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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석의 작가탐방<51>-황윤주의 예술세계

그녀의 작품은 많은 이야기를 담은 형상들을 화면에 배치한 건 아니지만, 외로운 말을 넌지시 건네는 것 같기도 하고 고뇌어린 삶을 담아내는 것 같기도 하다. 외롭게 보이는 꽃과 여인의 모습을 통해서 마음의 고향을 상실한 우리시대의 삶과 고뇌의 흔적을 그려내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녀, 여성미로 한국화를 말하다

 

그림이란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장르로서, 특히 산과 물을 소재로 한 풍경화나 인물화, 동물화 등은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친근감으로 다가온 그림들이다. 이들 가운데 인물화는 고대로부터 꾸준하게 관심의 대상이 된 소재라 할 수 있으며, 특히 여성을 소재로 한 그림은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버금갈 정도로 풍부한 심미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예나 지금이나 많은 예술가들의 미적 표현의 대상인 것이다. 이는 모성의 아름다움을 비롯하여 생활공간에서의 여성들의 특별한 역할 때문일 것이다.

작가 황윤주는 여성의 이미지를 감칠맛 나게 표현하여 신선한 느낌과 더불어 감수성을 자극한다. 이는 여성들의 독특한 얼굴 표정에서 오는 미묘한 분위기를 통해서 현대 여성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녀의 그림에서는 은근한 여성미가 풍겨 나온다. 그녀의 감성에서 비롯된 마음의 향기가 은근하면서도 소담스러운 색감과 형상들로 오롯이 그려진 것이다. 입을 굳게 다문 조금은 무표정한 이 여인은 어찌 보면 작가의 내면의 모습처럼 보인다. 작가는 자신의 마음속에 간직한 이야기를 무의식적으로 그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의 여성의 모습은 때로는 요염해야 하고 때로는 자신만만해야 하면서도 어딘지 고독하며 불안해 보이기도 하다. 그런데 황윤주가 그리는 여성은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동남아계 여성이면서도 우리의 감성과 서로 부합되는 면이 있다. 이 여성의 얼굴 표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사한 꽃들을 배경으로 지그시 눈을 감고 무언가를 마음에 담은 듯 상념에 빠져있거나, 술잔을 배경으로 하고 있거나,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는 모습 등으로서, 여성의 심리가 예리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녀의 그림에는 함박꽃처럼 탐스러운 꽃이 화면 가득 있거나, 독특한 이미지를 담은 조금은 이지적인 여성이 등장함을 볼 수 있다. ‘여성과 꽃’이 황윤주의 작품의 주된 소재라 할 수 있다. 화사한 듯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단출하게 그려진 여인네와 꽃은 많은 이야기꺼리를 담은 듯하면서도 말이 없다. 앵두처럼 작으면서 굳게 담은 입은 자신만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녀는 일본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의 절친한 친구를 대상으로 그림을 그려왔는데, 이지적인 이 동남아 여성의 모습에 우리 시대 여성들의 삶을 하나로 묶어놓은 듯하다. 그녀의 작품은 많은 이야기를 담은 형상들을 화면에 배치한 건 아니지만, 외로운 말을 넌지시 건네는 것 같기도 하고 고뇌어린 삶을 담아내는 것 같기도 하다. 외롭게 보이는 꽃과 여인의 모습을 통해서 마음의 고향을 상실한 우리시대의 삶과 고뇌의 흔적을 그려내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꾸준히 찾아가는 현재진행형의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 세계에는 한국화다운 그림을 위한 실험성이 다분한 시도들이 담겨져 있다. 그녀는 전통 미술에 많은 애정을 지니고 있으며, 그림에 전통적인 고풍스러움을 담고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그림의 밑 색에서는 선조들의 향취와 유사한 분위기를 담아내고자 시도한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어서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일본에서 대학원을 다니면서부터는 한국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그녀는 필자에게 한국화의 문제점이나 전통 한국화의 느낌을 가진 그림들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드러냈다. “중국은 자신들의 특성 있는 그림을 ‘중국화’라 하지 않나요. 일본화 역시 그들의 입맛에 맞는 고유한 재료를 개발합니다. 우리는 이것이 ‘한국화’라고 아직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 생각해요.”

독특한 감성적인 이미지를 화면에 형상화시키는 황윤주는 한국화를 그리면서도 석채 등 여러 가지 안료와 재료들을 직접 만들거나 변형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해왔다. 여러 재료 등을 섞어 만든 안료가 그녀의 작업실 한쪽에서 필자의 시선을 끌었다. 그녀가 직접 제작하거나 혼용한 여러 안료들을 보며, 한국의 회화가 한국적인 독창적 미술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재료적인 측면에서의 많은 연구가 필요함을 느꼈다.

그녀가 전통에 틀을 두면서도 재료적인 측면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안료를 찾으려 하는 것도 진정한 한국화의 장을 여는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미처럼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은근한 황윤주의 작업 세계에는, 그녀가 진정한 한국화를 고민하는 만큼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 글 = 장준석(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