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은 신들을 위한 제전이었다. 당시에 경기장에 불을 피워놓았는데, 프로메테우스가 인간들에게 선물한 불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고대 올림픽 성화의 탄생 배경이다. 그러나 첫 근대 올림픽 때부터 성화 봉송 행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스에서 열렸던 올림픽과 어떤 제전에서도 성화 봉송이 없었고 제1회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성화도 재현되지 않았다. 그 후 32년이 지난 1928년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제9회 대회에 성화가 처음 등장했다. 그나마도 특정한 신을 추모하기 위한 종교적 의식의 일환 이었을 뿐 지금과 같은 봉송 행사는 없었다. 성화 봉송이 시작된 것은 1936년 제11회 베를린 대회때다. 성화 봉송의 첫 제안자는 베를린의 올림픽 유치에 기여했던 ‘칼 디엠’이다. 이 제안을 히틀러가나치제제를 과시하고자 유치한 올림픽에 행사 하나로 추가 하면서 이루어 졌다. 따라서 한때 올림픽 성화 봉송의 시작이 2차 세계대전의 전범자인 히틀러와 이로 대표되는 군국주의적 파시즘의 홍보 수단이었다는 비판이 있기도 했다. 그리스로부터 인근 7개국을 거쳐 독일까지 성화를 봉송하도록 한 것이 제2차세계대전 발발과 함께 펼쳐질 독일군의 공격 루트를 사전에 답사하는
처절 /남태식 꽃으로 불리는 것에는 암수가 따로 없다. 부드러워진 것은 모두 꽃이다. 몽둥이도 각목도 쇠막대도 꽃이다. 처절한 꽃은 어깨가 말랑말랑하다. 어깨에서 힘을 뺀 사내들은 처절하다. 처절하니 아름답다. 아름다우니 꽃 됐다. 사내들이 꽃으로 피는 집이 있다. 처절한 평화가 모여 있다. - 계간 ‘리토피아’ 가을호에서 대한민국은 처절한 꽃들의 나라이다. 사시사철 말랑말랑한 어깨를 가진 사람들이 아름답게 꽃으로 핀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처절하여 꽃으로 피고, 꽃으로 피니 아름답고, 아름다워 평화롭다. 꽃이야말로 생명과 에너지의 원천이고 이 나라의 아름다운 현실이며 가치 있는 미래의 얼굴이다. 그 꽃밭으로 촛불의 행렬이 지나가고 있다. /장종권 시인
학생들의 대피를 돕다가 숨진 단원고 교사들을 국가유공자인 ‘순직군경’에 준하는 예우를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당연한 결과다. 서울고법 행정4부는 지난 31일 고(故) 최혜정(당시 24·여)씨 등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사 4명의 유족이 국가보훈처 경기남부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인천지법도 지난 4월 세월호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사 이모(당시 32세)씨의 아내가 인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내 국가유공자(순직군경) 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바 있다. 이날 법원은 “국가유공자법을 보면 순직군경이 되려면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이라는 신분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지만,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서는 ‘공무원으로서 재난관리 등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직무수행 중 사망한 사람’으로 규정해 일반 공무원도 해당할 여지를 두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최 교사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하자 탈출하기 쉬운 5층 숙소에서 4층으로 내려가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객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황을 살피다가 자신은 구명조끼도 입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경기도가 31일 맞춤형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에너지관리공단,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시그넷EV와 충전기 설치비용 지원 및 사후관리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급속충전기와 완속충전기가 40여 곳에 설치된다. 이밖에도 도는 도비 65억 원을 투자해 올해 안으로 공영주차장 등 공공시설과 체육관, 공원 등 다중이용시설에 개방형 전기차 충전기 1천200기를 설치한다. 또 공동주택에 태그형 충전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연말까지 도내 전기차 충전기는 총 3천700기로 늘어난다. 전기차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차량 유지 관리비도 절약하고 미세먼지의 주범인 매연을 발생시키지 않아 대기질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충전이다. 일반 주유소에 비해 충전소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충전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재 고속 충전소는 기술적인 제약으로 인해 80%까지 충전하는데 20~40분이나 소요된다. 80% 이상은 완속 충전이라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전기차를 구입하려고 할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확충돼야 한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은 한국전력 제출 국정감사 자료를 근거로 한전이 전기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내년 경제도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은행도 한국 경제가 올해 3% 경제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 보면 우려되는 게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끈 주력 산업은 반도체뿐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5%, 2분기에 54% 증가하며 한국의 수출을 주도했다. 반도체와 함께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던 다른 주력 산업들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전자산업 등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출증가율은 떨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시장 내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절반으로 급감했다. 현대기아차 위기설의 뿌리는 중국시장 판매량 급감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2014년 9%에 달했던 한국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도 큰 폭으로 하락해 올해 1월 5%로 떨어졌고, 3월에는 3.4%, 4월과 5월에는 3%를 기록하고 있다. 주력 산업의 어려움은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불황의 칼끝을 벗어나지 못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하여 많은 사람들이 직
