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는 슬픔 쪽으로 기울어진다 /이채민 잎이 무성한 나무 바람의 행적만을 뒤적이고 잎 떨군 나무 담회색 고독이 들어있는 산 뻐꾸기 울음만 타전하네. 이 시는 시인의 정서인 감정상태 분위기가 그대로 나무, 바람의 행적, 담회색 고독, 산 뻐꾸기 울음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융합하여 귀는 슬픔 쪽으로 기울어진다. 는 슬픔 서정시를 만들어 내었다. 짧지만 화자인 시인이 얼마나 슬픈지 엄살이 아니라 죽을 만큼 슬퍼다는 것을 과장 없이 드러낸다. 이것이 서정시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시인의 시편 도처에 까려 있는 슬픔, 근원적인 슬픔이 어머니 상실로부터 오는지 확언을 할 수 없으나 인간은 울면서 태어났기에 슬프고 울면서 태어났기에 울음을 남기고 간다는 새로운 명제를 내던지게 한다. 나무, 바람의 행적, 담회색 고독, 산 뻐꾸기 울음과 시인과의 관계를 통해 짧으나 호감이 가는 시 한편, 정서의 깊이가 느껴지는 이 시 한편이 좋다. 쓸쓸한 날을 더 쓸쓸하게 이끄는 분위기 있는 시라서 좋다. /김왕노 시인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3월이 시작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재판부는 앞으로 약 2주 간 평의(재판관회의)를 거쳐 최종 선고를 내리게 된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그동안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쳐 왔다. 지난달 27일에는 각각 탄핵의 정당성과 부당성에 대한 그동안의 주장을 정리하며 최후 변론을 마쳤다. 탄핵심판 청구인인 국회 측은 “박 대통령 파면을 통해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승리했음을 선언해주기 바란다”며 거듭 탄핵을 주장한 반면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중대한 법 위반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기각을 촉구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뒤 3차례 준비기일과 17차례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핵심 쟁점은 대통령의 국민주권주의 및 법치주의 위반, 권한 남용, 뇌물수수 등 5개 범주로 압축됐다. 헌재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겠지만 그동안 심리 과정에서 빚어진 대립과 갈등에 비춰 ‘선고 이후’가 더 걱정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3·1절인 어제만 해도 그렇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 다른 태극기로 쪼개져 탄핵과 반대를 외쳤고 그 분위기는 험악하다 못해 섬뜩한 양상으로 치닫았다. 집회 여기저기
경기도가 올해 40억7천여 만원을 투입, 각종 어종 치어 3천881만마리를 강과 바다에 방류한다. 이대로 가다간 고갈될 수도 있는 어족자원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도는 경기도 서해안에 각종 물고기와 조개류 치어와 종자를 방류할 계획이다. 연안 수역에 인공어초를 조성하고 수산생물 질병 관리 사업을 실시하는 한편 바다 쓰레기 수거, 낚시터 환경 개선, 불가사리 수매, 외래어종과 무용생물도 퇴치한다. 아울러 남한강과 북한강, 임진강과 남양호 등 내수면에도 민물고기 치어를 풀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각종 개발과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 등으로 우리나라 어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불법 조업으로 어획량은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생선값을 올려 밥상 물가 상승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강원도 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중국 어선의 싹쓸이 조업으로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10년 새 4분의 1로 급감했다고 한다. 동해안도 그렇지만 중국과 해역을 맞대고 있는 서해안과 제주도 연해는 더 심각하다. 최근 해양수산개발원은 중국 불법조업으로 인한 수산자원 손실이 연간 10만~65만t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수협중앙회는 불법조업 피해가 연간
