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정병근 한 생각을 버릴 때 한 소식 온다 누가 공중부양의 기적을 행하는지 가르마를 사뿐사뿐 밟고 맨발의 밥이 내린다 집집마다 고봉밥 한 상식 차려지고 두런두런 祭文(제문)읽은 소리 수저 부딪치는 소리 숭늉 마시고 방문을 연다 세상 모든 눈썹 위에 쌓이는 눈 흰 가지를 털고 후드득 떨어지는 눈 반찬 없는 흰밥이 너무 많이 오셨다 세상 모든 길들이 지워졌다. 하늘길이 열리고 있음이다. 뻥 뚫린 하늘에서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노라면 아무런 연고 없이도 반갑고 고맙고 따듯하다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고 쌓였던 오해가 풀릴 것만 같은 눈 내리는 날. 이렇듯 푸근하게 내리는 눈은 오랫동안 안부가 없던 친구의 소식을 받아보는 눈길이었다가 오래 전 돌아가신 부모님의 손길 같아서 눈의 맨살을 벅차게 마중하곤 한다. 시인의 말처럼 한 생각을 버릴 때 한 소식이 오듯이 말이다. 시인은 눈을 보면서 제삿날 제상 앞에 놓인 흰 밥을 생각했으리라. 엄숙하고 풍성한 제상이 차려지고 밖에선 소복소복 고봉밥이 아니 하얀 눈이 하염없이 쌓이고 있다. 다녀가는 혼령 또 한 다정한 인사를 건넬 것만 같은, 두런두런 제문 읽는 소리와 수저가 부딪치는 소리로 방문을 여니 세상 모든
수도권 유일의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제부도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주민과 업소 등이 상생 협약을 맺는 등 관광 명소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성시는 지난 13일 제부도 아트파크에서 채인석 화성시장을 비롯해 지역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제부도발전협의회와 제부도에서 영업 중인 식품 및 접객업소 52개소 경영주들이 모여 ‘젠트리피케이션 완화 및 지역 활성화 방안’을 담은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외지 자본가들의 진입으로 구도심 지역에서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현상으로 지역 발전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해 국회에서도 방지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서울 등 도심에서도 이같은 문제 해결에 나서는 이 때 화성시와 제부도 주민들이 협약을 체결한 것은 주목할 일이다. 화성시도 제부도 주민들의 상생 노력에 화답하기 위해 관광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기로 약속했다. 이 지역에 요트와 보트 300척이 한 번에 정박할 수 있는 제부 마리나와 매바위 광장, 조망대, 해상 케이블카 사업 등을 조속히 추진하는 등 제부도 공공인프라 및 환경개선 사업을 통해 상권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식품 및 접객업소 역시 호객행위를
‘자치분권전략회의’가 13일 출범했다. 앞으로 대통령 소속 기구인 ‘자치분권위원회’ 출범을 위한 산파역할을 맡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지방분권의지에 따라 이를 기획·실행할 추진체계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추진체계는 자치분권 추진 전략 및 실천 과제, 분권형 개헌 등 지방분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의 지방정책을 실현할 지방분권 특별법을 조속히 개정하기로 했다. 지방분권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지방의 특수성과 실정에 맞는 행정을 할 수 있고, 행정의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다. 또 국가 통치자에 의한 일방적 지시가 아닌 창의적인 행정을 할 수 있고 지역에 대한 애향심과 자부심도 높아진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방분권 전도사’로 불린다. 그는 지난 최근 지자체장으로서는 유일하게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기초단체장협의회 4기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중앙집권 체제에 대한 국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 국가 위기를 예로 들면서 지역 상황을 가장 잘 알고,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지방정부에 권한을 대폭 이양해야
