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을 한다. 호숫가를 걷다보니 가장자리에 작은 집이 보인다. 누런 박스로 된 허름한 집 한 채. 마침 주인장이 고개를 파묻고 아침잠을 자고 있다. 하얀 바탕에 노란 얼룩. 부드럽고 따뜻하게 보이는 등을 쓰다듬고 싶어진다. 그 작은 박스가 고양이의 보금자리인 모양이다. 홍콩의 센트럴역이 생각난다. 내 눈을 붙잡은 것은 동남아 여자들이었다. 그들은 보도블록에 박스를 깔고 앉아 있었다. 가로 세로 120센티미터 정도 되는 공간을 각각 차지하고 박스를 낮게 세워 경계를 구분한 그곳에서 밥도 해먹고 이야기도 하며 지내고 있었다. 가사도우미로 온 필리핀 여자들이었다. 임금도 훨씬 싸고 영어를 쓰기 때문에 홍콩 사람들이 고용한다. 그런데 홍콩의 집값이 워낙 비싸고 면적도 좁다보니 그들에게 방 하나를 내줄 수가 없다. 주어진 공간은 선반이나 다락같은 곳이라고 한다. 평일에는 거기에서 잠을 자지만 주말에는 일을 쉬니 그 집에 있을 수가 없어 사람들이 오가는 복잡한 역 주변에 박스를 깔고 앉아 휴일을 보낸다. 역사상 인간이 저지른 비인간적인 행위 중 하나가 노예무역이다. 노예선박의 해상 이동 과정은 알다시피 끔찍하다. 선박 갑판 아래 사람이 겨우 누울 자리, 그것도 서
과거에 비해 경기 침체로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은 대폭 줄었지만, 취업을 앞둔 취준생과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들도 성형외과를 찾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서울 서초동 Y성형외과에서 내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조사결과를 보면, 전체의 39.2퍼센트가 취업 등에 도움이 되고자 부드러운 인상을 만들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 병원의 원장은 대학졸업을 앞둔 20대 초반의 젊은이나 재취업을 원하는 20대 후반의 직장인 등이 면접을 위해 성형을 상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하였다. 특히 예전에는 쌍꺼풀이나 코 성형이 주를 이루었지만 요즘에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위한 수술의 선호도가 높다고 전했다. 그 만큼 ‘좋은 인상’ 은 취업뿐 아니라 살아가면서 매우 큰 강점이 되는 듯하다. 애완견 중 ‘사모예드’ 는 주로 하얀색 털에 웬만한 어린아이보다 큰 체구를 가진 시베리아의 썰매견이다. 사모예드의 평상시 표정은 항상 웃고 있는 듯한 '미소천사’ 그 자체이다. 반면 큰 덩치로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릴 땐 주변의 다른 개들이 얼른 꼬리를 내리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칠만큼 사납고 무서워 보이지만 좀처럼 시끄럽게 짖거나 사
요즘 같은 설을 앞두거나 생일, 결혼 등 각종 기념일에 축하의 마음을 표현 하는 데는 선물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상대방 마음에 들고 꼭 필요한 품목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좁았던 조선시대엔 어떤 물건을 선물로 주고 받았을까? 김풍기교수(강원대)가 지은 ‘선물의 문화사’를 보면 대략 19가지로 구분된다. 그중 인기 품목을 보면 쌀·조·수수 등 곡식, 생선·조개·새우젓 등 음식류, 옷감·의복·바느질 도구 등 의복류, 서책·시문·붓·종이·벼루 등이다. 선조들은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물건을 선물로 주고받았음을 알 수 있다. 김교수는 이를 두고 “선물은 빈한한 일상을 보완하는 하나의 경제방식으로 여겨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받으며 일상의 부족분을 채웠고 어려운 처지의 주변인들을 도왔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다. 조선시대 선물은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는 것을 넘어 뜻을 전하는 매개체이기도 했다. 왕이 신하와 백성에게 내리는 선물은 특히 그랬다. 선물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품목과 의미가 달라져 왔다. 선물에는 주고받는 사람 사이의 정서적 특별함과 동시에 사회적 상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인기 높은 시대별
