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는 애국민의 의무’ ‘기권은 국민의 수치’ ‘총선거로 독립문은 열린다’ 1948년 5월 10일 첫 총선의 투표 독려 표어들이다. 구호가 영향을 미친것은 아니겠지만 선거가 처음 도입되고 제도도 지금과 달랐지만 당시 투표율은 95.5%를 기록했다. ‘현명한 선택만이 우리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중앙선관위가 19대 대선 투표를 독려하면서 국민들의 투표 참여를 호소한 표어다. 선거 때마다 낮아지고 있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이처럼 독려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국민 투표 참여는 별반 늘지 않고 있다. 대통령 선거만 보더라도 김대중 후보가 당선된 지난 1997년 15대 대선 투표율은 80.7%였다. 하지만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2002년 16대 대선의 투표율은 70.8%로 낮아졌고 이명박 후보 당선된 2007년 17대 대선 득표율은 63.0%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렇다면 오늘(9일) 치러질 19대 대선 투표율은 어느 정도일까. 26.0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사전 투표율을 감안 하면 20년 만에 80%대 투표율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으나 역시 결과는 알 수 없다. 다만 선관위 여론조사에서 ‘이번 대선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86.9%에
지난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2241.24까지 치솟으면서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조만간 코스피 지수가 2300선을 넘으리라는 장밋빛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처럼 증시가 살아나는 것은 눈에 띄게 좋아진 기업 실적과 반도체 훈풍에다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들의 주주친화정책이 시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120원대로 하락하는 등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자 외국인들의 신흥국 통화 강세를 전망한 ‘바이 코리아’ 열풍이 더해지고 있는 까닭이다. 국제적으로도 선진국 중심의 경기 회복세가 신흥국으로 옮겨가면서 이같은 분위기가 코스피지수의 상승을 당분간 이끌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다 기업 실적 개선과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으로까지 이어져 지수 상승세는 탄력이 붙을 것으로도 내다보고 있다. 최근의 주가지수 상승은 삼성전자의 사상 최고가 행진 등으로 대형주와 반도체 관련주들의 동반 상승으로 투자 심리가 개선됨은 물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호재였다. 아무튼 실물 경기가 어려워 국민들의
온 국민의 관심이 대통령 선거에 집중돼 있다. 지난 4일과 5일 사전투표를 실시한 결과 참여율이 매우 높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당연한 일이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나라의 위신이 추락하고 이어진 대통령 탄핵과 파면, 구속으로 조기에 실시하게 된 대통령선거니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웬만한 뉴스들은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소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안산 다문화거리 성매매문제도 그렇다. SBS TV가 최근 폭로한 이 지역의 성매매 실태를 보면 참 어이가 없다. 어쩌면 그렇게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권유하는지 낯이 뜨거워진다. 이곳에 밀집해있는 다방과 노래방에서 손님들에게 아가씨가 필요하냐고 묻고 이른바 ‘화대’까지 알려주고 있는 모습이 방송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대놓고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데다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만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3년에도 같은 방송에서 같은 내용을 보도한 적이 있다. 이에 안산시는 원곡동 다문화특구 소재 다방, 노래연습장에 대한 ‘성매매’ 특별 지도·점검을 했다. 또 해당 구
