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안부를 묻는 전화를 받는다. 시국이 뒤숭숭하니 혹시 전쟁이라도 나지 않겠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고 한창 더운 여름철 지나고 날씨가 선들 해지면 조상님 산소 벌초 걱정에 일손을 부탁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올해는 윤달이 들어 추석도 늦어지고 장마도 뒤로 물렸는지 8월을 매일 빗속에 살다 보니 이제 비 좀 그만 왔으면 좋겠다고 야단이다. 장마가 걷히고 더위도 서서히 물러갈 즈음 뭉게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피서객보다 벌초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은 피서객은 연령층이 대체로 낮은 편이고 가족 단위 또는 친구로 보이는 또래 집단이 대부분인 데 비해 조상님 산소를 찾는 사람들은 대체로 연령층이 주로 노년층이고 젊은 사람들을 보기 힘들다. 몇 해를 두고 형제분이 어울려 벌초하러 다니던 분들이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고 있기에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힘에 겨워하시던 말씀으로 미루어 납골묘를 조성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다. 들리는 말은 함께 다니시던 형제분 중 한 분이 더 거동할 수 없을 만큼 건강이 악화돼 하는 수 없이 파묘를 하기에 이르렀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러면서 뒤따르는 말이 요즘…
‘정동길’이라고도 불리는 ‘덕수궁 돌담길’은 대한민국의 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다. 이곳은 사대문 안쪽에 위치한 덕에 조선시대에는 왕실과 양반들의 주거공간이던 곳이다. 개항과 맞물린 19세기 말엔 조선으로 들어온 외국의 공관에 이어 선교사들의 교회가 자리 잡았다. 또한 1885년 배재학당이 이곳에 자리했고 1886년 설립된 이화학당 역시 근처에 터를 잡았다. 이외에도 1895년 착공한 정동교회를 비롯해 대한민국 최초의 호텔인 ‘손탁호텔’까지 이곳에 자리했다. 길의 시작은 시청 광장을 바라보는 대한문 옆이다. 바로 아래쪽엔 남대문이 있고 경복궁은 1㎞ 남짓 떨어져 있다. 길의 반대쪽 끝은 서대문 인근까지 이어진다.백년이 넘는 건물들과 특히 고궁 따라 이어진 은행나무 길은 계절별 각각 다른 정취를 느끼게 해 예부터 많은 데이트족들이 찾는 거리로 유명하다. 봄에는 새싹이 돋아나는 푸름이 아름답고 여름에는 매미가 울어대는 그늘길이 만들어진다.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들이 쏟아져 가을정취를 물씬 느끼게 하고 나뭇잎이 떨어진 겨울이 되면 하얗게 눈 내린 거리는 추운 날씨마저 따듯하게 느껴질 정도로 포근한 풍경이 연출된다. 이러한 유명세 덕분에 수많은 노래에 등장
와락 /정끝별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락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 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자락 - 정끝별 시집 ‘와락’ / 창비·2008년 ‘와락’이라는 부사어에는 충만한 감정이 들어있다. 와락 울음을 터뜨리다 와락 달려들다 와락 엎어지고 넘어지고 쏟아지고, ‘와락’에는 갑작스러운 감정의 충돌이 들어있다. ‘와락’은 위태롭다. 안을수록 헐거워지는 너의 팔, 너로 해서 텅 비어가는 내 마음은 허공, 그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 자락…. /김은옥 시인
1960년대 조성돼 60년이 다 된 성매매 집창촌 ‘옐로우하우스’지역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고 한다. 인천시는 지난 28일 남구청, 인천경찰청, 남부경찰서와 함께 인천시 숭의동 360번지 일대 ‘옐로우하우스’ 주변에 대한 정비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 28일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했다는 것이다. 이곳은 각급 학교들이 밀집해 있는 데다 인천지하철 2호선인 숭의역에 인접한 곳에 집창촌이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어 청소년 유해환경으로 도시미관 이미지 훼손 문제가 늘 제기돼 온 곳이다. 더욱이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숭의역 주변 역세권 개발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어 그동안 정비의 필요성이 대두된 곳이다. 인천시는 이미 이 지역에 대해 지난 2006년 ‘도시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도시환경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하고 2008년에는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으로 지정, 고시하는 한편 토지 소유자들이 등 ‘정비사업조합’을 설립해 사업을 활발히 추진했지만, 장기간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지난 2010년 사업시행인가 후 개발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했다. 그래서 지난 2015년에는 정비사업조합이 조합원 총회를 열고 지역주택조합으로 사업전환을 결정하기도 했다.…