그날은 이른 아침부터 먼지 같은 눈이 날렸다. 오후부터 눈이나 비가 오리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이렇게 일찍 시작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눈이라고는 했지만 걸음을 멈추고 서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어슴푸레 하게 흐린 날이었다. 새벽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날리는 눈을 보면서 자연스레 정년을 맞아 퇴임식을 하는 친구의 마음을 짐작해본다. 겻불도 쬐다 물러나면 서운하다는데 그 심정이 홀가분하기만 할까, 허전한 마음도 못지않으리라. 삼 십여 년을 하루 같이 한 직장에서 청춘을 보낸 친구를 위해 퇴임식이 마련되어 있어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기로 되어있었다. 안정된 직장에 아직 고운 얼굴을 간직한 아내와 예쁜 딸도 둘이 있었다. 결혼한 큰 딸이 작년 가을 첫 손녀까지 안겨준 그래도 우리 친구들 중에서도 순탄하고 운 좋게 사는 친구 중 하나였다. 눈송이는 점점 커지고 간간이 부는 바람에 섞여 나부끼는 잠시 푸근한 날씨에 바로 녹기를 계속하다 빗방울이 되기도 하고 다시 눈이 내리기도 하며 겨울과 봄을 오락가락하며 어두워졌다. 식장에는 벌써 많은 축하객들이 모였다. 함께 일하던 후배 직원들과 전 현직 임원들 그리고 주인공이 활동하는 지역 사회단체의 회원들과 친
‘복잡한 사회생활’ ‘치열한 생존경쟁’, ‘팍팍한 삶’ 듣기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럴 경우 불안하고 우울하며 분노를 느끼는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다. 곧바로 두통과 위장 및 수면장애가 나타나고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다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뇌 세포를 죽이는 독성 단백질이 증가 치매에 걸릴 가능성도 높다. 때문에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며 어느 질병보다 건강의 최대 ‘적’으로 꼽힌다, 스트레스가 신체와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 말고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은 이를 해소하려고 고지방 음식과 단 음식을 자주 먹어 결국 비만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 몰론 반대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신과 감각기관이 예민해지고 중요한 부위인 뇌 심장 등으로 가는 혈류가 증가, 몸과 마음 모두 활성화돼 아픈 만큼 성숙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견딜수 있으면’ 하는 전제가 붙지만 스트레스도 잘만 이용하면 힘이 되고 사람에 따라 더 강해지는 수도 있다는 논리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하나의 자극으로 받아들여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스트레스가 각종…
나의 멍 /김수목 누군가의 평생을 베끼고 싶은 날에 무심코 본 나의 온몸이 멍투성이네 푸르딩딩한 저 멍들의 기원부터 따져보아야겠네 처음에는 내 바깥의 불가피한 타격이었을 것이고 다음에는 내 내부의 치열한 호응이 있었겠네 살갗 아래에 살이 지그시 눌리고 실핏줄의 핏줄기가 돌기를 그만둔 곳 눈에 꼭 보이도록 누르면 반드시 아프도록 모든 아픔에 초감각적으로 맞서주는 내 살이 지겨워지네 이 말은 내 몸이 듣지 않게 침묵으로 속삭이네 - 시집 ‘슬픔계량사전’에서 우리는 외부로부터 끊임없는 충격을 받는다. 커다란 충격 말고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작은 충격은 셀 수 없이 많다. 어쩌면 우리는 외부로부터의 충격이 없이는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수많은 충격에 우리 몸은 적절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몸을 방어한다. 우리 몸에 생기는 멍자욱도 그 중 하나이다. 반응의 흔적이다. 우리는 외부의 충격에 적절하게 반응하면서 우리의 몸을 본능적으로 지키고 있다. 반응하며, 아픈 충격은 가능한 한 피하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켜 가는 것이다. /장종권 시인
