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졸업을, 규정된 교과나 학업을 마친다는 뜻으로 대부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졸업을 ‘새로운 시작’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졸업식을 뜻하는 단어도 ‘graduation’ 보다는 ‘시작, 개시’의 의미를 지닌 ‘commencement’를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졸업식의 백미인 축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주로 설파 한다. 특히 대학 졸업식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캠퍼스의 ‘마지막 수업’ 답게 유명 인사들의 경험이 담긴 명연설이 많고 일반인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졸업시즌이면 유명대학 졸업식 축사가 해마다 세계 언론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인생의 출발선을 강조하는 졸업식 축사를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는 단 두 문장으로 마쳐 지금도 회자 된다. 옥스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강조한 “포기하지 말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 그것이다. 이 명재상의 촌철살인적 연설은 어떤 긴 축사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기며 지금까지 전설로 전해온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졸업 축사를 하는 대부분의 명사는 이처럼 꿈과 도전의식을 강조한다. 졸업 후 맞닥뜨릴 현실이 그만큼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
하루 종일 /방민호 하루 종일 노란 종이배 접기 오래 잊었던 종이배 접기 노란 허공에 뜬 종이배 내가 만든 노란 하루 종일 노란 종이배 접어 무정한 파도 위에 곱게 띄우기 - 방민호 시집 ‘내 고통은 바닷속 한 방울의 공기도 되지 못했네’ 중에서 우리의 생명은 창조론에서 비롯되었든 진화론에서 비롯되었든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지금의 ‘나’는 수억 년 혹은 수십억 년 지속되어온 내 생명의 유전자 끈이 끊어지지 않았기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장구한 끈이 이어져 지금의 ‘우리’가 되지 않았는가. 부모와 형제자매와 친인척이 되어 고통과 기쁨을 나누고 있지 않은가. 친구와 동지와 하물며 원수와 적들과도 같은 땅과 같은 하늘 아래에서 슬픔과 즐거움을 섞어 서로 부대끼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304명의 생명들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였다. 벌써 4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는 그때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그저 다시 돌아오기만을 바라며 하루 종일 노란 리본을 달고 노란 종이배를 접었을 뿐이다. 서너 다리 건너면 알 수도 있는 희생자들을 눈물로 배웅하며, 원통히 종이배만 접었을 뿐
2018년 2월16일 설날 아침 윤성빈이 대한민국 청년들의 희망을 쏘아올렸다. 한국 스켈레톤의 희망 윤성빈(24·강원도청)이 한국 썰매 사상 첫 금메달이라는 기적과도 같은 쾌거를 만들어냈다. 윤성빈은 지난 16일 평창 알펜시아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남자 4차 주행에서 50초02로 결승선을 통과, 또 한 번 트랙 신기록을 세웠다. 3차 주행에서 50초18로 결승선을 통과한 윤성빈은 합계 3분20초55를 기록,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선수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다. 동계올림픽 설상 종목으로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금메달을 안긴 윤성빈의 쾌거에 외국 언론들도 찬사를 보냈을 정도다. 미국 NBC는 “윤성빈이 네 차례의 압도적인 레이스로 조국에 첫 썰매 금메달을 안겨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딴 국가는 이제 10개국으로 늘어나는 변화를 가져왔다”며 “‘승리의 질주’였던 4차 시기에서도 윤성빈은 흠 없는 주행을 펼쳐 국민적 영웅이 됐고, 4차례 주행 모두 가장 빠른 기록을 내며 충격적인 업적을 남겼다”면서 “그의 주행은 세기의 퍼포먼스였다. 그는 이 종목의 전설처럼 보였다”고 극찬했다. AP통신은 또 윤성빈과 2위 니키타 트레구보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달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부산시당 신년인사회에서 “헌법개정을 안 해도 지방분권 시대가 헌법에 선언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지방분권을 주장해 온 지방정부들과 지방분권 전문가들은 지방분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현 헌법은 지방이 자립·자생할 수 없도록 돼 있고, 그동안 입법 작업을 통한 지방분권 작업이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방해로 여러 차례 무산됐다는 것이다. 