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를수록 규모가 커지는 사찰들이 많다. 당연히 세월이 지날수록 사찰의 규모도 커져야겠지만, 그래도 과거의 추억을 더듬어 다시 찾았을 때 옛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사찰에 적잖이 실망을 하게 된다. 그러한 면에서 봉정사는 늘 갈 때마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지난 여행에 이어 오늘도 봉정사 여행을 이어가보자. 극락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고금당과 화엄강당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극락전과 고금당, 화엄강당이 만들어낸 마당에 삼층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이 삼층석탑은 극락전의 단순함과 한 세트처럼 수수한 느낌이다. 상륜부 꼭대기의 장식도 일부만 남아 있다. 이 곳에서는 삼층석탑보다도 더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이 있으니 바로 삼층석탑 앞에 쌓인 돌탑들이다. 지난 5월 영국 앤드루 왕자가 방문했을 때도 이 돌탑에 돌을 쌓았었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오셨을 때도 이 돌탑에 소망의 돌을 쌓았다. 그래서 삼층석탑보다도 더 유명세를 탄 돌탑이 됐다. 극락전 마당 좌우에 있는 고금당과 화엄강당은 모두 보물로 지정된 건물들이다. 고금당이 보물 제449호, 화엄강당이 보물 제448호로 지정됐다. 두 건물 모두 조선 중기의 건물이다. 고금당은 참
“황소만한 크기에 코끼리 상아만한 엄금니를 지녔으며, 눈은 피를 뿜듯이 붉고 온몸에 창날 같은 털이 돋아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칼리돈의 멧돼지’의 외모다. 그리스 신화에는 난푹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 멧돼지의 사냥을 둘러싼 유명한 일화가 있다. “칼리돈의 왕 오이네우스는 풍년이 들자 그 수확을 기뻐하며 모든 신들에게 감사의 제물을 올렸다. 하지만 아르테미스 여신은 제외시켰다. 이에 격분한 아르테미스는 자신의 하녀를 멧돼지로 변신시켜 칼리돈으로 내려보냈다. 이 멧돼지는 농부들이 힘써 일군 논밭을 쑥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등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끼쳤다. 이에 오이네우스의 아들 멜레아그로스가 그리스 전역의 영웅들에게 멧돼지를 처치하는 데 힘을 모아 주기를 호소하자, 여러 영웅들이 모여들었다. 사냥이 시작되어 영웅들이 멧돼지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오히려 멧돼지의 엄니에 찔려 죽는 등 사상자가 속출하였다. 그러나 결국 칼리돈의 왕자 멜레아그로스의 창에 제거돼 평화를 찾았다”는 내용이다. 상견치가 주둥이 밖으로 쑥 나와 있다는 등의 신화속 멧돼지의 외모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원래 자기를 해치지 않는 이상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성격이다. 청각이나…
정주성 /백석 산턱 원두막은 뷔였나 불빛이 외롭다 헝겊심지에 아즈까리 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리 조을든 문허진 성터 반디불이 난다 파란 혼(魂)들 같다 어데서 말있는 듯이 크다란 산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헐리다 남은 성문이 한울빛 같이 훤하다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시인이 고향마을의 유산과 향수와 정신이 잘 담겨진 이 시는 1935년 조선일보에 발표해 백석이 시단에 데뷔한 작품이다. 고향마을은 누구나 떠나있으면서도 주검의 목전에 다다른 계절의 상황들이 닥치게 되면 수구초심(首丘初心) 같은 고향으로 동경하는 게 인간의 심리다. 시인역시 정주성의 밤에서 어두운 불빛을 보고 자아를 꺼내어 곱씹어 성찰한다. 허름한 등잔불의 풍광들이 외처롭게 느껴지는 고향마을 산하의 현실과 자신의 암담한 처지를 읽을 수 있다. 고향을 버리거나 성취하고자 했던 연민과 향수는 자신이 처한 그리움자락의 서러운 마음들이다. 여기서 무너진 성터는 쇠락한 역사의 한 장으로 허망한 감정들을 담았다. 