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12월4일 영국 런던. 맑던 하늘에 안개가 끼더니 도시 전체가 갑자기 스모그에 휩싸였다. 그리고 닷새 동안이나 머물렀다. 때문에 기온이 떨어지고 시민들은 숨쉬기조차 힘든 고통 받았다. 사망자도 900여 명이나 나왔다. 스모그의 여파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듬해 여름까지 그 후유증이 이어졌고 모두 1만2천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곧바로 다양한 역학조사가 실시됐다. 조사 결과 10㎛ 이하의 미세먼지 입자(PM10)가 취약집단의 질병 발생률과 사망률을 높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자 선진국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한 대기오염기준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60여 년이 지난 현재 미세먼지는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오히려 중금속, 방사성물질, 다이옥신, 바이러스 등 각종 유해물질을 더 포함하고 있어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했을 정도다. 세계 최대의 미세먼지 발생국 중국은 한해에만 67만여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악의 도시인 인도 뉴델리에선 연간 1만5천여 명이 미세먼지로 숨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세먼지 뒤덮이는 날이 많다. 대부분 중국발이다. 과거 봄철만
하루 삯 /이서화 새참 막걸리에 취한 햇살이 논물 위에 길게 눕는다 개구리밥이 파란 융단처럼 깔렸다 논물 속에 있던 해를 목이 긴 황새가 꿀꺽 삼켜버렸다 기울지 않던 산 그림자도 논바닥에 제 모습을 비춰보는 시간 입이 간지러운 개구리들이 운다 계단 논에는 햇살만큼 좋은 일꾼은 없다 촘촘하게 박음질 되는 모내기를 도우며 일당도 없이 하루를 담그면서 지나간다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머슴이다아니, 머슴들의 좌장이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은 그도 쉰다 푹푹 빠지는 논바닥의 내력을 읽던 햇살이 몸져누운 날은 비가 내린다 따끔따끔 쑤시는 삭신마다 스미는 빗방울 - 시집 ‘굴절을 읽다’ / 2016 이 시를 다 읽고 나면 저절로 입 꼬리가 올라간다. 동화 속 한 페이지가 따듯한 풍경이 되어 펼쳐진다. 막걸리에 취한 햇살과, 해를 꿀꺽 삼킨 황새, 입이 간지러운 개구리, 이런 풍경들 속엔 충직한 일군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햇살 되시겠다. 종일 제 일을 묵묵히 하고도 일당도 없는 햇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머슴이면서 머슴의 좌장인 햇살, 그런 그가 쉴 수 있는 날은 흐릿한 날뿐, 비가 오는 날엔 심한 몸살을 앓기도 하면서. 빨리 논으로 나가 저 푸른…
모래성 /박설희 모래성을 쌓자 성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 방의 파도로 모든 게 허물어져도 모래얼굴을 만들자 그가 들여다볼 모래꽃 노래 부를 악보까지 눈코입 지워져도 그뿐 물에 젖는 적막만 남는 무너뜨리는 자도 쌓는 자도 놀이니까 죽을 때까지 하는 놀이니까 -박설희 시집 ‘꽃은 바퀴다’ 우리는 정말 모래성을 쌓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비록 한 방의 파도로 모든 게 허물어진다 해도 우리는 모래성을 쌓아 가면서 생겨나는 즐거움과 환희와 행복을 맛볼 수 있다. 아니면 반대로 슬픔과 절망과 불행의 감정도 겪을 수 있다. 그러면 어떠랴. 그것이 어쩌면 ‘삶’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놀이’처럼 너무 아등바등하지 말자. 사랑하는 이가 들여다볼 수 있게나마 모래꽃인 모래얼굴을 만들자. 눈코입도 지워지고 적막만 남는다 할지라도 그뿐, 너무 서러워할 것도 노여워할 것도 없을 일이다. /김명철 시인
