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씩 연재한 시조가 2019년 1월 초 현재 277회를 내보냈다. 햇수로 5년을 훨씬 넘겨 6년이 돼 간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는구나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 그만 쓰겠노라 포기해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나 자신을 경계하는 뜻에서 계속하고 있다. 작년 초부터는 단시조 5편을 한 묶음으로 쓰고 있는데 그러자니 틈만 나면 작품에 골몰하기 일쑤다. 여기에 연재한 작품이 인연이 지난 달에는 외솔시조문학상을 받았다. 외솔기념사업회에서 주는 상인데 외솔선생은 “한글이 목숨이다”라는 말을 강조하신 한글학자이어서 의미가 더 있었다. 외솔 선생의 작품 중에 이런 작품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아랫목은 식당되고, 웃묵은 뒷간이라, / 물통을 책상하여, 책으로 벗삼으니, / 봄바람 가을비 소리, 창 밖으로 지나다”라는 감옥에서 쓴 ‘나날의 살이(日常生活)’라는 작품의 첫 수였다. 아랫목은 식당 되고 윗목은 뒷간으로 쓰는 감옥살이의 비참함을 잘 일러준다. 식당과 뒷간을 구분하고 너와 나를 구분하고 동과 서를 구분하는 오늘의 우리는 얼마나 행복하고 편안하게 글을 쓰고 있는가. 그런 미안한 생각이 들어 수상 소감을 말하는 동안 마음이 내내…
지난 2008년 10월, ‘만인의 연인’이자 ‘국민배우’로 사랑받던 최진실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악성댓글(악플)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견디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후 악플 작성자를 엄별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됐지만 지금 순간에도 악플러는 활개치고 있다. 얼마 전에도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씨가 악플에 시달리다 돌아 올 수 없는 길을 택했다. 극단적인 선택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유명인은 한두 명이 아니다. 요즘엔 축구스타 손흥민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는 영국 신문 더 선지의 보도도 나왔다. 태클로 퇴장 당한 후 "킬러 손흥민", "업보가 되어 돌아올 것", "더 이상 축구를 할 자격이 없다"는 등의 악플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설리 씨 자살 사건 이후 댓글 자정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박대출(진주시갑, 자유한국당) 의원이 악플 근절을 위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댓글 아이디 풀네임을 공개하고 IP를 공개해 온라인 댓
새마을운동은 국민운동이다. 정치·종교·이념을 배제하고 사익추구를 금지하는 중립적 운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번 위기를 맞아 왔다. 이 정부 들어서도 위기는 있었다. 다행히도 문재인 대통령의 ‘2017 아세안 정상회의’ 후 각국 정상들로부터 새마을운동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감사 인사를 받은 후 “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이나 사업이라도 성과가 있으면 바꾸지 말고 계속 추진해 달라. 새마을의 이름도 바꾸지 말라”라고 정리하자 논란이 끝나면서 위기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지난 달 28일과 29일에 수원에서 열린 ‘2019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와 ‘지구촌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는 새마을운동에 대한 역사적인 재평가가 있었다. 문대통령의 새마을운동에 대한 평가는 “오늘의 대한민국 밑바탕에는 새마을운동이 있다”, “새마을운동으로 우리는 ‘잘살아보자’는 열망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새마을지도자는 공무원증을 가지지 않았지…
‘손톱 곪는 데만 신경 쓰지, 심장 썩어 들어가는 건 모른다’는 말이 있다. 겉으로 보이는 일, 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신경 쓰고, 더 본질적이고 핵심적이 문제는 제쳐 놓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칫 우선 눈에 보이는, 덜 중요한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문제를 해결하고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엽(枝葉) 대신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먼저 무엇이 본질적이고 중요한 지를 알아내는 안목을 훈련해야 한다. 그리고 생활 속에서 실천을 통해 본질추구를 습관화해야 한다. 본질에 충실한 사람은 문제의 핵심과 일의 우선순위를 빨리 정확하게 파악한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시키는 능력과 직관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본질에 충실한,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질에 충실한 사람은 담력이 있다. 바른 선택과 결정을 잘 한다. 본질에 충실한 사람은 우유부단하지 않다. 경우에 따라 본질이 아닌 지엽적인 것은 과감하게 무시하거나 포기한다. 선택을 해야 할 경우 덜 중요한 것은 가차 없이 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다. 결혼 전 좋아했던 여자들이 있었다면 그 중에서 한 사람의 결혼
떠날 때를 정확히 알고 떠나기란 쉽지 않다. 욕심때문이리라. 그래서 이형기 시인은 ‘낙화(落花)’라는 시에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읊었다. 가을은 이별의 계절이다. 하여, ‘죽음’과 ‘퇴직’이 잦다. 전자는 인간의 의지가 개입할 여지가 희박하지만 후자는 다르다. 정년도 있고 명예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예도 보장되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으면 쉽지 않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결정을 한 공직자가 있어 눈길을 끈다. 그는 공직생활과 장애 아들이 있는 가정과 부인에 대한 외조, 이 세가지를 충실히 마치고 공로연수 대신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대강의 이력은 이렇다. 1980년 일반 공채를 통해 공직에 입문, 2015년 지방서기관으로 승진했다. 2019년 11월 15일 명예퇴임식을 앞두고 있다. 공직생활 39년동안 의왕시와 용인시에서 시장 4명의 비서실장을 했다. 