마음 다공증 /김청미 누가 내 속을 알 것이오 가난한 집안 큰 메느리로 들어와 핵교도 안 간 막내 시누이 새끼보담 더 신경 써 벤또 싸주고 빤스까지 내 손으로 빨아줌서 손꾸락 까딱 안 허게 귀허게만 대접혀 시집보냈드마 잊을만 허면 전화혀서 당신이 혀준 것이 뭣이냐 삿대질허는 날이먼 심장이 벌렁거림서 가심도 답답허고 찬바람이 돔서 멀쩡허던 삭신이 주저앉을 거 맹키로 아프다니께 참말로 몸뚱이도 그라지만 내 맘이 숭숭난 구멍은 세도 못할 것이여 손꾸락 뽈 힘도 안 냉기고 아등바등 해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여 - 시집 ‘청미 처방전’ 중에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말이 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아무리 애를 써서 잘 해주어도 결국은 그 노력들은 헛수고가 되고 어떤 때는 오히려 배신을 당하는 수도 있으니 그런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시인은 현직 약사다. 시누이에게 서운했던 마음을 안고 할머니가 약국에 온다. 약국에 와서 한바탕 속내를 털어놓고 나면 조금은 서운했던 마음이 풀어졌으리라. 가슴 한켠으로 찬바람이 숭숭 드나드는 할머니의 푸념을 끝까지 들어주면서 고개를 끄덕여주고 손이라도 잡아주는 그것이
최근 ‘놀면 뭐 하니’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칼럼니스트는 이 프로그램의 성공 이유로 담당 PD의 유연성을 꼽았는데, ‘유산슬’이라는 캐릭터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이를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계획을 급하게 수정했다는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이나 미술 작업이나 계획대로 되기보다 우연한 계기로 급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가 보다. 사실 ‘놀면 뭐 하니’라는 질문은 예술가들에게는 뼈아픈 질문이다. 예술가를 둘러싼 사회와 제도는 예술가를 향하여 늘 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놀면서 우연히 탄생한 뛰어난 창작물들이 역사에 그리 많았는데도 말이다. 에디슨의 그 유명한 명언,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실제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1%의 영감이 아니면 그러한 성과를 낼 수 없었다’는 자기자랑이었음을 아는 사람들도 많지 않겠지. 물론 ‘놀면 뭐 하니’ 제작팀이 예술가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고 프로그램의 제목을 그렇게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놀기 좋아하는 허다한 사람들을 몰아세우려는 의도는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출연자들이 낄낄대며 정말 신나게 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정의 형식과 계
재래시장에 갔다. 시장을 들어서자 명절 분위기가 확 풍긴다. 대목 특수를 위해 준비된 상품들로 점포가 꽉 찼다. 선물용 과일 상자가 수북이 쌓인 과일전과 수산물 코너, 야채가게 등 물건도 많지만 사람들도 부쩍 많아졌다. 시장 가운데 통로에 자리 잡은 분식코너에 삼삼오오 모여 떡볶이와 공갈빵 도넛 등을 먹고 포장해가는 사람들로 바쁘다. 떡볶이집 주인은 근 삼십여 년 전부터 단골이다. 첫 아이 어릴 때 손잡고 와서 지금까지 가끔 들르는 곳이다. 닳을 대로 닳아 윤기 나는 전대로 수없이 드나들던 꿈과 희망 그리고 하루치의 노역이 그녀의 뻑뻑해진 관절과 입담에 녹아있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자신을 잘 지켜준 육신과 시장골목에 고맙다며 쉼 없이 호떡을 굽고 떡볶이를 담아내는 손길이 거침없다. 이렇게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있는 곳이지만 주차공간이 협소하고 상품의 진열상태며 열악한 환경이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을 줄어들게 하는 원인이었는데 지금은 단장을 하여 깔끔하고 청결해졌다. 시장 통로에 지붕을 만들었고 간판을 규격화했으며 노상에 제품을 쌓아 통행에 불편을 주던 것도 많이 개선되었다. 