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극에 대하여 /이향란 네가 내게 뻗치거나 내가 네게 닿는 모든 것이 왜 전부라고 느껴지지 않는지, 마음의 핏대를 올리며 너와 나 서로에게 충실하였으나 왜 바람 불고 비가 내리는지 목숨 다해 사랑한다는 너의 말을 듣는 순간 나 또한 그러하다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서성대는 공허 앞에서 나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너는 늘 수많은 걸음으로 내게 다녀가지만 단 한 번도 다녀가지 않은 사람처럼 문밖에 여전히 그렇게 서 있다 -시집 ‘너라는 간극’ 시인들은 끊임없이 자아와 타자와의 관계로부터 사유나 의미를 이끌어내려 노력하는 존재들이다. 사물이나 타자 뒤에 감춰진 의미를 곱씹어 내면화하고 자기화해서 남보다 더 아파하거나 상처받으며 부단히 감성을 부추기는 부족들이다. 시적화자는 표면적 행동과 괴리된 너와의 간극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인간본연의 고독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혈연으로 맺어진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사이는 물론, 몸과 마음이 하나라 일컬어지는 부부 사이에서도 바람 불고 비 내리는 일 허다함을 겪으며 산다. 목숨만큼 사랑한다함은 내 목숨의 한계 안의 일이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자 하는 이기심을 바탕에 깔고 있는 말이다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응급상황에서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은 119 구급대원이다. 그런데 최근 이들에게 폭행을 휘두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보도다. 최근 4년 간 소방관이나 119 구조구급대원에게 주먹을 휘둘렀다가 처벌을 받았거나 처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경기도내에서만 147명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지난 8월말 현재 구급대원 폭행으로 24명이 검찰에 송치돼 이 중 3명이 재판에서 징역형까지 받았다. 환자의 생명에 대한 위협에 신속히 대응하고, 정확한 응급처치 및 빠른 이송 등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들이다. 그러나 위로나 격려는 못할망정 언어폭력과 심지어 폭행을 한다는 것은 사기를 꺾는 일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소방관도 마찬가지다. 밤샘근무 후 쉬는 날도 비상동원, 각종 교육과 예방점검, 무기한 특별경계근무까지 일은 끝이 없다. 그럼에도 지난 10년간 화재 12.8%, 구조활동 213%, 응급이송활동은 140%나 급증하는 등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각종 재난현장에 늘 출동하여 참혹하게 훼손된 시신을 수습하기도 하고, 때로는 동료가 바로 옆에서 순직하는 충격적인 일도 경험한다. 이 때문에 소방관 2명 중 1명은 이같은 격
경기도가 고도비만 소아청소년에 대한 집중 관리에 나선다. 이를 위해 도는 13일 도교육청, 한림대학교성심병원과 ‘고도비만 아동·청소년 관리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들 기관은 앞으로 고도비만 아동·청소년의 치료와 관리를 위한 민·관·학 통합치료관리 체계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도가 고도비만 아동·청소년을 집중 관리키로 한 것은 고도비만 아동·청소년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고도비만은 표준치 대비 50% 이상으로 지난해 말 기준 도내 고도비만 아동·청소년은 전체의 1.6%인 2만5천321명으로 2007년 0.8%에서 두 배로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고도비만 아동·청소년은 일반 비만 소아청소년에 비해 대사증후군, 각종 심혈관질환 등 비만관련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두 배 이상 높다. 더 딱한 것은 고도비만 아동·청소년 상당수가 저소득층이라는 것이다. 고도비만은 단순한 운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문가의 체계적인 체중조절 프로그램에 따라야 하는데 이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동·청소년들에겐 무리다. 그래서 이들 기관이 무료 관리와 상담을 제공하기 위해 이번 협약을 맺은 것이다. 도 관계자는 아동 청소년 고도비만 체중조절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 후 고도비만 관리…