시인은 폐허가 된 정주성에서 밤하늘에 비친 고향의 숨결들로 날이 밝으면 청배를 파는 늙은 사람들이 삶을 연명하는 모습과 남아있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세 가지 질문’에서 왕이 던지는 질문이다. 여러분은 어떤 대답이 떠오르는가?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왕은 혼자서 현인을 찾아간다. 하지만 현인은 왕의 질문에 아무런 말이 없다. 왕은 궁으로 돌아가려다가 나이 많은 현인을 조금이라도 도와주기 위해 직접 밭이랑을 판다. 모든 일을 마친 왕이 돌아가려는 순간 다친 사람이 왕의 앞에 나타나 쓰러진다. 놀란 왕은 다친 사람을 치료해주고 다행히 그는 목숨을 건진다. 사실 그 사람은 왕을 죽이려 한 사람이다. 하지만 왕이 나이 많은 현인을 위해 대신 일을 하느라 현인의 집에 머물러 있었기에 만날 수가 없었고 왕의 군대를 만나 큰 부상을 입었다. 왕은 그런 그를 열심히 도와준 것이다. 부상에서 회복한 그는 왕에게 용서를 구한다. 이때 현인은 왕의 질문에 드디어 답한다.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 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ls…
뜬금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주체할 수 없는 시간 속으로 들어간 것일까? 힘주어 눈을 감아도 하염없이 흐르는 이 눈물의 시작은 양갱 때문이다. 시월의 가을 아침, 쌉쌀한 녹차와 더불어 다식으로 먹게 된 팥 양갱 한 조각이 모처럼의 공휴일 아침을 감성의 봇물로 허우적거리게 했다. 오늘처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달려갔던 곳. 팔순을 훌쩍 넘긴 하정 선생님은 아침부터 정갈하게 한복을 차려입고 계셨다. 시간차를 두고 피고 지는 백일홍, 그 꽃은 언제고 방글거렸다. 항아리 장독을 열어놓아 문득문득 장 냄새가 스멀거리기도 하고 어설프게 심어놓은 녹차나무 잎들이 바스락거리는가 하면 항아리 뚜껑위로 소복하게 쏟아놓은 좁쌀을 먹겠다고 참새 떼 재재거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다구들을 펼쳐놓았다. “차향이 좋습니다” “역시 우리 차에는 다식도 우리 것이 가장 잘 어울리지?” 하시며 내어놓았던 누룽지, 팥 양갱, 증편을 나는 참 맛나게도 먹었다. “요즘 내가 컴퓨터 재미에 푹 빠져서 지난 밤 잠을 설쳤어.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지 나도 내가 걱정이 돼 하하하!” 언젠가 눈이 펑펑 쏟아지던 수요일, 눈보라를 뚫고 엉금엉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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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는 노벨상은 모두 6개분야다.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문학, 평화, 경제학 등. 이중 10일 까지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문학 분야의 올해의 수상자가 결정됐고 나머지 평화상은 우리 시간으로 오늘 저녁 8시, 경제학상은 14일 6시45분 수상자를 발표한다.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노벨상. 하지만 언제 부턴가 수상자의 업적과 실적은 뒤로 밀리고 수치((數値)상 신기록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엊그제 발표한 화학상도 그렇다. 리튬 이온 배터리(전지)를 개발하고 상용화에 기여한 미국·영국·일본인 과학자 3명이 수상했으나 정작 그들의 업적보다는 역대 최고령자인 97세 수상자가 나왔다는 사실과 27번째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를 탄생시켰다는 것이 세인들에게 회자됐다. 따라서 충전하는 세상을 연 그들의 업적은 관심밖으로 밀린 형국이었다. 문학상도 비슷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1949년 이후 69년 만에 선정되지 않았다. 스웨덴 한림원이 ‘미투(Me too)’ 직격탄을 맞아 심사위원들이 사임한 탓이었다. 2017년 한림원은 여성 18명이 프랑스계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로부터 1996년부터 최근까지 성폭력을 당했
