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밤 /이상열 변함없이 찾아오는 밤바다 무엇 때문에 이 넓은 세상에 억겁이 지나도 변함없이 찾아오는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별들도 밤이 오기를 기다리며 깜빡인다. 수 없는 날들 속에 돌고도는 체바퀴처럼 한결같은 그 마음 어둠의 파수꾼 밤바다의 절경에서 시름을 안은 사색과 성찰의 시간 속 여로를 읽게 하는 시다. 일정한 문맥과 문향의 질서를 말하지 않더라도 시인은 그리움의 길을 찾고 있다. 찬란하게 장식해 준 일도, 어느 덧 세월의 겹으로 지나가는 가지들은 척척 늘어져 실바람에 능청거린다. 길은 멀고 사계(四季)를 놓고 보면 우리들은 이름 없는 많은 강변의 마을을 지나가고 있다. 산과 들은 새잎으로 푸르고, 도란도란 정겨운 사람들의 소리가 가락에 맞추듯 고뇌가 번뇌로 회자되는 시인의 가파른 꿈의 해몽처럼, 흩어진 아름다운 날들을 되새긴다. 시인의 가장 낮은 사랑의 노래로 전한 간결한 메시지는 잃어버린 추억을 찾고, 빈 뜰에 뿌려놓은 씨앗 한 알 같은 사람과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첫시집 ‘그대가 그리워질 때’ 출간을 축하한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용인시가 8월부터 도입할 예정인 바우처 카드 택시제도가 시작 전부터 잡음이다. 바우처 카드 택시제도는 수동휠체어나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등 보조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장애인과 임산부 등이 일반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자체와 협약을 맺은 택시운송사업자가 교통약자 이동에 참여해 기본요금은 이용자가 부담하고 이용에 따른 일반 요금은 지자체가 보조하게 된다. 이는 교통약자 이동지원차량인 장애인 콜택시(일명 ‘장콜’) 이용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장콜의 원래 일반 대중교통수단을 사용하기 어려운 보조기기사용 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입법과정에서 임산부 등으로 이용 범위가 확대돼 실제 보장구 사용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많았다. 예약은 물론 대기 시간도 두세 시간은 기본이다. 실제로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이런 문제 등으로 지자체들이 바우처 카드 택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용인시가 문제일까. 그것도 도입도 하기 전부터 교통약자들로부터 ‘하나마나한 제도’, ‘눈 가리고 아웅식 행정’이라는 불만을 살까. 이유는 간단하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용인시는 개인택시…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반일운동과 일제 불매운동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확산되는 가운데 경기도가 ‘경기도 친일 문화잔재 조사’ 연구용역을 실시한다. 이는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박힌 친일 문화 잔재 청산을 위한 본격적인 학술연구다. 도 관계자에 따르면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현재까지 경기도에 남아있는 유·무형의 친일문화 잔재 자료를 수집, 기록하기 위해 용역을 하게 됐다고 한다.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문화유산 속 친일 잔재 알리기 캠페인, 관련 책자 출판 등 본격적인 친일 잔재 청산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는 도내에 친일을 목적으로 제작된 유·무형 문화잔재를 전수조사 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보도자료에 두 가지 친일 문화잔재 사례를 소개했다. 하나는 ‘경기도의 노래’인데 일제시기 ‘음악보국(音樂報國)’운동을 주도한 친일파 이흥렬이 작곡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이흥렬이 작곡한 도내 지자체 대표 노래는 수원시의 ‘수원의 노래’, 평택시의 ‘애향가’, 안성시의 ‘안성의 노래’등이다. 전국 곳곳의 교가도 작곡했다. 또 하나는 남양주시 진접읍 봉선사 입구에 1975년 세워진 친일문인 춘원 이광수 기념비다. 비문은 이
