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늘 장식하곤 했던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익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덕분에 르네상스의 거장이라 하면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보티첼리도 우리에겐 익숙하다.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우아한 자태의 아름다운 여인은 신들이 불러일으키는 바람과 파도를 타고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만 같다. 르네상스라 불리는 시대는 이 작품과도 같이 싱그러운 바람과 향기를 한껏 머금은 채 인류의 역사에 도래한 것처럼 느껴졌다. 이 작품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보통의 사람들보다 비너스의 목이 길게 늘어졌다는 것과, 한쪽 어깨와 팔도 마찬가지로 길게 늘어져 있다는 것을 금방 발견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궁금증을 품게 된다. 보티첼리는 왜 인물을 이처럼 왜곡된 형태로 그렸던 것일까. 그는 미켈란젤로와 다 빈치처럼 인물을 실제와 같이 그릴 능력이 없었던 것일까. 인체의 왜곡된 형태 말고도 양감 역시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것만 같다. 선진적인 회화 기법이 발견되면서 르네상스 회화 속 인물들은 실제 인물과 같은 현실성을 띠게 되었지만, 보티첼리의 작품 속 인물들은 여전히 대리석으로 된 조각상,…
한자의 ‘구실 세(稅)’자는 벼 화(禾)변에 기뻐할 태(兌)자를 쓴 형성문자다. 풍년을 감사하며 하늘에 제사 지낸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후 곡식으로 나라에 바치는 조세라는 뜻으로 쓰이다가 오늘날에는 개인 아닌 국가에 내는 세금이란 뜻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국민이면 이러한 세금을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그리고 타당하든 아니든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때문에 생활양식까지 바꿔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17세기 러시아 황제 표트르 1세가 귀족들에게 수염을 자르라고 명했다. 쇄신을 위해 구습을 버리라고 한 것이다. 거센 반발이 일었다. 오랜 풍습이자 러시아정교가 중시하는 수염을 깍으라 했기 때문이다. 황제는 명령이 먹혀들지 않자 세금이란 수단을 꺼내들었다. 계급에 따라 비싼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자 하나 둘 명령에 따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수염세다. 비슷한 시기 영국엔 창문세도 있었다. 당시 윌리엄 3세는 호화주택에 세금을 부과하는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처음엔 벽난로가 있느냐 없느냐로 호화 여부를 따졌으나 나중엔 창문 수를 기준으로 과세했다. 호화주택엔 창문도 많다는 데 착안한 일종의 재산세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아예 창을 내지 않게 됐다.…
똥파리* /김상미 영화 <똥파리>를 보았다. <똥파리> 속에는 ‘시발놈아’라는 말이 셀 수 없이 나온다. 그리고 그 말은 보통 영화의 ‘사랑한다’는 말보다 훨씬 급이 높고 비장하다. 지랄 맞게 울리고 끈질기게 피 흘리는 그 영화를 다 보고 나와 아무도 없는 강가에 가 소주 한 병을 마셨다. 그리고 목이 터져라 ‘시발놈아’를 스무 번쯤 소리쳐 불렀다. 그랬더니 내 가슴 안 피딱지에 옹기종기 앉아 있던 겁 많은 똥파리들이 화들짝 놀라 모두 후드득 강물 위로 떨어졌다. 시발놈들! *양익준 감독의 영화. - 김상미 시집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통쾌하다. 후련하다. 뻥, 뚫린다. 때로는 단 한 마디의 욕설이 얽히고설킨 관계를 단 한 방에 정리해주기도 한다. 사랑에 너절하게 들러붙어 있는 연민이나 미련이나 앙금 그리고 배신까지도 ‘시발놈아’ 한 마디 속에 모두 용해될 수 있다. 용해되어 용서에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 가슴 안 피딱지’는 그대로 두자. 그것마저 사라진다면 사는 게 재미없다. 그