최근 자사고 폐지 논란을 보면서 이런 조치는 문화다양성을 침해한 지난 정부의 블랙리스트 상황과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폐지보다는 일반고를 더 다양하게 키우자. 교육다양성을 포용해야 우리의 교육문화가 4차 산업혁명기에 알파고를 상대할 일반고 학생을 배출할 수 있으며 다양성 포용이 ‘교육-유연안정성(Edu-Flexicurity)’의 바탕이 될 것이다. 개성과 다양성을 키워주면 차별로 보이던 것들이 긍정적 차이였음을 알게 된다. 모든 지식의 속성은 그물망처럼 얽힌다는 뜻의 ‘리좀(Rhizome)’의 특성과 더 미세한 잔가지가 계속된다는 뜻의 ‘프랙탈(fractal)’의 속성이 있는데, 각각의 사람마다 앞으로 선행하는 지식과 속으로 파고드는 깊이가 다르기에 선행학습 금지법도 자사고 폐지도 지식의 속성과 두뇌의 속성에 맞지 않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선행지식이 과목별로 다르다. 그래서 무학년제로 더 쉽거나 더 어려운 교실을 스스로 찾아다니는 것이 가장 적절한 선행지식 습득 방법이다. 일반고 아이들의 두뇌를 신나게 만드는 혁신으로 자사고를 비웃는 성과를 낼 수 있다. 신나는 공부는 원래 &lsqu
언제나 기억의 한가운데 /박주택 나는 온다, 안개의 계단을 내려와 홀로 남은 빵처럼, 팔리지 않는 침울처럼 나는 내 발자국을 따라와 가느다란 빛이 이어주고 있는 기억 사이에 서 있다 나는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것을 그리워하며 살았다 그러나 어느 곳에 서 있었는지 작은 것조차 어두웠다 나는 온다, 밤이 다할 때까지 기억에서는 또 잡귀가 태어나리라 - 박주택 시집 ‘또 하나의 지구가 필요할 때’/ 문학과 지성사 시인에게는 정말 또 하나의 지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나의 지구에 현재의 그가 서 있다. 또 하나의 지구는 두 지구 사이를 이어주는 가느다란 빛이 흐르는 외롭고 침울한 무의식 속 기억까지 포함한 기억의 지구이다. 언제나 기억의 한가운데에 서 있기는 하지만 분명치는 않다. 이어질 듯 흐릿하며 침울한 그리움이라서 작은 것조차 어둡다. 그러다 보면 기억들은 가지를 치고 어수선해지면서 끊임없이 잡귀가 태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안개의 계단을 내려온, 내 발자국을 따라온 기억들을 따라 가느다란 빛이 이어주고 있는 기억 사이에서, 밤이 다할 때까지 홀로 남은 그리움을 마주하는 것이다. /김은옥 시인
남들이 볼 땜 무골호인이지만 집에서는 쇠고집에 융통성도 없고 도무지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벽도 문이라고 우기며 열겠다고 덤비는 사람이라 안방 사또라고 부른다. 남들이 무슨 짓을 하건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관심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 세끼 먹고 주어진 일을 하고 저녁이면 밥상머리에서 어머니와 둘이 막걸리 한 잔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산다. 휴대전화도 차도 컴퓨터도 문명의 이기와는 도무지 가까워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자전거나 TV 정도면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한다. 새 옷을 사오면 잘 맞는지 어울리는지 한 번 입어보라고 하면 그냥 허투루 입어보는 척 하고 맘에 든다고 하고 다시 입는 법이 없다. 옷이라고 입는 것은 일 년 내내 티셔츠에 늘 같은 색 츄리닝 바지를 입고 신발도 사계절 슬리퍼로 산다. 교복도 계절 따라 바꾸어 가며 입는데 사또께서는 계절도 없고 유행도 없이 그야말로 일심동체라고 할 정도다. 동창회나 다른 모임에서 회의나 경조사 공지를 해도 연락이 닿지를 않으니 총무가 뭐라고 해도 끄떡도 않는다. 결국 가까이 사는 친구가 집으로 찾아오거나 유선통화를 하기도 하고 아니면 안사람
1504년 피렌체의 대정부 대회의장에서는 모두가 주시하는 가운데 세기의 경쟁이 벌어진다. 폭 20m의 대형 벽면 두 개가 준비되었는데, 한쪽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다른 한쪽은 미켈란젤로가 채울 예정이었다. 당대 유세 있는 문벌가문들을 물리치고 권력을 잡은 정부는 이 결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자 했다. 당시 레오나르도는 이미 원숙기에 접어 든 중년의 예술가였던 반면, 미켈란젤로는 그보다 20살 어린, 근래 급부상한 젊은 예술가였다. 결국 이 결투는 중도에 중단된 채 끝을 보지 못하고 말았다. 후대인들에게 이 일화가 지속적으로 회고되는 이유는 어마어마한 천재화가들이 맞붙었던 세기의 결투이기도 했거니와, 그 결과를 알지 못했던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만약 승부가 끝까지 진행되었다면 아무래도 그 결과는 레오나르도에게 유리했으리라. 레오나르도는 여러 예술 분야 중에서 단연 회화를 으뜸으로 여겼고, 회화를 통해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올라있었다. 반면 미켈란젤로는 그때까지만 해도 변변한 회화 작품을 발표해보지 못했고, 주로 조각 작품에 매달려 왔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근성을 지녔던 미켈란젤로였으니 역시 승부는 예측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레오나르도는 캔버
