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종격동은 무척 생소한 단어일 것이다. 종격동은 가슴 즉 흉강을 구성하는 공간에서 양측의 폐를 제외하고, 그 좌우폐 사이의 공간을 말한다. 즉 심장과 심낭을 비롯하여 대동맥과 대정맥 및 폐동맥과 폐정맥을 포함한다. 이곳에는 심장과 혈관만이 아니라 기도와 중심기관지, 그리고 식도와 척추 및 신경도 위치한다. 또한 흉강의 여러 곳에서 모이는 림프절과 흉선도 포함된다. 이렇게 다양한 장기와 조직이 모여있는 곳이기에, 종격동에서 발생하는 종양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위에서 말한 어느 조직에서든지 종양은 발생할 수 있는데, 그것들을 한데 일컬어 종격동 종양이라고 한다. 가장 흔한 몇 가지 예를 들면 흉선종, 심낭종, 기관지 낭종, 장성 낭종, 신경종, 림프종, 생식세포종 등이다. 종격동의 종양은 증상이 있어서 발견되는 경우보다는 흉부 방사선 촬영이나 CT 등의 검사에서 우연히 덩어리가 발견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증상이 있는 경우는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어떤 경우에는 흉통과 같은 애매한 증상으로 시작될 수도 있다. 국소증상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폐나 기도를 누르는 경우 기침, 객혈 혹은 호흡곤란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대정맥 등의 혈관
엊그제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어느덧 입춘도 지나 봄의 길목에 있는 지금…”으로 시작되는 문구의 마지막은 토요일인 25일 수원 모처에서 개최될 태극기 집회에 꼭 참석해 진정한 보수의 힘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발신처가 모르는 번호여서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았나 물으려 전화를 했으나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라는 반복음이 계속된다. 짜증이 났다. 그리고 얼마 전 읽었던 “태극기 집회가 보수의 대반격 기회로 삼으며 과격조짐을 보인다”는 신문기사가 떠올라 심사마저 뒤틀렸다. 필자도 나이로 보면 보수로 분류된다. 나이가 많다고 다 보수는 아니지만 사람들은 보통 그렇게 치부한다. 부모로부터 들은 유교적 가르침과 편향된 교육을 받은 시대적 배경 덕분(?)이다. 그런데도 심사가 편치 않았던 것은 왜일까. 아마 두 달 넘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광화문과 시청에서 벌어지는 군중 대결의 피로도가 ‘샤이 보수’로 변화시킨 것은 아닌가 싶다. 요즘 부쩍 부모 세대들이 시국이 어수선하고 데모를 할 때마다 가장 많이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해방직
그린마일4 -달팽이 /이귀영 어떤 일상의 일상 늘 마지막 날 늘 최고의 날 눈이 가는 만큼 누구의 구둣발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순간을 지고 산다. 천년의 무게를 지고 풀잎에 잠깐 풀칼에 잠깐 멈추어 속살로 산다. 지구 뒤에 쇼생크 감옥 장기수들처럼 나는 결백하다고 말하지 않겠다. 어떤 비오는 날, 어떤 개화, 어떤 눈물, 어떤 만남…… 어떤 모든 순간은 이별의 절정 나는 천천히 천천히 속살을 다 끄집어내어 모든 은유를 핥으며 흔적을 지우며 간다. - 이귀영 시집 ‘그린마일’ / 한국문연 영화제목이기도 한 ‘그린 마일’의 어원은 ‘라스트 마일’이다. ‘사형수가 사형집행을 받기 위해 걸어가는 마지막 길’을 의미한다. 느린 동작과 연계되는 위험을 생각하면 달팽이의 삶이란 사형수의 그것에 다름 아니다. 나아가 모든 목숨이란 달팽이와 같은 순간성이라 하겠다. 그러니 살아있다는 것은 ‘이별의 절정’이라는 은유를 획득한다. 꽃이 피는 것, 눈물 흘리는 것, 설레거나 피하고픈 어떤 만남까지도 이별을 위한 절정이라 생각해 보자. 형언할 수 없
배우 김민희가 67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의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홍 감독과의 불륜설로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프랑스의 칸과 이탈리아의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독일의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인 은곰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한국영화의 쾌거임에는 틀림 없다. 지난 1987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강수연이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2007년 칸 영화제에선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데 이어 이번 김민희의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한국 여배우들이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하게 된 것이다. 이번 수상은 홍 감독이나 김민희에게 개인적으로도 큰 영예다. 영화 ‘아가씨’ 이후 더욱 물이 오른 그녀의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번 영화는 그녀의 연기 인생에 큰 획을 그은 영광의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륜’에 대한 도덕적 논란이 뜨거운 한국 사회에서 이번 영화에 담긴 도발적 대사들은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불륜설에 휩싸인 감독과 배우, 그리고 바로 그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듯한 자전적 러브스토리이기에 그러