지방분권개헌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 모두가 6월 지방선거에 시행하겠다는 대선공약으로도 발표한 바 있다. 본란을 통해 수차례 언급했지만 지방분권개헌은 진정한 지방자치시대를 열기 위한 핵심 국정과제다. 지방분권은 지방정부를 중앙정부의 하급집행기관이 아닌 책임감 있는 자율적인 정책기관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제 6·13 지방선거가 목전에 다가오면서 지방정부들은 절박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1월 2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29명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국민 공동신년사를 발표했다. 당시 공동신년사 발표를 주도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현재 정치권이 개헌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개헌안 합의 자체가 어
아니, 이런 보너스라니! 내가 앉은 바로 앞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선수들이 캐나다 선수들과 컬링경기를 하고 있다. 하얀 얼음판위를 정교하게 날아다니는 스톤들의 춤사위. 날렵하게 또는 유유히 미끄러져 아슬아슬하게 파고드는 작전. 기묘한 각도로 상대를 밀어내고 안착하는 기술. 연거푸 쳐 내는 상대의 집요한 공격.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 가늠하기는 참 어려웠다. 마치 오늘 내가 그린 이 그림처럼 말이다. 어제 오후부터 적극적으로 시도한 입장권 구하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라니 마치 나의 사명인 것처럼 꼭 가보고 싶었다. 스포츠 광이어서도 아니고 관계자는 더더욱 아니었지만 단지 세계인의 축제, 그 중심에서 그들과 더불어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을 뿐. 밤 12시가 넘어서야 손에 쥔 누군가가 포기해준 너무나 소중한 입장권. 우리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5시에는 출발해야 했다. 횡성 휴게소를 11킬로미터쯤 남기고 산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사면을 둘러친 산, 그 어디쯤에서 해가 뜨고 있는지는 도무지 모를 일.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다시 바라보았을 땐 이미 해오름 앞에 하얗게 눈 덮인 산들이 제 몸피를 켜켜이 토해놓고 있었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이른 아침 고속
프랑스 소설 ‘도살장 사람들’(조엘 에글로프)에 나오는 마을은 쓰레기하치장, 폐수처리장, 게다가 비행장까지 인접한 공장지대로 낮에도 가로등이 꺼지지 않는 암울한 곳이다. 서풍은 썩은 달걀 냄새를 실어오고 동풍이 불면 유황 냄새에 목이 꽉 메고 북풍이 불면 시커먼 연기가 날아든다. 어린애들은 창백하고 어른들은 제대로 늙을 수조차 없는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학생들은 무언가를 배우려고 소, 돼지를 밤낮없이 잡아대는 그 마을 도살장까지 찾는다. 요일별로 모든 연령대의 방문객을 받아주는 그 도살장 현장학습을, 유치원 선생님은 격주로 금요일에 실시한다. “음메” 하고 우는 암소, “메” 하고 우는 양을 살펴보고 소시지는 무얼 넣어서 만드는지 알아본다. 그 현장학습은 몇 달 동안, 그러니까 아이들이 싫증을 낼 때까지 계속된다. ‘머리가 큰 상급학교 아이들’은 주로 기술적인 것에 흥미를 느껴서 자동장치들 즉 전기·수압·공기압력으로 움직이는 기계들을 궁금해 한다. 조만간 취업전선에 나설 학생들의 학습은 더 깊다. 그들은 긴 질문 목록을 가지고 나타나 구체적인
귀뚜라미 우는 밤 /김순덕 어둠 속 주머니에 열정 모두 감추고 숯덩이처럼 우뚝 서서 졸고 있는 앞산아 문득 떠오르는 엣 생각 잠 못 드는 이 밤 백지처럼 하얗게 잊으려는 나의 마음 너는 외면하고 있구나 찬서리 섞인 가을바람 나뭇잎 신음소리 커 가는데 정작에 시달리는 나의 노래 귀뚜라미 우는 작은 도시에서 밤을 지샌다. 시인의 가벼운 시적진술 같지만 정직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진술이다. 에밀리 디킨슨은 머리가 완전히 폭발해버린 듯한 느낌을 받을 때 시를 쓴다고 했다. 또 로버트 프로스트는 목에 무언가 뜨거운 것이 치밀면, 그것은 시를 쓰라는 신호라고 했다. 그렇다 시인은 자신의 심장으로 울어서 대변해 주는 사람이 시인이다. 시인의 적막한 어둠에서 어떤 화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일까? 생의이면에서 오는 냉혹한 밤을 시적장치로 끌어안고 바람과 귀뚜라미 소리를 대비시켜 고독한 시간을 견디며 마음의 색깔을 칠하고 있다. 외로운 시간들은 엄중하고 처연하다. 시간은 두 개의 디딤돌을 들고 갈 뿐이다. 오늘과 미래의 시간으로 가는 무서운 시간일 뿐이다. 시인이여! 깊은 잠에서 깨어나 보자 거기에 사랑도 있고, 눈물도 있고 이별도 있을 것이다. 어둠 속 주머니를 더 열어두