상편에서는 정조가 지은 상림십경 중 영화시사(暎花試士)와 영화당의 건축에 관하여 간략하게 알아보았고, 이번에는 영화당의 원형과 변화에 대해 좀 더 살펴보고 영화당의 진정성은 무엇인지 찾아보고자 한다. 궁궐 건축의 특징은 내부의 주공간과 이를 감싸고 있는 퇴칸 공간으로 구성된 이중 공간인데 현재 영화당은 이중 공간으로 되어있지 않아 변형의 가능성이 커 보인다. 평면을 보면 전 후면에는 퇴칸이 있으나 양측면의 남쪽은 마루로서 2.5칸이고, 북측은 방으로 1.5칸으로 퇴칸이 없이 바로 외부에 접하고 있다. 아마도 반 칸의 퇴칸을 없애고 내부를 확장하여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록을 보면 영·정조와 이후 임금들은 대보단에 제사를 지내기 전날 여기서 잠을 잔 기록이 나온다. 이는 명나라의 제후국의 군주로서 자신을 낮추고 깨끗한 심신을 유지하고자인지, 아니면 새벽에 제를 지내기 때문에 더 가까운 곳에 있고자 하였는지 알 수가 없다. 평면의 변화는 임금이 이곳에서 잠을 자게 되면서 좁은 1칸 방은 확장이 필요했을 것이라 보이며 변화 시기는 김홍도가 ‘규장각도’를 그린 이후이지만 순조보다는 힘 있는 정치를 한 정조시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망중한이라는 말이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중에도 짬짬이 틈이 있게 마련이다. 올 여름은 살인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덥기도 했지만 바쁘기도 했다. 숨이 막히는 더위에 불 앞에서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벌써 유리창너머 보이는 햇살이 따뜻해 보인다. 이렇게 햇살이 좋아지면 고구마가 제 맛을 낸다. 아마 연중 가장 맛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 한가한 틈에 밖을 보면서 왈칵 눈물이 솟을 만큼 친구가 그리워진다.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과도 왕래가 뜸한 처지에 갑자기 보고 싶다고 하면 뜬금없이 들리기도 하겠지만 어린 시절처럼 댓돌위에 나란히 신발을 벗어놓고 저녁나절 지는 해가 잠시 엉덩이를 걸친 툇마루에서 한 김 나간 고구마를 먹으며 깔깔거리고 싶어진다. 가을걷이를 하면서 어른들이 집을 비우고 아이들은 할머니가 계신 집으로 모이게 된다. 할머니께서는 우리들의 마음을 어떻게 아셨는지 주전부리를 내오셨다. 그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이 고구마였고 요즘처럼 봉지를 씌우지 않아 때깔부터 거칠고 알도 크지 않은 사과를 한 알씩 주시곤 하셨다. 누구랄 것도 없이 와삭 거리는 소리를 내며 한 입 베어 물고 바라보면 볼록한 양볼에 저절로 웃음이 나오다 어
A. 토플러(1980)는 “노동의 터전이 논밭과 가정에서 공장으로 전환됨에 따라 대중교육(Mass-education)에서 강조된 덕목은 시간엄수, 복종, 기계적 반복 작업”이었다고 비판했다(‘제3의 물결’). 그는 한국에서 자신의 책은 엄청나게 팔렸지만 일련의 교육적 주장은 묵살되는 것이 야속했던지 방한할 때마다 “한국교육은 붕어빵 교육”이라느니 “밤 11시까지 가르치는 교육으로는 경제적 전망도 밝지 않다”느니 해서 우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더니 지난 6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마침내 그런 말을 듣지 않게 됐는가 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연초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은 올해 초등학교 신입생의 65%는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이어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물리치면서 유명해진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하필 한국에 와서 충격적 발언을 했다.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의 80~90%는 아이들이 40대가 됐을 때 전혀 쓸모없을 확률이 높다. 어쩌면 수업시간보다 휴식시간에 배운 것들이 더 유용할 것이다.&rd
소리꽃 2 - 그리운 소음 /유혜영 피는 소리가 고막을 찢는다 어느 생 어느 모퉁이에서 들려오는 소리 천만번 돌아돌아 꽃잎을 고르는 소리 씩씩할수록 꽃송이가 크고 탐스러운 소리 소리가 멈추는 날은 배도 고프다 어느 별에는 아이가 모터소리를 타고 별빛을 따러간다 윙 윙 윙, 꽃 문 열리는 소리 꽃피는 곳은 어디라도 봄이다. 봄은 꿈나라다 손가락에 침 발라 한잎 두잎 꽃잎을 세며 아빠가 웃는다. 엄마가 웃는다. 아이가 웃는다 꿈을 입은 웃음소리에 오색 무지개 뜬다 귀를 한 옥타브는 올려야 들을 수 있는 100 데시벨의 꿈속에서 하얀 쌀밥 꽃이 핀다 소담소담 고기반찬 얹어서 맛있게 피어난다 꽃 피는 소리가 고막을 찢는다, 한 송이 꽃이 피어나는데도 그렇게 큰 고통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소리꽃이 피어나면 어디든 봄이 되고 꿈나라가 되고, 무지개가 뜬다. 고기반찬을 얹은 밥꽃으로 피어나기도 한다. 소리에서 꽃을 피워낸 시인의 예민한 감각, 상상의 확장은 어디까지일까. 그리움이 꽃으로 피어나려면 몇 데시벨이나 필요한 걸까? /박병두 문학평론가
