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종교의 잘못된 만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은 정확히 그 연장선에 자리한다. 미국 민주주의의 뿌리를 뒤흔든 야만스러운 사건의 배후에서 트럼프는 늘 하던 대로 ‘편 가르기’ 정치를 되풀이했다. 범법자들을 향해 “위대한 애국자”라고 추켜세우며 사회 갈등을 부추겼다. 보다 못한 미국 하원이 제지에 나서 마침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의 이력에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에서 두 번이나 탄핵당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가 따라붙게 됐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집권한 저신다 아던을 주목한다. 2017년 10월 서른일곱 살의 나이에 뉴질랜드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총리이자 최연소 총리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필리핀의 두테르테, 이런 ‘상남자형’ 지도자들이 즐비한 틈새에서 ‘젊은 여성’ 지도자는 명함을 내밀기도 어려울 판. 예상을 깨고 그녀가 국제사회에서 ‘트럼프 해독제’로 부상하게 된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2018년 12월, 20대 영국 여성이 뉴질랜드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아던 총리는 즉각 그 여성의 가족에게 사과하는 기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서 삼중수소가 관리 기준을 초과해 검출되었다는 사실을 놓고 정치 공방이 한창이다. 라디오 아침 방송에서 특정 방송사가 ‘정치적 가짜뉴스’를 내보냈기 때문에 이런 사달이 났다는 발언이 나왔다. 지목을 받은 방송사는 당일 저녁종합뉴스에서 “(어느 정치인의) 발언에 하나하나를 반박하지 않겠습니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입니다”라며 국민 안전과 관련한 문제제기에 정치인이 이런 태도를 보일 수 있냐며 응수했다. 한 쪽은 기준치를 초과한 고농도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원전 지하로 방사능 물질이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것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기에 경위를 무조건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 쪽은 고농도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위험성을 과장한 데다 검출은 일시적인 것으로 발견 즉시 회수해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외부 누출 근거는 없기 때문에 오히려 사실관계를 왜곡・과장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삼중수소로 인한 1년간 피폭량이 ‘멸치 1g’ 내외라는 전문가의 발언을 서로 다른 목적으로 인용하면서 ‘본질’을 운운한다. 일상에서도 삼중수소는 쉽게 검출된다는 언론은 이번 문제제기는 원전 수사에 쏠린 관심을 돌리기 위한 여론
하루 종일 산길을 걷다가 희망이 안 보여 나무 그늘에 주저앉았습니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자니 한 무리 새떼들이 내 시선을 끌며 날아갑니다 언감생심, 짐작이 갑니다 희망이 없는 자에게 날개는 하늘 같은 감동입니다 1982년 [한국문학] 시인상으로 등단. 시집 [시간의 사금파리] [적소謫所] [사춘思春] 등등. 최계락문학상, 창릉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등 수상.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들어 최대 화두로 등장한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에 대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두 전임 대통령이 수감된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라면서도 “국민의 공감대가 없는 사면은 국민통합을 해치게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집권 여당의 이낙연 대표가 ‘국민통합’을 내세워 ‘사면 건의’를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상당한 비판이 일자 “당사자의 사과가 전제”라며 한발 물러서야 했고, 차기 대권에 시동을 걸어야 하는 이 대표의 구상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이 대표는 평소 통합의 소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의 사면론의 진정성을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해석하며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 시의적 적절성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사면의 고유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인한 초유의 탄핵 사태와 촛불혁명은 우리 사회와 국민들의 마음 구석구석에 아직도 치유할 수 없는 상흔이 깊이 패여 있다. 따라서 사면권자나 또는 여당 대표라고 하더라도 매우 신중한 접근이