명절 때는 전통시장 주변에 임시주차를 허용하는 구간이 정해졌고 지역화폐를 10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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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지역간 수돗물 요금 격차 해소 정책’ 주제 토론회가 경기도의회 이필근 의원(수원1) 주최로 경기연구원에서 열렸다. 이의원이 이 토론회를 마련한 이유는 경기도내 지역 간 수돗물 값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날 이의원은 같은 상수도 물인데도 도내 지방자치단체별로 2~3배 차이가 난다면서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2017년 기준 환경부 상수도통계를 보자. 도내 각 기초정부의 수돗물 값이 가장 비싼 곳은 우리가 ‘물 좋고 공기 좋은 청정지역’이라고 생각하는 가평군으로 톤당 가격은 1천258원이었다. 그 다음은 이천시 1천221원, 양평군 1천155원, 포천시 963.76원, 동두천시 960.86원, 평택시 955.68원, 양주시 930.8원, 안성시 914.64원, 과천시 906.25원, 연천군 896.77원, 화성시 860.63원 등의 순이었다. 가장 요금이 낮은 지역은 성남시 452원, 안산시 527원, 광명시 564원 등이었다. 경기도의 수부도시 수원시는 636.5원이었다. 같은 경기도내인데도 성남시와 가평군은 3배 정도 차이가 난다. 전국에서 수돗물 값이 가장 비싼 지역은 강원도로써 평균 957.6원인데 이보다 경기도 가평군이 300원정
경기도가 ‘문턱없는 관광지 29곳에 대한 이용정보를 담은 종합 안내서(가이드 북)’를 만들었다. 지난해 장애인과 노약자, 임산부 등 관광약자들이 편안하게 관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문턱 없는 경기관광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한지 1년 만에 내놓은 성과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전광석화(電光石火)’같아 믿음이 간다. 그동안 관광약자들은 ‘보고 싶어도, 가고 싶어도, 그럴수 없는 관광지’가 많았다. 관광 자체가 ‘그림의 떡’이었다. 이번 종합 안내서가 관광 불모지에서 살았던 이들에게 희망의 싹을 틔웠다. 이 싹의 뿌리가 ‘탁상행정’이라는 통념을 깨고 현장(관광지)을 전문가와 함께 철저히 답사한 결과여서 튼실하다. 관광약자들이 사전 정보없이 방문했을때 느낄 수 있는 당황함과 난감함을 대폭 줄였다. 전문가들이 실제 이동과 접근이 가능한 추천동선을 찾아냈다. 또 편의시설에 대한 정보와 사용법은 물론, 음식점과 숙박시설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도 수록했다. 관광약자들이 꿈꿨던 ▲가까이에서 보고 ▲잘 먹고 ▲편히 쉴수 있는 관광을 위한 ‘길라잡이’다. 역시, 중요한 것은 의지였다. 특히 종합 안내서에는 가상 세계에서 사람이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할
1월 1일은 누구나 새로운 마음가짐과 설렘으로 해를 맞이한다. 해가 바뀌었으니 지난해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각오와 기대가 가득하다. 그러나 이날을 설이라 하지는 않는다. 우리 조상은 음력 1월 1일을 새해 첫 날로 정해 설이라 하여 가장 큰 명절로 여겼다. 오는 25일이 설이기에 4일간의 연휴기간 동안 고향과 부모를 찾아 즐긴다. 삼국사기에 백제는 261년에 설맞이 행사를 하였고, 신라는 651년 정월 초하룻날에 왕이 조원 전에 나와 백관들의 새해 축하를 받았는데 이때부터 왕에게 새해를 축하하는 의례가 시작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들어 양력을 기준으로 하면서 양력 1월 1일을 설이라 하고, 음력설은 강제로 쇠지 못하게 하였으나, 오랜 전통에 의해 실효가 없었다. 광복 후에도 양력설에 3일을 공휴일로 하였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 시에 2중과세가 문제되고, 정권 반대 시위가 심해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 1985년에 설을 ‘민속의 날’이라 하여 공휴일로 하였다가 귀향 인파가 늘어나면서 ‘설날’로 정착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음력은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더러 있다. 양력은 태양을 중심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날짜가 계절에 잘 맞는 것은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