우리나라 인구의 50% 정도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한다. 전국 아파트 관리비만 해도 12조원에 달한다. 수원시의 경우 전체 주택의 73%가 아파트고 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민 비율은 61%다. 앞으로도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자들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도 아파트 관련 제도는 부실하기 이를 데 없다. 아파트 문제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층간 소음이다. 이로 인한 입주민 간 분쟁이 날로 늘어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엔 하남시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까지 발생했다. 영화배우 최민용은 얼마 전 TV에 출연해 산에서 사는 이유가 층간소음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6개월 간 위층의 층간 소음을 참다못해 정중하게 자제를 요청했더니 “층간 소음이 싫은 사람이 왜 아파트에 살아요? 산에 가서 살아야지”라는 대답을 듣고 아파트를 떠났다는 것이다. 이처럼 층간 소음사건 발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주민간의 이해부족이다. 아울러 건설기준·공법의 문제도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아파트 층간소음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하기로 했단다. 이와 함께 층간 흡연도 주민들을 괴롭힌다. 아파트 입주자
햇살은 따스하지만 뺨에 스치는 바람은 여전히 차갑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마주하며 창덕궁 여행을 이어가보자. 정문인 돈화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창덕궁의 금천과 금천교를 만난다. 궁궐의 금천은 다양한 상징을 갖는데 첫 번째가 명당수의 의미이다. 임금이 계시는 궁궐은 명당이어야 한다. 궁궐을 명당으로 완성하기 위해 앞으로 물길을 만들었다. 궁궐 뒤로는 응봉이 자리하고 앞에는 물길을 만들어 배산임수의 지형을 완성한 셈이다. 두 번째는 방화수의 의미이다. 궁궐의 건물들은 모두 목재로 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화재 시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어 물을 퍼 나를 수 있는 화재 진압을 위한 장치가 필요했고, 궁궐의 금천이 그 역할을 했다. 세 번째는 정화수의 의미이다. 금천 위로는 금천교가 가설되고 금천교 위로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임금을 뵈러가면서 정화수에 마음을 씻으라는 상징성이다. 창덕궁의 금천교 아래에는 물길을 감시하는 현무와 해치를 만날 수 있다. 현무는 북쪽에, 해치는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물길을 철통같이 감시하고 있다. 금천교를 지나 진선문을 지난다. 진선문 안에는 정청을 비롯해 호위청, 상서원 등의 궐내각사가 위치해 있
20일,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대표공동위원장 정기섭)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를 방문하여 개성공단입주기업들의 고충을 호소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나온 개성공단입주기업들의 호소와 요청은 이렇다. 북한핵의 억제를 위한 경제제재의 일환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한 결정이 현재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개성공단의 폐쇄 이후에도 북한은 계속 미사일 개발 및 발사 실험을 해왔기 때문에 공단근로자의 임금이 무기개발에 전용되고 있다는 풍문은 근거가 없다. 개성공단기업들의 희생조차 무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입주기업들의 고통은 너무 심하다.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입주기업들의 피해에 대해 보상조차 하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 다수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종교계에 자신들의 고충 호소와 도움 요청을 하고자 찾아왔다고 밝혔다. 