그동안 말도 많았던 대입전형료 인하에 국민권익위원회도 적극 나섰다. 일부에서는 권익위원회가 이 문제에까지 개입하느냐고 지적하지만 누군가라도 해야 한다. 10년이나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왔지만 정부나 교육부가 꼼짝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 13일 청와대 수석 및 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대입에서부터 전형료를 인하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따라 25일 권익위가 나서 ‘대학입시 전형료 회계관리 투명성 제고방안’을 마련해 교육부에 권고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대학등록금 부분에서만 대학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었으나 전형료에 관해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교육부가 기분은 언짢겠지만 대입 전형료 인하에 적극 나서야 한다. 권익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공무원 공채시험 전형료는 5천~1만원 선인데 비해 대입 전형료는 수시가 5만~8만원, 정시는 4만~6만원이다. 수시의 경우 국공립대는 평균 5만3천원, 사립은 7만7천원이다. 여기에다 수도권 대학은 7만3천원, 비수도권은 5만7천원이다. 대학 별로 천차만별이다. 수험생이 6번의 수시와 3번의 정시를 모두 지원한다고 가정했을 때 원서접수에만 드는 비용만 50만~60만원이다. 매년 대입 수험생이 60만 명에…
분당선의 노선 연장(기흥~동탄2~오산)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100대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용인 기흥역~동탄2신도시~오산을 잇는 분당선 연장 노선을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분당선 연장 노선이 건설되면 이 지역 주민들의 교통 불편해소에 도움이 된다. 특히 용인 기흥구 주민들의 경우 많은 수가 서울과 수원시 광교, 화성 동탄 등지로 출·퇴근하고 있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본 대도시의 경우 교통이 포화상태여도 전철이 거미줄처럼 이어져있어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아도 웬만한 곳은 쉽게 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정도가 거주하고 있어 심각한 교통지옥과 대기오염을 겪고 있는 수도권에도 전철망이 더욱 촘촘하게 확대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분당선 연장 사업이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된 것은 희소식이다. 그런데 아쉬운 점도 있다. 광교~호매실을 잇는 신분당선 연장선, 신수원선 인덕원~수원 복선전철 등이 제외된 것이다. 신분당선 연장선과 신수원선 인덕원~수원 복선전철은 수원과 안양 등 남부권 주민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사업이다. 신분당선 연장선은 용산~강남~정자~광교~호매실을 잇는 노선인데 지난 2011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은 암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은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만 40세 이상이 되면 정기적인 암 검진을 받도록 하고 있다. 조기에 암을 발견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암세포가 다른 장기에도 전이되고 결국은 치료 불능의 상태에 빠지고 만다. 필자는 취업 상담을 할 때면 암 세포가 온몸에 전이된 것처럼 취업 가능성이 0%에 가까운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지금 상태에선 취업이 어렵다는 사실을 솔직히 말해줘야 하지만 상처받을까봐 조심스러운 경우가 있다. 미리미리 취업 시장에 대한 정보도 얻고 취업에 필요한 지식을 쌓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했으면 덜 고생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다. 100세 시대라 불릴 만큼 인간의 수명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인생 일모작이 아닌 이모작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이다. 또한 기술의 진화에 따른 직업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한 개인이 평생 동안 최소 3~4개의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기적인 암 검진만큼 중요한 것이 주기적인 생애경력설계와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고용노동부
소풍 /유재영 생계를 찾아 나선 개구리매가 하늘에서 수직으로 급강하는 순간에도 뭐가 대수냐며 며칠 전 알에서 깨어 나온 흰뺨검둥오리 어린 새끼들은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더러는 자맥질로, 더러는 어미 날개 죽지에 목만 내민 채 즐겁게 호수를 떠밀고 갑니다 해맑은 아기 오리들은 어미를 따라 소풍을 나온 듯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그러나 생계를 찾아 급강하는 개구리매,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아기오리들은 아랑곳없이 어미의 날개 죽지에 목만 내민 채 맘 것 소풍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걱정은 오로지 어미의 몫, 겉으로 보이는 평화로움과는 달리 물속은 몇 배 더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가르며 밀고 나갈 것입니다. 어미의 애타는 심정이 우리네 부모와 닮아있습니다. 늘 부모의 그늘 밑에서 성장하면서도 고마움을 깨닫지 못하는 우리들. 그러나 삶이란 잔잔한 물결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개구리매의 먹이로 전락할 수도 있듯이 종잡을 수 없는 위기가 사방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흰뺨검둥오리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용감하게 아기오리들을 지켜내며 즐거운 소풍을 무사히 끝낼 수 있겠지요, 부모님들이 늘 곁에서 우리들을 지켜주셨듯이. /정운희 시인