집 밖을 나서면 푸른 것들의 천국이다. 막 움을 틔우는 새순부터 푸릇해진 나무까지 산천초목이 평화롭다. 푸릇해진 나무와 거리의 한켠을 붉게 물들이는 영산홍이 어우러진 거리를 달려 동해로 접어든다. 긴 잠을 터는 고산지대와는 달리 낮은 곳은 꽃들의 천국이다. 왕 벚꽃이 소담스런 꽃을 꺼내놓은 옆으로 파도가 시샘하듯 몰아친다. 성급한 아이는 파도 속으로 뛰어들고 모래톱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연인의 모습이 예쁘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나 싶어 부럽기도 하다. 흘러간 시절이 빛바랜 영상처럼 파도에 물러섰다 되돌아온다. 설렘과 기대로 찾아가는 삼척, 삼척의 바다는 유난히 맑은 듯하다. 물 밑에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다와 동굴 그리고 국민관광지 무령계곡이 빚어내는 풍광이 좋아 가끔 찾는 곳이다. 이번 여행은 시누이와 함께 했다. 남편과 띠 동갑인 손 위 시누이다. 시댁식구와의 여행이라 좀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워낙 남편이 좋아하고 따르는 누님이다. 칠십 넘은 나이에 가급적 젊은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가족의 화합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고맙다. 부모님 돌아가시니 형제들 모이는 일이 줄었다. 명절이나 제삿날 등 경조사를 제외하고는 뭉치기가 쉽지 않다. 각자…
해마다 이맘때면 하얀 꽃이 피는 이팝나무. 처음엔 싸락눈처럼 듬성듬성 피다가 나중엔 함박눈처럼 소복하게 나무 전체를 뒤덮는 꽃은 보기에도 탐스럽고 향기 또한 좋다. 어쩌다 송아리로 핀 꽃이 똑똑 떨어져 바닥에 쌓이면 하얀 쌀처럼 보인다. 이팝나무란 이름이 붙게 된 배경중 하나다. 꽃이 많이 피면 벼농사가 잘 돼 이밥(쌀밥)을 원없이 먹게 된다고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래된 이팝나무가 있는 전국 어느 마을에 가나 “춘궁기에 굶어 죽은 자식의 무덤가에 이 나무를 심어놓고 죽어서라도 흰 쌀밥을 마음껏 먹기를 비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보릿고개라는 춘궁기 무렵 피기 때문에 예로부터 농촌 지역에서는 이팝나무의 꽃이 만발하면 풍년이 들고, 적게 피거나 시들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그래서 꽃이 필 때가 되면 나무 앞에서 꽃이 만발하기를 기원했다. 입하(立夏)를 전후해 꽃이 펴 입하목(立夏木)이라 부르는 이팝나무, 현재 영호남 지역에는 오래된 이팝나무가 많이 있다. 수령 수 백년인 10여그루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구미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특히 이 꽃을 좋아 했다고 한다. 고깃국과 함께 쌀밥을 먹어 봤으면 하던 배
5월의 황금 연휴가 시작됐다. 직장인들의 경우 4일만 휴가를 낸다면 무려 5일 간이다. 제19대 대통령선거의 투표일도 5일 앞으로 다가왔다. 미래를 이끌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투표에 기권해서는 안 된다. 정치를 불신한다고, 뽑을 후보가 마땅치 않다고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국민의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연휴기간이지만 그래서 4일부터 5일까지 이틀 간 사전투표를 할 수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선관위는 각 읍·면·동마다 각 1~2개소씩 사전투표소를 설치하며 사전투표소의 위치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와 ‘선거정보’ 모바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전투표는 별도의 신고 없이 신분증만 있으면 전국 어디서나 주소지에 관계없이 투표할 수 있는 제도로 전국 단위 선거로는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와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이어 3번째이며, 대통령선거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의 사전투표율은 11.5%(전체 투표자수 대비 20.2%)였고,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의 경우 12.2%(전체 투표자수 대비 21.0%)의 투표율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사전투표 참여율이 높을수록 이번 대통령선거의 투표율도 높을…