“기호 1번! 기호 1번!” 다음 주에 있을 학생회 정·부회장 선거를 앞두고 이른 아침부터 교문 앞은 ‘북적북적’이다. 후보자로 나온 학생들과 그를 지지하는 선거운동원 학생들의 모습은 여느 선거와 다를 바가 없다. 아직 중학생이지만 단순하게 흥미만 끄는 공약을 내 건 후보는 단 한 명도 없다.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동아리 활동’이나 ‘방과후학교’에 대한 공약부터 ‘학교 규정’과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이들이 평소 나누던 고민을 중심으로 공약이 펼쳐진다. 중학교 학생회 정·부회장은 그 어떤 명예직도 아닌 순수한 봉사직이다. 아이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지만 선거철이 되면 이렇게나 열심이다. 자, 이제 투표를 할 시간이다. 평소 같았으면 벌써 여러 선생님들이 장내 질서를 위해 분주했을 텐데 오늘은 다르다. 아이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기표소에 들어간다. 기표소를 나와서야 아이들은 본연의 밝은 미소를 되찾는다. 그렇게 이번 선거도 막을 내렸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부…
정책은 세워지고 시행되는 과정에서 공(功), 과(過)가 상호 존재한다. 관광 또한 마찬가지다. 양적 성장이 주 관심사였던 시기의 관광은 외화획득을 위한 중요수단으로 인식돼 ‘전략산업’, ‘관광입국’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관광을 국가정책으로 설정해 관광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관광의 붐을 일으킨 점은 공(功)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정책개념 설정의 잘못과 단지 ‘외화벌이’ 수단으로서의 인식은 시대적 조류에 맞지 않는 과(過)에 해당할 수 있다. 관광개발 또한 정책에 대한 철학과 개념이 정확하지 않을 경우, 정책목표 실현을 위한 하위목표 설정과 수단 선택에 있어서 혼선이 빚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관광개발에서 표현되는 개발은 발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단순히 양적 확장만을 의미하는 성장과는 달리, 발전은 의도되고 계획된 상향적 변화로 사회체계의 양적, 질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의 발전을 가져오게 하는 제반 활동 또는 과정이 개발이라 할 수 있다. 정책결정자가 관광개발의 개념과 계획수립 자체를 잘못 인식해 접근할 경우, 그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렵다. 관광개발 정책의 동향은 특정 분야뿐만…
이천시는 올초 12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4개와 50개 협력업체, 직원 1만7천 명으로 10만명 이상의 고용효과를 내는 SK하이닉스가 본사가 있는 이천이 아닌 용인을 선택했다. 유치전에 이천, 용인외에 천안, 구미, 청주가 치열하게 뛰어들었다. 이천은 시민연대의 가두시위 홍보전 수회와 관계자 방문, 그리고는 경제논리의 대승적인 결정을 존중한다는 발표가 전부다. 파주의 축구국가대표훈련센터가 임대만기가 됐고 협소해서 대한축구협회가 3천500억을 들여 건립한다는 축구종합센터(NFC)에 24개 지자체가 뛰어 들었다. 10년간 2조7천 억의 생산 유발효과, 4만2천 명의 고용유발 효과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에 인근 용인, 여주는 3개시로 압축하는 3차 테스트까지 올라갔으나, 이천은 그 이전에 떨어졌다. 시에서 TF팀을 구성해 프리젠테이션에 열심했겠지만, 타 신청시는 전 시민적으로 행사를 하고 법석난리였다. 그나마 이천시의회만이라도 나선 것이 위안이다. 경기도가 수도권규제를 탈피하려는 묘안으로 접경지역 등을 수권권에서 제외시켜달라는 지역에서 이천이 빠졌다. 수도권정비법, 국토법, 팔당상수원 관련법 등에서 옥죄는 굴레를 뭐를 하든 벗어야 할게 아닌가. 이걸 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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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중립국 스위스의 제네바하면 우선 시계를 떠 울린다. 