여름 대표 보양식이라는 보신탕은 예전부터 동서양이 다 즐겼다. 로마 사람들은 복날을 개의 날(dog’s day)이라 해서 이날 개를 잡아 제사지내며 별을 달랬다고 한다. 가장 밝은 별인 큰개자리의 시리우스가 삼복 기간에 해와 함께 뜨고 지는 걸 보고 열기가 겹쳐 더욱 덥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8월 며느리 친정 나들이에 술병과 함께 보낼 정도로 귀하게 쳤다. 복(伏)이 사람 인(人)변에 개 견(犬)자인 것도 이런 연유라고 한다. 보신탕이 서민들의 으뜸 음식이라면, 양반들은 민어탕을 최고로 쳤다. 또한 붉은 팥과 찹쌀로 만든 복죽과 인삼을 넣은 계삼탕, 닭칼국수, 장어탕도 모두가 즐겨 먹던 삼복 메뉴였다. 잉어를 넣은 용봉탕, 산 미꾸라지와 두부로 만든 도랑탕도 그 축에 낀다. 보양식 말고 여름을 이기는 찬 음식도 여럿 있다. 시원한 동치미 육수에 메밀면을 말고 잘게 찢은 닭고기를 담아내는 초계탕을 비롯, 참깨 껍질을 벗기고 곱게 갈아 체에 거른 국물에 영계백숙국을 섞어 차게 먹는 임자탕 등이 그것이다. 보신탕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보양식하면 역시 삼계탕이다. 초·중복이 지났지만 시중 유명 삼계탕 집엔 점심 저녁 줄서는 사람들이 여전하고 대형마트를
야간자율학습 폐지, 자사고 폐지, 고등학교 석식 폐지 등으로 논란을 빚은 경기도교육청이 이제 토요방과후 프로그램까지 폐지하겠다고 한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7일 수원교육지원청에서 열린 현장교육협의회에서 아이들의 휴식권 확보를 위해 교육청 주도의 토요 방과후 학교 운영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 공약에 맞춰 가장 먼저 자사고 폐지를 들고 나온 경기도교육청이 무슨 정책이든지 폐지만이 능사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 초등학교장들 일부가 교사 업무 과중 등을 이유로 폐지를 건의하자 이재정 교육감이 즉각 수용한 것이다. 토요방과후 교육프로그램은 지난 2012년 주5일제 수업이 시행되면서 도입된 보완프로그램이다. 주말인 토요일에 미술·음악·체육 등 예체능 수업을 중심으로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생들이 희망하는 과목에 대해 운영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외부 강사를 초빙하지만 수업료가 사설학원보다 훨씬 저렴한 데다 정규수업에서 하기 어려운 과학실험 미술 음악줄넘기 해금 파티쉐 방송댄스 등과 축구 탁구 등 구기운동까지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토요방과후 폐지를 선언하면서 이 교육감은 방과후학교,…
경기도가 오는 9월부터 ‘장애인365쉼터’를 도내 4개 권역에 설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8월 7일까지 시·군을 통해 쉼터를 운영할 시설을 접수 받고 서류와 현장 심사를 거쳐 운영주체를 확정한 후 9월부터 운영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장애인 쉼터는 장애인 부모들의 염원이었다. 특히 가정에서 중증장애 자녀를 돌보는 부모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시설이다. 형편상 중증장애 자녀를 가정에서 보살필 수밖에 없는 부모들은 365일 24시간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한 채 꼬박 장애인 자녀 옆에 붙어 있어야 했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렵고, 급한 일이 생겨도 밖에 나갈 수 없다. 부부 중 한명은 늘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사별이나 이혼으로 혼자 생활하는 경우 난감한 상황이 자주 벌어지게 된다. 물론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장애인 단체는 단기간 책임지고 내 자녀처럼 정성껏 보호해주는 시설이나 응급 서비스를 해주는 안전망 구축을 요구해왔다. 이번에 설치되는 장애인365쉼터도 지난 5월 남경필 지사와 도내 장애인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제안된 내용을 남 지사가 수용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도는 동서남북 4개 권역으로 나눠 장애인거주시설과 단기보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