살다 보면 뭔 일인들 없겠냐 싶기도 한 게 사람들의 삶인데 평소 친분이 있는 지인도 어이없는 일로 법원을 들락거리는 일을 겪었습니다. 말이란 것이 얼마나 무섭고 잘못하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아니 누군가에게 그것을 느끼게 해준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잘 아는 지인은 8년 전쯤에 특별한 목적이 있어 ㅇㅇ역 근처에 토지를 매입했습니다. 그러나 토지를 매입할 당시부터 인근에서 숙박업을 하는 사람이 전 토지 주인으로부터 계속 사용을 승낙받았다는 근거 없는 이유를 대며 점유 사용하면서 비켜줄 생각을 안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지인에게조차 막말을 해가면서 온갖 못된 짓을 해대니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 생업에 지장이 있으니 그렇겠지 하면서 배려 아닌 배려로 타의에 의해서 사용을 못하고 지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토지를 취득할 당시에 이야기지만 2년만 쓴다는 억지에 밀려난 것이 세월이 가니 이제는 말이 점점 바뀌고 본인들이 흙을 매립한 것이니 본인들의 땅이며 흙을 자신들이 파가기 전까지는 얼씬도 못한다고 폭언과 함께 함께 법대로 하라고, 법대로 해도 안 비켜줘도 된다고 생떼를 쓰는 바람에 설마 설마하면서 세
현직 여성 검사의 성추행 폭로 이후 ‘미투(MeToo)’ 캠페인이 확산되는 가운데 현직 부장검사가 강제추행 혐의로 12일 긴급체포됐다.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출범한 이후 현직 부장검사에 대한 강제 신병 확보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조사단이 출범한 지 12일 만에 안태근 전 검사장 외에 또 다른 검찰 간부인 현직 부장의 성범죄 혐의를 포착하면서 수사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긴급체포된 부장검사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소속으로 조사단 팀장인 박현주 부장검사와 검찰 계장 2명이 이날 고양지청에서 직접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태근(52·사법연수원 20기) 전 검사장에 대해서도 조사단의 공개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 전 검사장은 성추행이 사실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고소 기간이 지나 더는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참고인 조사가 진행되면서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정황과 함께 그가 서 검사의 인사 과정에 부적절하게 개입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서 검사의 주장대로 안 전 검사가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 ‘직권남용권리행사
이제 설 연휴가 시작된다. 모든 거의 모든 관공서와 회사들이 4일간 문을 닫고 귀성객들의 차량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러나 예외인 사람들도 있다. 바로 119구조대다. 이들은 명절연휴기간이 오히려 더 바쁘다고 한다. 하지만 황당한 전화가 접수돼 고충을 겪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 때 119 종합 상황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현직 소방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보면 그들의 고충을 알 수 있다. 그는 ‘저는 소방관입니다’라는 글을 통해 소방관으로서의 임무를 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119는 부른다고 무조건 가야 하는 머슴이 아닙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추석 연휴 때 접수받았던 황당한 신고 전화의 예를 들었다. 이를테면 ‘휴대폰을 산에서 잃어버렸다. 상당히 중요한 문서가 저장돼 있으니 찾아 달라’ ‘다리가 아프니 집까지 데려다 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김치냉장고 작동이 잘 안되는데 와서 봐줘라’는 전화에 난색을 표하자 ‘나 세금 꼬박꼬박 내고 국민이 필요해서 부르는데 와야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으냐’는 몰상식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방문 따주기, 동네 도둑고양이 잡기, 만취 등산객 업고 내려오기, 손가락 반지 빼주기 등 비긴급 생활민원까지 해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