, 방역조치로 인한 경제 활동의 위축으로 인한 민생고가 점차 한계에 이르고 있다. 또한 2020년 현재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비중이 전체 인구의 약 15.7%로서 고령사회이며, 2025년에는 20.3%가 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이 예상된다. 코로나19에 대한 고령층의 취약성은 물론, 방역조치에 의한 고령층에서의 운동부족은 우리사회에 장기적 영향을 미
‘염치(廉恥)’라는 말이 있다. 쉬운 뜻으로 풀이하면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염치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종종하곤 한다. 염치가 없는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정당에도 있다. 중앙선관위원회에 따르면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관리비용은 각각 487억5111만원과 205억6683만원이다. 공직선거법 277조에 따라 지방선거 비용은 해당 지자체가 부담하게 된다. 두 선거를 합치면 약 700억원 상당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와중에 서울시는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상황 악화로 인해 선거비용자체를 분납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원흉인 민주당은 이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질 생각도 없이 오히려 후보자를 내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만약이지만 서울시에서 보궐선거를 하지 않고 487억 원이라는 예산을 코로나 19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돌려준다면 정말 큰 힘이 될 수도 있는 예산이다. 그런데 민주당 공천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잘못된 공천으로 인해 수백억의 예산이 들어가는 사태를 일으켰음에도 사과 한마디 없다. 이런 민주당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