민선이후 심한 정치적 부침에도 불구하고 정당이 다른 시장의 비서실장을 연임했다는 것은 공직(公職)에 대한 자기 철학이 뚜렷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동료들은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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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인 2013년 12월5일, 우리의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였다. 등재 이유는 이렇다. “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세대를 거쳐 내려온 김장이 한국인들에게는 이웃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한편 그들 사이에 연대감과 정체성, 소속감을 증대시켰다” 그러면서 “김장의 등재는 비슷하게 자연재료를 창의적으로 이용하는 식습관을 가진 국내외 다양한 공동체간의 대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부연 설명도 했다. 760여년을 이어져 내려온 ‘전통 음식문화’의 우수성과 더불어 한국만이 갖고 있는 친환경적 ‘선도 음식문화’를 높이 평가 한 것이다. 이렇듯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것, 특히 공동 작업인 김장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재확인시켜 주는 일로 예부터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가정과 공동체 무두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지역적 차이가 존재하지만, 김장에 쓰이는 특별한 방법과 재료는 세대를 통해 전승되는 중요한 가족 유산으로 지금도 남아있다. 우리의 삶속에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세계속에 각인된 김치와 관련한 국가 이미지를 놓고 보면 더욱 그렇다. 김장은 이같은 김치를 담그는…
오금덩이라는 곳 /백석 어스름저녁 국수당 돌각담의 수무나무 가지에 녀귀의 탱을 걸고 나물매 갖추어 놓고 비난수를 하는 젊은 새악시들 잘 먹고 가라 서리서리 물러가라 네 소원 풀었으니 다시 침노 말아라 벌개 녘에서 바리깨를 뚜드리는 쇳소리가 나면 누가 눈을 앓어서 부증이 나서 찰거마리를 부르는 것이다 마을에서는 피성한 눈 에 저린 팔다리에 거마리를 붙인다 여우가 우는 밤이면 잠없는 노친네들은 일어나 팥을 깔이며 방뇨를 한다 여우가 주둥이를 향하고 우는 집에서는 다음날 으레히 흉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이 시는 토속적인 생활상을 그려준 시다. 오금덩이라는 곳은 어느 지명이다. 샤머니즘이 지배하는 우리의 토속적인 공간을 묘사하고 있다는 시로 해석하는데 인간과 사물과 동물들을 망라하는 토속풍경의 원시적인 정취를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백석 시인이 인간의 자유의지가 가능한 현실적인 상황들을 대처해 해석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신의 존재성과 영혼의 세계는 어떤 형태로든 부담스러운 신의 영역들이다. 실제로 지금도 부적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 있고, 자신이 믿는 신앙에 의존해 인간의 가치와 존엄적인 상상의 세계를 확장화 시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신에 의해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지출을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 5천억원 규모로, 수입은 1.2% 늘어난 482조원으로 편성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지출을 늘리기 위한 적자국채발행은 사상 최대인 60조2천억원에 달하는데, 올해보다 26조4천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전체 예산 대비 적자국채 비중도 올해 6.4%에서 내년에 11.7%로 늘어나고,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39.8%로 확대된다. 예산의 12% 가량을 빚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이자를 더해 갚아야 하는 국채는 결국 미래세대로부터 빌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래 이 돈을 갚아야 할 20대 이하 청년들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물론 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110% 정도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매우 안정적이니 큰 걱정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높은 채무비율을 유지하는 국가들은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는 미국, 일본, 독일(유로화) 등으로 우리나라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밖에 호주·덴마크·스웨덴 등은 40~50%대 수준으로 우리와 비슷한데, 이들과 우리나라는 발권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래세대로부터 빚을 내는 적자예산은
조선 영조 때 사람 김천택(金天澤)은 평민 출신의 가인(歌人)으로 악론(樂論)에 통달하고 가객을 알아보는 눈이 밝았을 뿐 아니라 음악적 열정이 대단했다고 전해지나, 예인(藝人)이 천대받던 시대적 벽에 부닥쳐 그의 청아한 뜻은 제대로 펼쳐지지 못하고 불우한 삶을 살았다. 그런 처지에서도 당시 문인들의 개인 문집에 실렸거나 구비전승되어 오던 시조들을 모아 ‘청구영언(靑丘永言)’이라는 시조집을 펴냈다. 그는 발문에서 “우리 노래가 입으로만 읊어지다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후세에 전하고자 기록한다”고 엮은 취지를 소략하게 밝히고 있다. ‘청구영언(靑丘永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시조집으로 김수장이 펴낸 ‘해동가요(海東歌謠)’, 박효관 등이 펴낸 ‘가곡원류(歌曲源流)’와 함께 3대 시조집으로 일컬어진다. 청구영언은 그동안 원본이 미공개된 상태로 1948년 ‘조선진서간행회(朝鮮眞書刊行會)’에서 활자본으로 500부 한정 발행된 2차본만 세상에 통용돼왔다. 그러던 중 3년여 전에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하면서 그동안 소장하고 있던 통문관으로부터 원본을 사들였다고 한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고문서 자료들은 개인의 손에 들어가면 이해관계에 따라 자칫 해외로 유출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