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창너머 바람을/ 볼 순 없어도/ 댓잎소리 귓가에/ 사각대는 가을 들머리/ 산 너머의 가을은/ 알 순 없어도/ 갈잎 소리 온 누리에/ 이미 찾아 왔구나/ 가을은 바람으로 일어서고/ 바람은 잎새 되어 밀려드는데/ 아--- 얼마나 마음을 씻어야/ 바람소리 가을소리 귀가 열릴까/ 뜨락가득 달빛을/ 볼 순 없어도/ 솔잎 사이 그림자/ 너울대는 가을 들머리/ 내 마음의 가을은/ 알 순 없어도 (중략)“ 우연한 기회에 취미생활을 하게 된 ‘올드보이스 콰이어’라는 합창단에서 요즘 연습하는 ‘가을이 와서야’라는 노랫말이다. 9월로 접어들면서 바뀌는 계절의 모습이 몸으로 느껴져 멜로디와 가사가 가슴에 더 와 닿는다. 덕분에 연습 때 마다 마음이 ‘쨘-’해지면서 목소리도 제법 잘 난다. 합창단에선 이곡 이외에도 10여곡 넘게 연습에 피치를 올리고 있다. 21일 정기공연 날짜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절에 취한 감정만 앞 세워 그런지 완성도를 높이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물론 입단 3개월 차 새내기인 나에 비해 함께 모여 소리하는 40여명의 단원 모두가 그러하지 않지만 적어도 나 만
한국지엠(GM)의 한국시장 철수설로 긴장감이 나돈 지 오래다. 한국 내에서 가동 중인 GM 공장은 인천 군산 창원 보령 등 4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부평공장의 규모가 생산라인이 많아 가장 크다. 캡티바, 말리부, 트랙스 등 승용차와 SUV 차량을 생산하는 한국지엠 부평 공장은 모두 99만1천㎡ 규모로 인천의 지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기업이다. 인천 부평공장 직접 고용 인력만 1만여 명에 달하며 1차 협력업체가 고용한 인력은 2만2천명이다. 여기에다가 2차 협력업체까지를 포함한다면 3만명이라는 인원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인천 지역경제가 떨고 있는 이유다. 최근 산업은행이 “한국GM이 철수한다 하더라도 막을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은 데 이어 인천발전연구원은 인천 부평구의 지방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부평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 인천의 자동차부품 산업 생산액은 월 1천770억원 정도씩이나 감소할 것으로 시는 내다봤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라도 가동중단은 막아야 한다. 글로벌 GM이 한국GM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도록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합의한 협약은 10월16일이다. 이 날짜가 다가오면서 GM의…
지난달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염태영 수원시장, 채인석 화성시장이 손을 잡았다. 이들 세 도시가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제54회 수원화성문화제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을 공동주최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 도시의 시장들은 능행차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수원시와 서울시는 이미 지난해 정조대왕 능행차를 함께 했던 경험이 있다. 특히 222년 전처럼 한강에 배다리(주교)를 재현해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이 지나가게 만들었다. 이 배다리를 임금과 대신, 말을 탄 호위군사들이 건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화룡점정(畵龍點睛)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슨 얘긴가 하면 서울에서 출발한 정조대왕의 어가 행차가 수원에서 묵은 후 화성시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건릉에서 마무리해야 하는데 화성시와 협의가 안됐는지 수원에서 끝난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세 도시 시장이 한자리에 모여 2017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각 지역 자원을 최대한 공유·활용해 정조대왕 능행차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사문화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 세 지역의 협조가 안 이루
서울 사직단은 1910년에 훼철되었으나 1988년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일부 시설과 사직대제가 복원됐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문화재청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복원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 지방에서 운영되고 있는 사직단 중 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남원, 대구, 산청, 보은, 창녕이고 비지정 사직단으로는 삼척, 현풍, 광주(전남)가 있다. 지방의 8개 중 원형이 남아있는 곳은 남원 하나이고 나머지는 근래에 복원된 것이다. 수원화성 사직단은 건축설계도와 자재의 사용 내역이 남아있어 진정성 있는 복원이 가능하나 위치를 규명하지 못해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 20년이 지나고 있지만, 많은 기록물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곽외부시설인 영화역(迎華驛), 지소(紙所)와 사직단의 위치 등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매년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으나 대부분 대지를 사들이고 대형 공공건축물을 짓는데 사용되는 것 같다. 대형의 현대식 건물은 성곽 외부에서 추진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역사도시 안에 대형건물을 마구 생산해 내는 행정에 아쉬움이 있다. 이렇게 화성의 역사적 경관을 해치는 예산의 일부만이라도 복원연구에 사용하였으면 좋았을 것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임야·농지 등 토지를 매각하는 경우 양도차익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양도소득세가 따르게 된다.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보통 기본세율(6~40%)로 과세되지만, 토지가 비사업용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기본세율에 10%p를 가산하여 양도소득세를 추가로 내게 된다. 이처럼 과다한 토지 소유로 인한 불로소득을 환수하며,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기하기 위해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있다. 비사업용 토지는 지목에 따라 농지, 목장용지, 임야, 주택의 부수토지, 별장 및 별장의 부수토지, 기타 나대지 등 6가지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법령은 무조건 사업용으로 보도록 하는 토지로서 직계존속이 8년 이상 재촌·자경한 후 상속받은 농지, 2006년 이전 상속 취득하거나 20년 이상 보유한 농지·임야·목장, 공익사업법에 의해 양도한 토지, 상속일 로부터 5년 이내 양도하는 2007년 이후 상속받은 농지, 토지소유자의 요구로 취득한 공해공장 연접 토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무조건 사업용지 외 토지는 요건을 갖추어야 사업용으로 인정된다. 