우표의 문화적 가치는 매우 높다. 발행한 나라의 자연과 역사, 예술성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념비적 사건, 고유의 동식물과 문화재가 일정 크기의 작은 화폭(畵幅)에 담겨 있어 더욱 그렇다. 1840년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1페니(Penny)짜리 검은색 우표 ‘페니 블랙’이 발행된 이래 지금까지 이러한 사실은 변함이 없다. 우표 수집을 취미로 하면 역사적 안목과 예술가적 심미안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우표수집가로 유명한 미국의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했다는 “우표에서 얻은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다”는 조언은 우표 사용이 뜸해진 지금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인용 된다 세계 모든 나라의 국제 우표에는 화폐와 마찬가지로 나라명이 새겨져 있다. 만국우편연합(UPU)이 우표의 나라별 구분을 위해 만든 규칙이다. 하지만 예외 국가가 한곳 있다. 세계 최초로 우표를 발행한 영국만 유일하게 특혜를 인정받아 나라 명을 표기하지 않아도 된다. 우표는 주로 보통우표와 특수우표로 나누어 발행되는 것 또한 세계 공통이다. 그중 보통우표는 우편요금납부의 증표로서 수요에 따라 제한 없이 발행되는 것을 말한다. 특수우표는 말 그대로 특수한 목적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선거 기간 중에 혁명적 수준으로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방분권론자인 김부겸 의원을 행정자치부장관으로 임명하고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 실시 이후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는 높았지만 실제 중앙정부가 예산을 대부분 틀어쥐고 지방자치단체를 좌지우지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아직도 대한민국은 제대로된 지방자치제도 아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12일 지방행정연수원에서 열린 2017 자치단체장 비전포럼에서 ‘지방분권·균형발전 비전과 전략’을 통해 파격적인 지방분권 개혁안을 밝혔다. 김장관은 향후 자치입법·자치행정·자치재정·자치복지 등 4대 지방자치권을 보장하는 지방분권형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고 하였다. 또 중앙 권한의 획기적인 지방이양을 통해 현행 32% 수준인 지자체 사무비율을 40%까지 늘리고 특별지방행정기관 기능을 지방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아울러 제주에서 시행중인 자치경찰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방분권형 개헌에는 지방분권국가 선언과 제2국무회의 도입 방안도 담겼다. 서울시장은 국무회의 참석대상이지만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경기
지난 12일은 삼복 중 첫 번째 복날인 초복이었다. 삼복 기간은 여름철 중에서도 가장 더운 때다. 따라서 예로부터 더위를 먹어 몸이 쇠약해지거나 입맛이 떨어지는 것을 보충하기 위해 닭·개 등 육류나 장어, 민어 등 영양가 높은 음식들을 먹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복달임 음식은 삼계탕이다. 지난 12일 초복날엔 전국 곳곳에서 ‘삼계탕 잔치’가 벌어졌다. 주로 노인들이나 저소득층,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환경관리원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다. 각 동 주민자치회나 통장협의회를 비롯한 주민·사회단체, 봉사단체가 주최하지만 개인이 전액 자비를 들여 하는 경우도 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의 고성주(64)씨가 그 사람이다. 그는 무려 40년이란 세월 동안 초복달임 삼계탕을 손수 끓여 지역노인들을 대접해왔다.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그것도 20~30마리가 아니다. 매년 300마리씩 끓여내고 있는데 올해는 무려 500마리나 준비해 대접했다고 한다. 그의 삼계탕은 널리 소문이 나 지동뿐만 아니라 인근 우만동, 인계동, 매교동 등에서도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 삼계탕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료라는 것도 있겠지만 맛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그 맛의 정체는 정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