하루는 서산대사가 어느 고을을 지나가다 부잣집 대문 앞에 이르렀다. 문간에서 염불을 하니 하인이 나와서 합장을 하고 재빠르게 주인의 명을 받아 안내를 했다. 하인의 기별을 받은 주인은 대뜸 이 스님이 서산대사임을 알아보고 버선발로 달려나와 큰 절을 올린 후 이내 식구들을 불러 인사를 올리게 하고 사랑채로 드시기를 권했다. 주인에게 한 달 정도 머물러 신세를 지겠노라고 하니 오히려 언제까지라도 머물기를 청하며 허리를 굽혔다. 주인은 하인들에게 시켜 온갖 산해진미에 어린 암소까지 잡도록 했다. 서산대사께서는 송아지 고기를 멀리하고 오직 집안을 두루 살피고 있었다. 서산대사가 집 주변이며 가족들과 하인에 이르기까지 면면을 살피니 아무리 보아도 누구 하나 복이 붙은 사람이라곤 없었다. 그 집에 복이라곤 한 주먹도 없었다. 그때 마루 밑에서 누런 개 한 마리가 기어 나와 서산대사 쪽으로 꼬리를 치면서 오고 있었다. 곁에서 대사를 따라 다니던 주인영감에게 저 개를 잡아달라고 했다. 송아지 고기도 거들떠보지 않으시는 대사께서 난데없이 개를 잡으라는 말씀에 황당하게 생각하면서도 감히 거역할 수는 없었다. 커다란 가마솥에 개를 잡아넣고 갖은 재료를 넣고 고았다. 온 집안에…
계절이 바뀌고 날씨마저 차가워져서 그런가. 최근 지인들의 부고(訃告)가 유난히 많았다. 지병으로 수년간 앓다가 가족 곁을 떠난 부인과의 슬픈 이별식, 연로하셨지만 약간의 잔병치레에도 정정하시던 부친의 갑작스런 죽음 등 내용도 각기 달랐다. 이런 사연들은 으레 문상을 하며 듣는다. 그리고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다른 한편으론 자신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된다. 비슷한 가족들의 슬픔이 있었으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슬픈 감정은 잠시 그때뿐이다. 그리곤 ‘산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다시 허둥지둥 눈앞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죽음은 이같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거리가 멀다. 누구도 죽음을 거부할 수 없고 언젠가는 죽게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여전히 피하고 싶고 두렵기만 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죽음은 어쩔 수 없지만 건강한 사람도 필연적으로 도달해야 할 수밖에 없는 이 같은 죽음을 미리 준비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 듯싶다. ‘두렵기 만한 존재, 영원히 피하고 싶은 대상’ 죽음을 잘 준비하고 즐기려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많아서다. 후회 없이 생을 마무리하는 것도 잘사는 방
저울 /김은정 슬프다. 내가 서는 자리마다 균형이 깨어진다 나 내려서면 다시 0으로 돌아가는 바늘 너를 그리워하는 일도 너를 흔들어 나부끼게 하는 짓이란 걸 알고 있다 내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너는 기울어지고 내가 흘리는 눈길마다 너는 이지러진다. 슬프다, 나는 너를 망가뜨리는 무게 나 내려서면 바늘이야 다시 0으로 돌아가지만 그러나 거기는 본래 제자리는 아니다 한 번 움직인 바늘은 다시 제자리로 가지 못한다 영영. 존재란 늘 아프거나 슬프다. 존재의 매듭이란 늘 눈물을 남긴다. 최근에 잦은 죽음을 접한다. 그들이 잠깐 서서 생의 무게를 재었던 곳은 다시 빈자리란 0으로 돌아가 있다. 삶이란 제 존재의 무게를 재가는 과정이지만 우리가 원점이라 말하는 지점이 0이란 곳이다. 저울도 결국 그 어떤 무게도 재지 못한다. 거울은 이별의 상징이 된다. 누군가 제 무게를 잠깐 재었다가 떠나가며 남는 저울이란 슬픔이란 상징이 된다. 저울이 누군가를 재고서 제자리라고 믿는 0으로 돌아가지만 0의 자리란 이별의 자리가 되어있다. 맨 처음 순수했던 0의 자리가 아니라 이미 모두가 드나들고 다시 0으로 돌아가는 답습의 자리라는 것이다. 짧은 시이나 사색으로 이끌어가는 푸른 늪과…
새 정부의 첫번째 국정감사가 어제 끝났다. 오늘부터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들은 뒤 예산안 심사를 벌이게 된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예년과 다름 없었다. 정책과 민생을 먼저 챙겨야 할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고성과 삿대질, 막말과 호통치기, 무더기 자료신청과 증인채택 같은 구태가 어김없이 재연됐다. 시민단체인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밤샘 국감을 해도 시간이 부족한 터에 시간을 단축해 서둘러 국감을 일찍 종료한 사례는 오점”이라고 지적했다. 교문위의 경우 36개 기관 감사를 하루만에 끝냈다고 한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보궐이사 선임에 반발해 한 때 국감을 보이콧했던 자유한국당과 여당의 공방은 정회를 거듭했다. 정책감사는커녕 당리당략을 앞세운 싸움에만 골몰한 느낌이다. 언제나 이 풍경이 달라질지 기대하는 게 어불성설인지도 모른다. 유신헌법에서 폐지됐다가 1987년 개헌 때 부활한 국회 국정감사는 외국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좋은 제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매년 국정감사무용론이 대두되는 것을 국회는 반성해야 한다. 20일의 기간 동안 700여 개 피감기관을 봐야 하는 것도 문제다. 시도에 상설감사장이 있듯이 연중 상시 국감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주 양자 정상회담을 갖는다. 10일부터 11일까지 베트남 다낭에서 진행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만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31일 밝혔다. 문 대통령과 시주석은 지난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만나 회담을 가진 바 있다. 한중 정상의 만남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경색된 두 나라 관계 정상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중 정상 간의 만남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어 불편했던 두 나라 관계를 완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앞서 최근 한국 남관표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한반도 문제 등과 관련, 외교당국 간의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외교부는 두 나라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모든 외교적 수단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 위해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두 나라는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빠르게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사드와 관련된 양국 간 불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