거기엔 종교개혁가 칼뱅의 공이 크다. 칼뱅은 1541년 제네바 시장으로 당선되자 청빈한 생활을 강조하며 귀금속류 착용을 금지했다. 대신 금속세공업자들에겐 실용적인 회중시계를 생산하도록 했다. 그러자 유럽의 내노라 하는 장인들이 스위스로 몰려들며 스위스 시계의 명성을 쌓아갔다. 시계 기술도 발전을 거듭했다. 1780년 당시 제네바 수공업조합(길드)에 등록된 장인들만 5만명에 달했다니 명성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그런가 하면 제네바를 대표하는 또 다른 것들도 있다. 소재한 세계적 국제기구들이다. 19세기부터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같은 최초의 정부간 기구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제네바에는 지금은 유엔산하 국제기구가 거의 몰려있다.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의 본부가 있던 ‘팔레 데 나시옹’에 유엔의 유럽본부가 들어서 있고, 사방으로 약 500m 거리에 국제노동기구(ILO),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있다. 자동차로 약 5분 거리에 세계보건기구(WHO), ICRC, ITU 등이 있다. 때문에 세계 각국 외교관들의 최고의 근무지로 꼽는 도시로 유명하다. 그중에서
여행을 가기위해 이른 새벽 집을 나섰다. 약간의 안개와 흐릿한 가로등 그리고 설렘이 동행하는 길이다. 딸과 단둘이 하는 여행은 처음이라 기대와 즐거움에 밤잠을 설쳤다. 가고 싶은 곳을 정하고 맛 집을 검색하고 여행가방을 싸는 내내 즐거웠다. 가방을 챙기는 것부터가 여행의 시작이라는 누군가의 말을 떠올렸다. 첫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렀다. 제주도는 자주 가는 편이지만 모녀가 단 둘이 하는 여행을 꿈꿨기에 특별하다. 고속도로로 들어서자 차가 제법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숙연해졌다. 화물차에 짐을 가득 싣고 달리는 차 중에는 가끔 차선을 넘나드는 운전자도 있어 불안하기도 했다. 휴게소에는 밤샘하는 화물차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 잠든 사이 세상을 열고 하루를 먼저 준비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개미이고 우리는 베짱이가 된 것 같다고 말하자 딸아이는 열심히 일했으니 우리는 베짱이가 아니고 더 열심히 살기위한 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니 맘껏 자유를 누리자고 한다. 그렇다. 저마다의 위치에서 각자의 하루를 여는 일은 삶 그 자체다. 새벽시장이 열리는 농수산물시장이나 환경미화원 그리고 인력시장 등이 대표적으로…
Q : A는 B에게 A소유 토지(‘이 사건 토지’)를 매도했다. 위와 같은 매매 당시 B는 A에게 ‘이 사건 토지 위에 건물을 지어 분양할 예정이고, 토지 매입비와 건축비를 PF대출을 일으켜 조달할 예정’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PF대출에 대한 이자가 상당해 미리 건축허가를 받아 두려고 하는데, B가 미리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토지사용승낙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A는 B의 요청에 따라 토지사용승낙서를 작성해 주면서 그 하단에 ‘이 사건 토지사용승낙서는 토지매매계약에 근거한 것이므로 위 매매계약이 파기되면 무효가 된다’는 내용을 기재했고, B는 위 토지사용승낙서를 첨부해 건축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B가 약속한 잔금 지급기일까지 PF대출을 일으키지 못하는 등의 사정으로 인해 A가 무려 4차례나 잔금 지급기일을 연장해 주었음에도 B는 계속 잔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그러자 A는 B에게 마지막으로 잔금 지급기일을 연장해 주면서 ‘금번에도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매매계약은 해제되고, 토지사용승낙서도 즉시 효력을 잃으며, B는 건축허가를 포기한다’고 약정했다. 그럼에도 B는 마지막으로 유예된 잔금 지급기일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못했고, A는 B와의 매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