주로 쉬거나 자려고 누워 있을 때 사지에 불쾌한 감각이 발생하고 이를 없애기 위해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강한 충동이 있고, 사지를 움직이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며, 이 증상이 낮보다 밤에 심해지는 질환을 하지불안증후군이라고 한다. 환자들은 주로 하지, 간혹 상지에서도 불편한 감각을 호소하는데,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가는 느낌’, ‘다리가 근질거린다’, ‘전기가 오듯 따끔거리는 느낌’, ‘욱신거리고 저리는 느낌’ 등이 나타나면 이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이상한 감각 때문에 다리를 움직이거나 주무르느라고 잠들기가 어렵거나 자꾸 깨게 되어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유병률은 외국연구에서 2.5~15%로 매우 다양하나, 한국인 5천명을 대상으로 하지불안증후군의 유병률을 조사한 연구결과에서는 심각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비율이 약 7.5%로 조사되어 매우 흔한 병임을 알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유전적 요소가 중요 원인이라 보여짐)이 많고, 내과적, 신경과적, 약물에 의해…
각급학교의 졸업식이 끝나고 이제 입학시즌이 다가왔다. 예전같으면 졸업과 입학은 누구에게나 마음이 설레였다. 각급학교의 과정을 마무리했다는 성취감과 새로운 학년을 맞이한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생은 이제 사회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다는 것에 대한 희망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처럼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젊은이들로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핵가족 시대에 형제자매도 많지 않아 부모로부터 과잉보호를 받고 살아왔기에 더욱 그렇다. 공부를 곧잘하는 초등학생 아들이 받아쓰기 점수를 형편없이 받아왔다. 핀잔을 주는 엄마에게 그 아들은 “받아쓰기 공부하라는 얘기는 엄마가 안 했잖아. 과외도 안 시켰고….”라고 대답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진로와 대학의 선택, 그리고 취업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젊은이들에게는 원치 않은 일들은 생기고, 좌절에 부딪치기도 한다. 지난주 막내의 대학졸업식에 갔다. 옛날처럼 학교 대운동장이나 대강당이 아니다. 단과대학별로 학장 주재 아래 자그마한 강당에서 조촐하게 치러졌다. 참석한 학생들이 반도 안 된다. 물론 취업이 안
코드 7 /김명서 내가 사육하고 있는 아이콘 코드 7 0 또는 1 같은 기계어밖에 몰랐다 사랑이란 단어에 접속하고부터 꽃의 몸짓으로 말하게 되었고 애벌레의 말도 구름의 말도 알아듣게 되었다 그때 균열을 예측했어야 했다 단잠을 내려놓고 거리를 헤매다 돌아온 듯 밤이슬 젖은 발자국 모니터 바깥으로 흘러내린다 내가 쓰다 남긴 아날로그 사랑이라도 복사해주고 싶은데 그의 조급증이 먼 계단을 오르고 있다 혹시 직계조상이 자기 연민에 빠져 자멸한 최초의 사이보그 아니었을까 - 김명서 시집 ‘야만의 사육제’중에서 ‘사랑해’라는 말이 먼저인가 사랑이라는 느낌이 먼저인가. 사랑한다는 고백을 한 순간 사랑이 시작되는 건 아니다. 사랑이라는 느낌은 고백 이전의 일이었고 꽃과 애벌레와 자연의 언어를 알아듣게 되는 신기한 마술이었다. 고백이란 형식을 갖추고 사랑받는 사람의 결정에 나를 온전히 맡길 수밖에 없었다. 사랑받는 사람이 승자이고 절대의 갑이었기 때문이다. 나와 너의 소통이 이뤄져야 비로소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아날로그 사랑을 잊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랑을 사육할 수 있다. 최초의 사이보그, 복사해주고 싶은 사
새학기를 맞아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중고교 학생들의 교복값 또한 만만치 않다. 웬만한 교복을 한 벌 구입하려면 수 십만원에서 심지어 100만원까지 줘야 한다. 여름철 교복 남방도 자주 세탁하려면 여러 벌 구입해야 하기에 동복이든, 하복이든 교복구입비용 부담이 크다. 학교별로 공동구매를 통해 비용을 줄여보려고 노력하지만 실제로는 개인구입보다 더 비싼 경우가 많다. 한 때 학교별로 자유롭게 교복물려주기운동이 확산되는가 하더니만 학생과 학부모들의 인식부족으로 지지부진해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교복 알뜰장터가 인기를 얻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구리시는 지난달 18일 구리행정복지센터에서 관내 중·고등학교 교복을 판매하는 ‘구리시 알뜰교복 판매장터’를 성황리에 열었다. 구리혁신교육공동체가 주관이 되어 지난 2015년부터 매년 행사를 해오고 있다. 학부모지원단 및 학생 자원봉사자 등이 관내 14개 중·고등학교 졸업생에게 기증받은 교복을 깨끗이 세탁하여 판매했다. 쟈켓, 치마, 바지, 셔츠 등 3천여점은 품목에 따라 최저 1천원~7천원이다. 세탁비용이면 살 수 있었다. 이날 판매된 것만 2천300여점으로 판매수익금 640여 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