가짜뉴스란 ‘FAKE NEWS’라고도 불린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도 가짜뉴스가 판을 쳤다. 이를테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거나, 힐러리가 국제 테러단체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가짜뉴스의 영향으로 인해 힐러리가 낙선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오는 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짜뉴스가 나돌고 있다. 대표적인 게 문재인 후보가 공산주의자라든가, 안철수 후보가 신천지에 연루돼 있다는 것 등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1일까지 대선 관련 가짜뉴스가 모두 3만4천628건이나 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8대 대선(7천201건) 대비, 약 5배나 되는 것이다. 또 같은 기간 검찰에 입건된 선거사범은 264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가짜뉴스 유포 행위 등 흑색선전사범이 32.2%나 됐다고 한다. 이 역시 18대 대선과 비교했을 때 81%가 증가한 수치다. 그런데 앞으로 가짜뉴스가 더욱 범람할 것으로 예상된다. 3일부터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깜깜이 선거’라고 부르는데 대체로 이 기간 동안 판세를 뒤집거나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흑색선전과
어느 날 문득 세수를 하다 목에 뭔가가 만져지거나 마사지를 받다 유방이나 등에서 뭔가 만져지면 일반인들은 어떻게 할까? 먼저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된다. 그러다 자칫 시기를 놓치거나 오히려 안좋은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 불안감이 증폭되면 병원을 찾게 되는데 이런 경우 어느 진료과를 찾아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가장 흔하고 피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발생할 수 있는 혹으로는 표피 낭종이 있다. 중심부에 면포 같은 구멍이 있으며, 간혹 냄새가 나고, 비지 같은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주머니이다. 대개는 만져지기만 하지만 이차감염을 잘 일으켜 고름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 경우 고름을 절개하여 배농하고 추후에 제거를 원할 경우 절제술을 시행하면 된다. 피부아래의 지방층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혹은 지방종이다. 원인을 알 수 없지만 대개 통증이 없고, 서서히 자라기도 하며, 간혹 너무 큰 경우 주위를 압박해서 불편감을 줄 수 있다. 대개는 시진, 촉진으로 판단이 가능하지만 위치, 크기, 성장 속도에 따라 영상검사(초음파)나 컴퓨터 촬영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정확한 진단을 수술적으로 절제하면서 조직을 제거하면서 조직검사를 시행하여야 한다. 지방종은 대개 양성이나 드물게
고(故) 김남주 시인은 1989년 ‘사랑의 무기’라는 시집에 ‘대통령 지망생들에게’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대통령 지망생들이여/기술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나니/고민일랑 말거라 대머리라고/가발술이 와서 귀밑까지 덮어줄 것이다/실망일랑 말거라 곰보딱지라고/화장술이 와서 반반하게 골라줄 것이다/절망일랑 말거라 말더듬이라고/웅변술이 와서 유창하게 떠들어줄 것이다/근심일랑 말거라 뱃속이 시커멓다고/조명술이 와서 하얗게 칠해줄 것이다/걱정일랑 말거라 평판이 나쁘다고/조작술이 와서 여론을 바꿔줄 것이다/낙담일랑 말거라 청중이 안 모인다고/동원술이 와서 긁어모아 줄 것이다/낙심일랑 말거라 돈이 없다고/조폐술이 와서 찍어줄 것이다/낙담일랑 말거라 표가 안 나온다고/컴퓨터가 와서 해결해줄 것이다/그러니 동시대의 보통사람들이여 대통령 지망생들이여/곰보여 째보여 언청이여애꾸여 대머리여/ 지금은/기술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나니/대통령이 되고 싶거든/쓰잘데 없는 걱정일랑 하지 말고 가서 바다 건너….”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읽어도 여전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달라진 것이 없는 대선판을 보면…
가을 엽서 /이인원 꽃잎들 만발할 어디쯤에 어림짐작으로 둥근 수틀을 끼웁니다 침묵이라는 가장 예리하고 빛나는 바늘 끝이 팽팽한 아픔의 한가운데를 정확하게 관통하는 바늘땀 소리에만 귀 열어놓은 채 오늘도 나에게 나를 보내고 있습니다 - 이인원 시집‘빨간 것은 사과’ / 세계사·2004년 고즈넉이 문가에 앉아 이마 숙이고 둥근 수틀에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이는 정숙하고도 고운 눈매. 사위는 고요한데 수틀에 끼운 옷감을 통과하는 실과 바늘 소리만 북―북― 그러나 시인은 지금 침묵이라는 바늘이 아픔의 한가운데를 정확하게 관통하는 소리에만 귀 열어 놓은 채 나에게 가을엽서를 보내고 있다. /김은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