경기도의회가 29일 지방분권·자치권 확보를 위해 3대 핵심과제, 24개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지방분권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도의회가 내놓은 과제는 크게 ▲지방자치 기반 구축을 위한 지방분권 강화(분권·입법·재정) ▲지방자치단체 조직과 인력운영의 자율성 확대(조직권)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역량 제고(중앙부처·의회 권한)다. 법률을 통해 개정해야 할 것, 헌법을 개정해야 할 사항, 일반 시행령과 규칙 등 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 등이 세세하게 포함돼 있다. 전국 지방정부 가운데 지방분권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경기도 수원시와 성남시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방분권에 정치생명을 건 것처럼 보인다. 특히 염태영 수원시장의 경우 ‘지방분권 전도사’라는 닉네임까지 붙었다. 따라서 지자체장으로서는 유일하게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기초단체장협의회 4기 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중앙집권 체제에서 이들의 정당한 주장은 무시당했다. 염 시장은 그동안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 국가 위기에서 중앙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면서 “지역 상황을 가장 잘 알고, 문제 해결 능력이
필자는 컨설팅과 강의를 통해서 많은 신중년을 만났고 필자 또한 많이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간혹 재취업이 돼서 찾아오는 신중년 분들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면 ‘선생님이 열심히 해서 취업이 잘 된 것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런 마음이다. ‘소를 우물가까지 끌고 갈 수 있어도 그 우물물을 먹일 수는 없다’라는 옛말이 있다. 취업컨설턴트가 우물가 근처까지 열정을 다 쏟아부어 데리고 갈 수는 있다. 하지만 물을 먹냐 먹지 않느냐는 결국엔 본인에게 달려있다. 재취업 준비를 열심히 한 신중년 분들은 여러 회사에 동시 합격을 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에서 사람을 보는 눈은 본질에서 비슷하다. 결국 자기 회사에 도움이 되는 성실하고 열정이 있는 인재를 원한다. 신중년을 채용할 때도 똑같다. 필자가 신중년 취업컨설팅 일을 하면서 많이 느끼는 것이지만 기업에서 인재를 보는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도 원하는 인재 수준은 대기업 못지않다. 경쟁력을 갖춘 신중년 분들은 여러 회사에서 오퍼를 받지만 반대의 경우는 재취업 자체가 힘들다. 그럼 잘 준비된 신중년 분들의 공통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재취업이 잘 될 수 있을까? 여
위식도 역류질환이란 위산이나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를 하여 불편한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으로써 위산 또는 음식물의 역류, 가슴 쓰림 등의 전형적 증상을 일으킨다. 이외에도 명치 통증이나 속 쓰림, 만성기침, 목 이물감 등의 비전형적 증상도 일으키는데 최근 국내에서 이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며 소화기내과 외래를 방문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 되었다. 위식도 역류질환의 주된 치료방법은 약물치료이지만 생활습관의 교정도 중요하다. 카페인이나 지방질 섭취를 줄이기, 과식하지 않기, 먹고 나서 바로 눕지 않기 등이 대표적인 생활요법이다. 그러나 이 외에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비만이 증가하고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비만과 위식도 역류질환 사이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비만도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인데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누면 된다. 즉 60㎏ 체중을 가진 170㎝ 키의 사람이라면 60/(1.7x1.7)로 계산되므로 BMI는 20.8이 된다.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인 경우 과체중, 30 이상인 경우 비만으로 정의한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이 체질량지수가 증가할수록 위식도 역류증의 발생이 증가하는 정비례 관계가 있다고…