2015년을 기준으로 조달청에 등록된 경기도내 기업수는 7만661개에 이른다. 조달금액은 3조8천억원으로 경기도가 서울에 이어 전국 2위 규모다. 게다가 계약 건수는 15만4천347건으로 서울(9만685건)보다 70% 가량이나 많다. 지방조달청이 있는 인천(3천921건)보다는 거의 5배다. 경기지역에 소재한 공공기관 수도 8천380개로 서울보다 훨씬 많다. 경기지방조달청을 반드시 신설해야 하는 이유다. 수 년 전부터 신설 목소리가 높았지만 공무원 정원을 틀어쥐고 있는 행정자치부가 공무원 조직의 비대화와 향후 예측이 어려워 신설을 반대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나서고 조달청도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내 중소기업 단체들은 지난 2008년부터 조달청 신설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경기본부는 지난 7월 8일 홍윤식 행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도 경기지방조달청 신설을 주장했고, 9월에는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에도 신설을 촉구했다. 여야 국회의원들과 경기도의회도 가세하면서 경기지방조달청 신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박광온 의원은 지난 6일 조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경기조달청이 신설되면 수준 높은 조달서비스를 제공해 경기지역…
1955년생부터 1960년생까지를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한다. 또 다르게 ‘신(新)노년층’이라고도 한다. 약 740만명 정도가 된다. 전철을 무료로 탈 수 있는 만 65세 이후부터를 노인이라고 할 때 이들은 예비 노인들이다. 가뜩이나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최고라고 하는데, 이들까지 가세하면 초고령사회는 그만큼 더 앞당겨지게 된다. 그런데 신노년층이라고는 해도 이들은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체적으로 건강할 뿐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직업적 노하우가 최고도에 올라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이런 신노년층들의 능력이 사장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신노년층들에게 냉랭하기만 하다. 취업뿐 아니라 창업도 어렵다. 복지체계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 당연히 신노년층은 앞날을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고민은 경기연구원의 ‘신노년층, 신세대인가 신빈곤층인가’라는 보고서에도 나타나있다. 보고서는 신노년층의 노후준비 실태를 조사하고 준비된 노년을 위한 노후준비 지원체계를 제안하기 위한 연구결과이다. 노후준비 실태조사 결과, 신노년가구의 예상노후소득은 월 176
영국을 구한 ‘해전(海戰)의 고수’ 넬슨 제독은 13세부터 해군이었다. 에디슨은 머리가 나쁘고 눈치도 없었지만 어머니의 현명한 선택으로 10대부터 발명과 사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 놀라운 창의적 성과를 낸 위인들은 도파민 회로가 자리잡는 나이인 3세부터 8세까지 창의력을 죽이는 간섭과 지시를 비교적 적게 받으며, 10대에 고수를 만나서 몰입하는 두 가지 경험을 한다. 두뇌의 발달로 보자면 창의적 기질에 대한 성장은 10세까지다. 그래서 창의적 기질은 친엄마의 과잉보호가 적을수록 형성이 잘 된다. 이런 점에서 저출산은 국가 전체의 창의력 저하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녀의 수가 적을수록 과잉보호가 전염병처럼 번지기 때문이다. 가난한 부모의 맞벌이로 다행히도 과잉보호를 모면하고 자란 아이들은 10대가 되어서 가난 때문에 고수를 만날 기회와 학습기회를 갖기 어렵다. 한국의 근본적 창의성은 딜레마에 빠져서 길을 잃었다. 과잉보호를 벗어나서 나름대로 창의적 기질을 간직한 청소년들과 사회적 고수 사이에 밧줄이 썩고 사다리가 부러졌기 때문이다. 국제정보올림피아드(IOI)에서 1등을 한 한국 고등학생이 있었다. 그는 컴퓨터에 빠져서 학과 공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