한국의 4차 산업혁명기 행복설계 1순위 모토는 ‘아침이 행복한 나라’다. 무직에 수입이 없는 국민이 아침에 눈을 뜨면서 오늘 할 일을 생각하고 미소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집 근처에서 춤을 배우며 친구들을 만나거나, 독서토론을 하며 책을 빌려 보거나, 악기를 배우고 발표할 수 있는 문화공간에 나가기 위해 마음이 바쁘게 행복해야 한다. 필자는 그래서 국민기본소득이 아니라 국민활동권을 보장하는 스마트바우처 인문카드(인지문화카드)를 정치적으로 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국민이 일상의 행복을 느끼도록 돕는 보편적 선별복지가 가능해야 아침이 행복한 나라가 된다. 그동안 한국의 교육은 책상에서 책과의 전쟁을 잘 끝내면 출세와 성공이 보장되는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이 처리하는 세상이다. 그리고 모든 공부는 빅데이터에 포함된다. 자칫 미래의 영광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다가는 꿈꾸던 행복을 영원히 못 만날 것이다. 그로인해 이제는 우리 아이들이 삶의 과정을 즐기면서 삶의 변화 과정 자체를 낙관적으로 보도록 도와줘야 한다. 선진국형 창의성은 각자의 삶을 즐기는 마니아나 덕후들이 이끌고 있다. ‘이세돌&
수원(水原)시가 뜨겁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역사적인 ‘제19대 대통령’ 선출이 블랙홀처럼 국민의 관심을 빨아들여 결과를 앞두고 있지만 ‘물의 도시’란 도시명까지 전면에 내세운 ‘광교상수원보호구역’ 찬반 논란이 한창이다. 환경부가 지난달 17일 수원시의 수도정비기본계획 변경안에 대한 재작성 검토의견을 보내오고, 시가 광범위한 사회적협의기구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뒷맛은 수원시가 ‘물의 도시’가 맞는가 만큼이나 씁쓸하다. 그러나 태어나서 지금까지 50여년 가까이 살아온 고향 수원시의 상징은 정작 물이 아니라 ‘화성’이다. 한때는 ‘효원의 성곽도시’로 불렸다. 어렸을 적부터 ‘물의 도시’가 아니라 ‘물이 귀한 도시’라는 말을 들어오긴 했다. 광교산에서 발원한 수원천이 도심을 흐르지만 물이 부족해 바닥을 드러내기가 일쑤였고, ‘만석거’를 제외한 광교저수지 등 수원시내 곳곳의 저수지들은 일제 식민지 참담한 수탈의 역사가 담긴 곳들이 아니던가. 지난 1949년 ‘시 승격
1952년 12월4일 영국 런던. 맑던 하늘에 안개가 끼더니 도시 전체가 갑자기 스모그에 휩싸였다. 그리고 닷새 동안이나 머물렀다. 때문에 기온이 떨어지고 시민들은 숨쉬기조차 힘든 고통 받았다. 사망자도 900여 명이나 나왔다. 스모그의 여파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듬해 여름까지 그 후유증이 이어졌고 모두 1만2천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곧바로 다양한 역학조사가 실시됐다. 조사 결과 10㎛ 이하의 미세먼지 입자(PM10)가 취약집단의 질병 발생률과 사망률을 높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자 선진국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한 대기오염기준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60여 년이 지난 현재 미세먼지는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오히려 중금속, 방사성물질, 다이옥신, 바이러스 등 각종 유해물질을 더 포함하고 있어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했을 정도다. 세계 최대의 미세먼지 발생국 중국은 한해에만 67만여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악의 도시인 인도 뉴델리에선 연간 1만5천여 명이 미세먼지로 숨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세먼지 뒤덮이는 날이 많다. 대부분 중국발이다. 과거 봄철만