6.25전쟁으로 고아가 되어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 여자아이가 있었다. 워싱턴주 시애틀 외곽의 세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아일랜드계 양부모는 미국으로 입양된 후 열병을 앓고 지적장애인이 된 여자아이를 정성껏 키웠고 후에 미혼모가 되어 나은 손자까지 사랑으로 정성껏 돌봤다고 한다. 그 손자인 리처드 용재오닐은 여러 인터뷰에서 그의 조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낸다.“ 할머니가 10년 간 기사 노릇을 해주셨다. 차로 30분이나 되는 거리, 배로 3시간 걸리는 곳, 나중에는 5시간 거리를 갔다. 80대 나이에도 왕복 200km를 다니며 제가 15살이 될 때까지 10년 간 운전기사 노릇을 하셨다.” 며 넉넉치 않은 가정환경에서도 조부모님은 용재오닐이 대학에 진학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고 사랑한다는 말을 뛰어넘는 행동들을 몸소 보여주셨다고 회고한다. 나는 작년 온라인으로 송년음악회 온라인 공연들을 통해서 그의 연주와 마음에 많은 감동을 받았었고 그 후 그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되면서 위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지만 그를 훌륭히 키워주신 조부모님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2019년 6월 10일 출생,
역사는 일상 속에서 반복된다. 2011년 어느 초여름쯤 서울 한남동에서 술을 마시다가 술상을 엎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 적이 있다. 10년이 된 얘기지만 40대 후반의 나이였을 때니 아무리 화가 나도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기억하기로는 그 자리에 꽤나 스노비시(snobbish)한 인간들이 모였었는데 건축가 변호사 방송인 패셔니스타 시인 등등이 있었을 것이다. 장소도 한남동 유엔빌리지 근처였다. 비교적 여유가 넘쳐나던 분위기였던 건 불문(不問)이 가지(可知)다. 자연스럽게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이, 무상급식을 놓고 벌인 정치 도박에 대한 얘기가 화제가 됐다. 그중 여자 시인의 말이 화근이 됐다. 그녀가 말했다. “왜 내가 낸 세금으로 강남 집 애들까지도 공짜로 밥을 먹여야 해? 미친 거 아냐?” 술에 취해 제 정신이 없었던 탓에 말을 더듬었고 그런 나 자신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걸 만회한다며 한 짓이 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뛰쳐 나오고 말았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랬어야 옳았다. 제 정신으로 차분하게. “그럼 한줌도 안되는 강남집 애들 공짜로 밥 먹이는 게 겁이 나서, 대다수 없는 애들, 가뜩이나 못먹는 애들까지 다 굶겨?! 꼭 그
밤새 내린 눈으로 세상이 하얀색으로 변신했다. 뽀드득 뽀드득하는 소리에 어릴적 세배 가는길 추억도 생각난다. 시베리아 한파로 기온은 곤두박질 치며, 땅바닥은 얼었지만 수북히 쌓인 눈은 어찌보면 따뜻하다.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아내의 걱정어린 당부도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걸음을 도덕산 정상으로 옮긴다. 가는길에 어린아이와 눈싸움을 하는 젊은 아빠가 보이고, 조금 떨어진 곳 엄마는 눈사람을 만드는 듯 눈을 크게 뭉쳐 굴린다. 누구는 눈덮인 산을 보러가고, 누구는 눈으로 놀이삼아 웃으며, 엄동설한 한파 속 즐거움 가득담은 추억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가는길 마다 소복히 쌓여있는 함박눈은 하얀 선녀의 고운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온 천지를 깨끗함과 정갈함으로 새하얗게 물들여 놓은 눈은 필자의 마음을 정화시키며 도덕산으로 발길을 이끄는 마력의 원천이다. 나뭇잎 떨어진 앙상한 가지위에 눈옷을 입은 나무와 겨울 풍경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어느덧 강렬한 추위는 상념 밖에 있다. 도덕산에서 ‘도덕(道德)’은 사회를 구성하면서 인식한 것이 모습으로 드러난다. 사람 서로 간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람이 지켜야하는 준칙을 정해 같이사는 공존의 삶 속에 사람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지난달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와 실질적인 행정수요, 국가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하는 시·군·구에 행정·재정 운영 및 국가의 지도 감독에 대한 특례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 수원시와, 용인시, 고양시, 그리고 경남 창원시 등 인구 100만 명 이상 기초 4개 대도시는 2022년부터 ‘특례시’가 된다. 특례시란 기존 광역지방정부(시·도)와 기초지방정부(시·군·구)의 중간 단계 지방정부라고 생각하면 된다. 해당 도시들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국회통과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100만 명 이상 4개 대도시의 맏형격인 수원시 염태영 시장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기초지방정부의 지위와 권한과 지위를 제도화하는 초석이 될 것” “100만 인구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고 행정수요·국가균형발전·지방소멸위기 등을 고려한 시·군·구 특례조항을 넣어 각자 몸에 맞는 옷을 입고 다양한 행정을 펼칠 수 있게 된 점도 큰 진전”이라며 기뻐했다. 그동안 이들 기초 지방정부들은 매우 불합리한 차별을 받아왔다. 지난 2002년에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고 2020년 말 기준 123만 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