이처럼 개성공단입주기업들이 정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 것이 아니라 오죽했으면 종교계를 찾아가 도움을 구했을까? 현재 정부는 개성공단입주기업들의 상당수가 개성공단 폐쇄 이전 수준으로 경영회복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면서 이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인 중 점심시간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혼자 먹어야 할 때는 더하다. 하지만 ‘나홀로족(族)’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점심뿐만이 아니라 삼시세끼를 혼자 해결해야 하는 괴로움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이른바 ‘밥 친구’를 찾는 일도 흔해졌다. 특히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식사 때 밥만 먹고 헤어지는 밥 친구를 구한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심지어 아르바이트 비용을 받고 점심 친구를 대행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그런데도 혼술, 혼밥에 이어 혼커(혼자서 커피 마시기), 혼캠(혼자서 캠핑하기), 혼여(혼자 하는 여행) 같은 신조어는 이제 새롭지도 않다. 1인 가구가 500만 명을 넘어선 데다 개인화 조류로 인해 식당의 혼밥 전용부스는 필수가 됐고 이들을 위한 개별 테이블과 1인용 식당도 늘고 있다. 아직은 햄버거나 분식, 중식이 대부분이지만 메뉴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곧 스테이크와 직화구이 고기가 1인 메뉴로 등장할 모양이다. 혼자 밥 먹고 술 마시는 것을 어색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더 이상한 세상으로 변한 것이다. 열흘 전 혼밥족의 우상(?)으로 알려진 일본 만화 “고독한 미식가”의 저자 ‘다니구치 지로’가 사망한 이후 혼밥의 열
감자 /서동균 왼쪽 팔뚝에 감자가 자란다 일곱 살 때 춘천에서 연탄 화덕에 감자를 구워 먹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덴 상처 땅속으로 들썩 파고드는 황갈색 땅강아지처럼 피부에 깊숙이 들어갔다가 조랭이 떡국 같은 물집을 몇 개 터트리더니 별 모양 감자꽃으로 피었다 날이 궂으면 땅강아지가 터앝에서 흙을 헤치고 올라오듯 포슬포슬한 감자알이 꿈틀거린다 - 서동균 시집 ‘뉴로얄사우나’ 상처는 궂은 날이면 생각난다. 뽑히는 감자알처럼 꿈틀꿈틀 내 안을 헤치고 올라온다. 특히 눈에 보이는 흉터가 있을 때 그 아픔에 대한 기억은 더 생생하다. 시인은 상처의 흔적을 감자라 했다. 일곱 살 때 춘천에서 연탄 화덕에 감자를 구워 먹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덴 상처이다. 하지만 어찌 어른이 된 지금 화상 자국이 감자 모양이겠는가, 그러나 왼쪽 팔뚝을 볼 때마다 조랭이떡국 같은 물집을 몇 개 터트리더니 감자꽃으로 피었던 그 공간의 사건은 잊을 수 없다. 우리도 누구나 보이는 곳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 상처가 있을 터, 무엇으로 보이는가, 그곳에는 어떤 추억이 들어있는가. /서정임 시인
한동안 잠잠했던 경기도 분도(分道)문제가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 경기도 북부 시·군의장 협의회는 최근 구리시의회에서 제74차 정례회를 열고 포천시의회가 제안한 ‘경기도 분도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20여 년 전 제기됐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대선 주자들의 분도(分道)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복선이 깔려있는 듯 하다. 협의회는 그러나 분도 문제가 이번 만큼은 위정자들이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꼭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결의문을 국회와 행정자치부, 경기도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 분도를 위한 기관의 설치 등 행정적인 여건은 갖춰져 있다고 본다. 경기도 제2청사,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의정부지방법원과 검찰청 등 도 단위에 버금가는 기관들이 이미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들은 경기북부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분도론이 고개를 들고, 각종 개발에서 소외된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할 때마다 공공서비스의 배려 차원에서 잇따라 승격 또는 설립이 이뤄졌다. 도청과 교육청은 아예 북부청에서 담당할 업무를 독립, 분산시켜 자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