하루 삯 /이서화 새참 막걸리에 취한 햇살이 논물 위에 길게 눕는다 개구리밥이 파란 융단처럼 깔렸다 논물 속에 있던 해를 목이 긴 황새가 꿀꺽 삼켜버렸다 기울지 않던 산 그림자도 논바닥에 제 모습을 비춰보는 시간 입이 간지러운 개구리들이 운다 계단 논에는 햇살만큼 좋은 일꾼은 없다 촘촘하게 박음질 되는 모내기를 도우며 일당도 없이 하루를 담그면서 지나간다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머슴이다아니, 머슴들의 좌장이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은 그도 쉰다 푹푹 빠지는 논바닥의 내력을 읽던 햇살이 몸져누운 날은 비가 내린다 따끔따끔 쑤시는 삭신마다 스미는 빗방울 - 시집 ‘굴절을 읽다’ / 2016 이 시를 다 읽고 나면 저절로 입 꼬리가 올라간다. 동화 속 한 페이지가 따듯한 풍경이 되어 펼쳐진다. 막걸리에 취한 햇살과, 해를 꿀꺽 삼킨 황새, 입이 간지러운 개구리, 이런 풍경들 속엔 충직한 일군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햇살 되시겠다. 종일 제 일을 묵묵히 하고도 일당도 없는 햇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머슴이면서 머슴의 좌장인 햇살, 그런 그가 쉴 수 있는 날은 흐릿한 날뿐, 비가 오는 날엔 심한 몸살을 앓기도 하면서. 빨리 논으로 나가 저 푸른…
집 밖을 나서면 푸른 것들의 천국이다. 막 움을 틔우는 새순부터 푸릇해진 나무까지 산천초목이 평화롭다. 푸릇해진 나무와 거리의 한켠을 붉게 물들이는 영산홍이 어우러진 거리를 달려 동해로 접어든다. 긴 잠을 터는 고산지대와는 달리 낮은 곳은 꽃들의 천국이다. 왕 벚꽃이 소담스런 꽃을 꺼내놓은 옆으로 파도가 시샘하듯 몰아친다. 성급한 아이는 파도 속으로 뛰어들고 모래톱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연인의 모습이 예쁘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나 싶어 부럽기도 하다. 흘러간 시절이 빛바랜 영상처럼 파도에 물러섰다 되돌아온다. 설렘과 기대로 찾아가는 삼척, 삼척의 바다는 유난히 맑은 듯하다. 물 밑에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다와 동굴 그리고 국민관광지 무령계곡이 빚어내는 풍광이 좋아 가끔 찾는 곳이다. 이번 여행은 시누이와 함께 했다. 남편과 띠 동갑인 손 위 시누이다. 시댁식구와의 여행이라 좀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워낙 남편이 좋아하고 따르는 누님이다. 칠십 넘은 나이에 가급적 젊은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가족의 화합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고맙다. 부모님 돌아가시니 형제들 모이는 일이 줄었다. 명절이나 제삿날 등 경조사를 제외하고는 뭉치기가 쉽지 않다. 각자…
해마다 이맘때면 하얀 꽃이 피는 이팝나무. 처음엔 싸락눈처럼 듬성듬성 피다가 나중엔 함박눈처럼 소복하게 나무 전체를 뒤덮는 꽃은 보기에도 탐스럽고 향기 또한 좋다. 어쩌다 송아리로 핀 꽃이 똑똑 떨어져 바닥에 쌓이면 하얀 쌀처럼 보인다. 이팝나무란 이름이 붙게 된 배경중 하나다. 꽃이 많이 피면 벼농사가 잘 돼 이밥(쌀밥)을 원없이 먹게 된다고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래된 이팝나무가 있는 전국 어느 마을에 가나 “춘궁기에 굶어 죽은 자식의 무덤가에 이 나무를 심어놓고 죽어서라도 흰 쌀밥을 마음껏 먹기를 비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보릿고개라는 춘궁기 무렵 피기 때문에 예로부터 농촌 지역에서는 이팝나무의 꽃이 만발하면 풍년이 들고, 적게 피거나 시들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그래서 꽃이 필 때가 되면 나무 앞에서 꽃이 만발하기를 기원했다. 입하(立夏)를 전후해 꽃이 펴 입하목(立夏木)이라 부르는 이팝나무, 현재 영호남 지역에는 오래된 이팝나무가 많이 있다. 수령 수 백년인 10여그루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구미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특히 이 꽃을 좋아 했다고 한다. 고깃국과 함께 쌀밥을 먹어 봤으면 하던 배
모래성 /박설희 모래성을 쌓자 성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 방의 파도로 모든 게 허물어져도 모래얼굴을 만들자 그가 들여다볼 모래꽃 노래 부를 악보까지 눈코입 지워져도 그뿐 물에 젖는 적막만 남는 무너뜨리는 자도 쌓는 자도 놀이니까 죽을 때까지 하는 놀이니까 -박설희 시집 ‘꽃은 바퀴다’ 우리는 정말 모래성을 쌓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비록 한 방의 파도로 모든 게 허물어진다 해도 우리는 모래성을 쌓아 가면서 생겨나는 즐거움과 환희와 행복을 맛볼 수 있다. 아니면 반대로 슬픔과 절망과 불행의 감정도 겪을 수 있다. 그러면 어떠랴. 그것이 어쩌면 ‘삶’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놀이’처럼 너무 아등바등하지 말자. 사랑하는 이가 들여다볼 수 있게나마 모래꽃인 모래얼굴을 만들자. 눈코입도 지워지고 적막만 남는다 할지라도 그뿐, 너무 서러워할 것도 노여워할 것도 없을 일이다.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