침묵의 탑 /김경윤 날마다 아들이 묻힌 소나무 아래 찾아가 한종일 한글아 내 한글아 그리운 이름 부르다 지친 아내는 저물 무렵 빈 등에 돌을 메고 돌아왔다 아내가 방 안에 부려 놓은 돌들은 날이 갈수록 쌓이고 쌓여 이제는 침묵의 탑이 되었다 바늘 뭉치 같은 시간들이 흐르는 밤마다 나는 그 탑 아래서 묵언 정진 중이다. 나무 관세음보살… 정(情)은 인간이기를 말하고자 하는 최후의 보루다. 사랑하는 아들 한글이를 가족여행을 끝으로 참화 속에 별리를 했다. 얼마나 뜨거웠을까? 애상한 곡조의 서러움들이 뼈 속을 파고든다. 시인의 내자는 깊은 슬픔에 잠을 자고 깨어나면 어눌한 문밖을 보다 문 열고 들어올 것 같은 소리를 듣는다. 사랑하는 것들이 남긴 몇 가지의 추억들을 눈물로 새겨 보낸다. 나무 밑에서 깊은 숙면으로 잠이 들어 깨어나 희망으로 일어설 것이다. 어디서 시인과 어머니를 보고 있는 것일까 아프고, 애절한 그리움이 끊어진 것일까 가을은 강물이 되고 낙엽으로 물들어가는 만산홍엽인데 가을날 하늘을 보고 누워있던 아들이 그립다. 땅 끝에서 부는 바람은 해남사람만 안다. 황토 길을 걷고, 밤고구마를 먹고, 비포장 도로 길을, 산비탈 가난한 마을사람들의…
가축은 단순히 동물만을 일컫는 건 아니다. 인간에게 단백질은 필수공급원이다. 가축은 없어서는 안 될 먹거리다. 특히 양돈 산업은 국민의 주요 영양공급원이자 연간 생산액이 7조 원 이상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가축질병으로 그 때마다 나라가 초비상상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이 20여 일 전에 파주 양돈농장에서 처음 발견됐다. 중국이나 북한에서 번져갈 때도 한국은 무풍지대라고 했다. 하지만 경기도 북부지역과 인천 강화 등에서 14번째 확진이 나왔다. 연천의 비무장지대(DMZ)에선 감염된 뒤 폐사한 멧돼지도 발견됐다. 멧돼지는 감염상태로 돌아다니는 강력한 바이러스 전파자다. 여전히 전파경로가 오리무중이라 방역당국이나 국민이 불안하다. 외국사례를 보더라도 너무 다양해 파악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를 차단하기란 쉽지 않다. 감염되면 주위 농가 돼지를 모두 살처분해야 한다. 축산업이 휘청거리지 않게 더 이상 확진 판정이 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차단방역이 이어져야 한다. 다른 비발생 청정지역은 사활을 걸고 지켜내야 한다. 방역취약 농가, 밀집된 사육단지 등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나 예찰활동을 더 강화해야 한다.
납세자들이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세법은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1. 납세자보호관과 납세자보호담당관 납세자보호(담당)관은 국세행정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납세자의 고충이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2009년 8월에 만들어졌다. 국세청은 업무수행에 있어 중립성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조세·법률·회계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외부인사를 납세자보호관으로 정하고 있으며, 납세자보호관이 독립적으로 전국의 납세자보호담당관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업무수행을 지원하고 있다. 납세자보호관은 납세자가 부당한 세금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데 이들의 구체적인 업무로 ▲세무조사기간 연장 및 조사범위 확대 승인 ▲납세자의 권리존중에 관한 세무서 및 지방청의 납세자보호담당관에 대한 지도와 감독 등이 있다. 또한, 납세자의 권리보호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위법·부당한 처분이나 위법·부당한 세무조사 및 세무조사 중 세무공무원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한 (일시)중지권 및 조사팀 교체권 ▲위법·부당한 처분(세법에 따른 납세고지 제외)에 대한 시정요구 및 근거 불명확한 처분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