지난 8일 단행된 대장 인사도 기수를 넘은 파격이었다. 지난 5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 새 정부 파격 인사를 예고했다. 최근에는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사법시험 기수가 13회 나 차이가 난다. 기수와 서열이 중시되는 군과 법조계가 당연히 술렁거렸다. 특히 대장 보직인 1군 사령관과 2작전 사령관에는 3사 출신 박종진(17기), ROTC 출신 박한기(서울시립대 21기) 대장 등 비육사 출신을 처음으로 두 명이나 기용했다. 3사는 박성규(10기) 1군 사령관 이후 6년 만에, 그리고 ROTC는 이철휘(명지대 13기) 2작전 사령관 이후 8년 만의 대장이다. 군사령관 3명을 6년간 싹쓸이한 육사 출신 독식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게다가 육군이 대부분이었던 합참의장 자리도 정경두 공군 대장에게 내 주었다. 23년 만의 공군 출신 합참의장이다. 2개 기수를 뛰어넘는 ‘기수 파괴’도 있었다. 이번에 육군참모총장에 승진 발탁된 김용우 대장은 육사 39기다. 그동안의 관례를 볼 때 전임 총장이 36기임을 고려하면 37기 대장 중 한 명이 할 차
공생 /김상미 시는 시인의 가슴을 파먹고 시인은 시의 심장을 파먹고 부자는 가난한 자들의 노동을 파먹고 가난한 자는 부자들의 동정을 파먹고 삶은 날마다 뜨고 지는 태양의 숨결을 파먹고 태양은 쉼 없이 매일매일 자라나는 희망을 파먹고 희망은 너무 많이 불어터져버린 일회용 푸른 풍선 같은 하늘을 파먹고 - 시집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공생이란 진화생물학자 마귤리스(Margulis)가 ‘서로 다른 종 사이에서 일어나는 긴밀하고 지속적인 연합’이라 정의했지만 우리 인간사회에서의 공생은 어쩌면 개미와 진딧물처럼 서로에게 이로운 상리공생을 넘어 한쪽에게만 이익이 되는 편리공생이나 서로에게 해로운 편해 공생 등 다양한 형태의 복잡한 관계로 귀결되리라. 그러므로 시가 시인의 가슴을, 시인이 시의 심장을 파먹거나 부자와 빈자는 서로 노동과 동정을, 삶은 태양의 숨결, 태양은 희망, 희망은 하늘을 파먹으니 어쩌면 시적 화자가 말하고자 함은 이 모두가 인드라망 그물에 얽힌 사사 무애 법계(事事無碍法界)의 우주관 아니던가. 그러나 시 속에 드러난 이들의 공생은 얼마나 슬픈 역설의 얽힘인가. ‘파먹는다’는 동사
자고 일어나면 화학물질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로 목숨을 잃은 지 얼마 됐다고 정부의 대책은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안전성 논란을 아직도 일으키고 있는 ‘살충제 달걀’에서부터 ‘화학물질을 함유한 생리대’에 휴대전화 용품에서마저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등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생산 농가와 기업의 부도덕 행위를 탓하기에 앞서 정부 당국의 소극적인 대책이 공포를 부추기지나 않았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이렇듯 각종 생산품에서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지만 관리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가 내버려 둬 온 것도 더 큰 문제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휴대폰 케이스 30개 제품(합성수지 재질 20개, 가죽 재질 10개)을 대상으로 유해물질 안전성 및 표시실태를 조사한 결과 6개 제품에서 카드뮴과 납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납은 노출될 경우 식욕 부진과 빈혈, 소변량 감소, 팔·다리 근육 약화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카드뮴의 경우 폐와 신장에 해로운 영향을 미쳐 발암등급 1군으로 분류된다. 대부분 중국산 제품이어서 수입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검역절차를 거친 것인지 의심스럽다. 또 생리대 부작용을 둘러싼 소비자 불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