농지는 농지소유자가 재촌·자경하여야 하고, 임야는 소유자가 재촌하여야 하며, 목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에서 절대평가의 실시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다. 이에 교육부는 2015년 개편된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현 중학교 3학년부터, 즉 2021년 수능에서 7과목 중 4과목 또는 전 과목 모두 절대평가로 치르는 개편안을 발표하고 여론 수렴에 들어갔다. 그러나 절대평가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자 지난달 31일 수능개편안의 1년 연기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개편안은 현 중2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현 중3 학생들은 개편된 교과과정으로 내신을 준비하고 별도로 이전 과정에 따른 수능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이전과 같은 ‘불통의 교육부’가 아니라 ‘소통의 교육부’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함께 정책을 만들어 가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했음을 이해해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혼선은 교육과 입시에 대한 정치적 접근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입시과열과 공교육의 붕괴에 따른 사교육비의 증대, 그 결과 교육분야에서의 빈부격차와 대물림 등 문제의 출발점은 사회적으로 공감하는 것들이다. 대학입시…
노인 기준 65세는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1889년 독일재상 비스마르크가 사회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때 노령연금 받을 수 있는나이를 65세로 정했고, 이것이 기준이 됐다고 한다. 당시 독일인의 평균수명이 49세였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여유 있는 기준치다. 기대수명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지금과는 많이 다르지만 말이다. 때문에 최근 들어 노인의 기준을 65세로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65세 이상 노인들조차스스로는 몇 세부터를 노인으로 보는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80%가까이 70세 이상이라 응답했을 정도다. 이처럼 기준도 늘고 해당되는 노인들의 숫자도 증가하고 있는 것은 출산율의 저조와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날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년 전 이런 추세에 가장 민감한 나라가 우리나라며 2060년이면 세계에서 가장 늙은 국가가 된다는 보고서를 내놨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당시 우리의 인구는 5100여만 명. 이 같은 수치는 2030년 5200만 명으로 정점에 도달하고 2060년엔 44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그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급격하
개기일식 /신철규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 우리는 운동장 한구석에 모여 때를 기다린다 한 손에는 그을린 유리를 들고 손바닥만한 달이 운동장만한 해를 가린다 달의 뒤통수가 뜨거워진다 사위가 어둑해지고 달과 태양이 포개지면서 검은 우물이 만들어진다 태양에 은빛 갈기가 돋아난다 눈동자가 깊이 깊이 가라앉는 것 같아 나는 주저앉았다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 가운데서 - 신철규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가 없듯이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 그렇지만 달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뒤통수가 뜨거워질 만큼 해와 가까이 있는 달이 우리와 해 사이를 가로막는다면, 손바닥만한 달이라도 운동장만한 해를 가릴 수가 있다. 이렇게 되면 사위는 어둠에 싸이고 그 어둠의 중심에는 검은 우물 같은 달이 자리를 잡게 된다. 빛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빛을 가리고 있는 ‘어둠’을 사실과 진실을 가리고 있는 ‘거짓들’로 바꾸어 놓아보자. 거기서 시인은 가라앉는 눈동자를 본다. 누구의 눈동자일까. 세월호의 아이들일까, 시인일까, 나일까, 우리 모두일까. 어쩌면 역사일까. /김명철 시인
교육부가 최근 절대평가제를 핵심내용으로 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마련을 1년 뒤로 늦췄다. 여당 의원들마저 ‘이건 아니다’며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능 개편 방향이 교육주체 간에 의견충돌이 있는 데다 사회적 합의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여론 수렴을 위한 지역별 공청회에서도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과학, 제2외국어·한문 등 4개 과목만 절대평가로 하자는 안과 국어, 수학, 탐구까지 포함해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하자는 안 모두가 반대에 부딪쳤다. 교육부의 조급한 개편안이 결국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다. 수능 절대평가 영역확대가 보류된 것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총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육문제에 관한 한 지나친 혁신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 것이다. 맞는 얘기다. 오랜 기간 기자생활을 했고, 부인도 교사였기에 그동안 교육문제에 균형감각을 갖고 있을 법하다. 일부 학자들도 교육에는 급진적인 개혁이나 혁신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여서 이 총리의 생각과 상통하는 바가 있다. 100년 앞을 내다봐야 하는 교육정책에 개혁과 혁신보다는 오히려 ‘교육개선’이
올해 제14회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 10월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린다. 올해엔 아시아, 중동,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총 20개국에서 42개팀, 257명의 음악가들이 참여한다. 출연진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70~80년대 퓨전 재즈 시대를 풍미하며 그래미상을 10번 받은 데이브 그루신(83)과 아홉번 수상자 디노 살루치, 그리고 추초 발데스(76) 등의 거장들의 이름도 보인다. 그래미상 4회를 수상자 곤잘로 루발카바와 그래미상 1회 수상자 리 릿나워도 온다. 국내 재즈 아티스트 중에는 한국 재즈 1세대인 노장 보컬리스트 박성연, 현재 한국 재즈의 대표 중견급 아티스트인 말로, 서영도, 배장은 등이 초청받았다. 주최 측은 올해 출연진이 재즈마니아는 물론 재즈를 잘 모르는 관객들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대중성과 진정성도 갖췄다고 밝힌다. 이 축제는 2004년 시작됐는데 2009~2010년 유망축제, 2011~2013년 우수축제, 2014~2015년 최우수축제에 이어 2016년에는 10년 만에 국가대표 축제로 발돋움했다. 첫해 3만명이었던 관람객 수는 9회 이후 20만명을 넘어섰고 10회째인 2013년엔 무려 27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이 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