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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식칼럼] ‘노송지대’ 복원의 의미와 과제

수원을 푸르르게 한 정조의 소나무 심기
복원 못지않게 중요한 공해 최소화 장치

 

고장마다 상징적인 문화유산이 있다. 일대를 풍미한 인물을 비롯해 자연유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우리는 이것을 고장의 자랑으로 여길 뿐아니라 자존심과 명예로까지 삼기도 한다. 경기도의 수부(首府)인 수원의 상징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화성이고 또 다른 하나는 노송지대다.

 

수원시가 이 노송지대를 복원한다고 발표했다. 올해부터 2010년까지 583억원을 들여 6만6천470㎡의 공간에 소나무를 심고, 능행차와 수원 화성을 주제로 한 노송지대를 새로 꾸민다는 것이 골자다. 600억원에 가까운 사업비도 엄청나 보이지만 만만치 않은 사업 스케일이 눈에 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수원 노송지대는 조선 제22대 왕인 정조가 1789년 양주 배봉산에 있던 생부 사도세자의 묘(영우원)를 화산으로 천봉하고, 수원부 읍치를 팔달산 아래로 옮긴 이듬해인 1790년에 내탕금 1천냥을 내려보내 소나무 500그루와 버드나무 40그루를 심게 한 것이 오늘날의 노송지대의 탄생 동기였다. 당시 웬만한 집 한 채 값이 15~20냥이었다니까 1천냥이 얼마나 큰 돈인지 알만했다.

 

소나무는 능행차 길인 지지대 고개로부터 파장동 일대와 수원의 안산(案山)인 팔달산까지 심었고, 버드나무는 수원천변에 심어 제방을 튼튼하게 했다. 정조의 산림정책 덕분에 수원 근방의 민둥산이 푸르러지고 특히 팔달산은 소나무 숲으로 변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를 강점한 일제가 소위 대동아전쟁 때인 1942년에 조선(造船) 용재로 쓰기 위해 팔달산 소나무를 몽땅 베어 갔는데 그때 잘린 소나무는 둘레가 한 아름이나 되었다고 한다. 일제는 150년 넘게 자란 거목을 강탈해 갔던 것이다.

정조에 의해 조성됐던 팔달산의 소나무 숲은 일제의 벌목으로 유린되고, 노송지대는 광복 후 도시개발과 공해로 인해 망가졌다. 1973년 7월 노송이 도지방기념물 19호로 지정될 때 137그루이던 것이 현재는 37그루만 남아 있고, 주변에 이식한 후계목 506그루가 있다지만 역사성이 없다. 318년전 정조가 공들여 심은 소나무, 그것도 수원사(史)의 한 갈래라고 할 수 있는 노송을 수원시민들은 지켜내지 못했다.

 

이는 부끄럽고 죄송한 일이다. 수원시의 노송지대 복원은 두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과거에 대한 반성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의 복원이다. 500그루 가운데 단 37그루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뿌리가 아주 단절되지 않은 것 만은 다행이다. 만약 시조 소나무가 몽땅 없어졌다면 이번 수원시의 노송지대 복원은 복원이 아니라 모조 노송지대 조성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소나무는 우리 민속, 풍속, 생활문화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우선 마을을 수호하는 동신목(洞神木) 가운데 소나무가 으뜸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산에 있는 산신당의 신목은 거의 소나무다. 소나무는 우리 생활에 물질적, 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유럽이 자작나무 문화, 일본이 조엽수림(照葉樹林) 문화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는 소나무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나무는 오래 사는 나무로서 예로부터 해, 산, 물, 돌, 구름, 불로초, 거북, 학, 사슴 등과 함게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꼽힌다.

 

소나무를 초목의 군자(君子)라고 하는 것은 그 절개를 높이 사기 때문이다. 단종 복위를 꾀하다 죽음을 당한 성삼문이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백설이 만건곤할 때 독야청청하리라’고 한 시 역시 충절을 노래한 것이다. 율곡 이이는 “소나무를 아끼는 것이 애국하는 일이다”라고 하였다. 소나무 예찬은 끝이 없다. 그만큼 소나무는 나무 중의 나무요, 독선과 오만에 빠지기 쉬운 인간에게 교훈을 주고, 시사하는 바가 많은 나무인 것이다.

일찍이 노송지대를 만든 정조가 생부 사도세자의 천봉, 수원읍치의 이전과 함께 수원에 소나무 심기를 권장한 까닭을 이제야 이해할 것 같다.

2010년에 노송지대가 복원되고 나면 수원은 화성 복원과 함께 옛 고도(古都)의 정취가 물씬나는 신·구 공존의 문화도시로 탈 바꿈하게 될 것이다. 다만 한가지 유념해야할 것은 신 노송지대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공해 최소화 내지는 차단에 각별한 대책을 세워야할 것이다. 지난날과 같은 노송 학대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소나무 밑에서 태어나 소나무 밑에서 자라고 소나무 밑에서 죽는다”고 한 옛 말을 우리 모두는 생활의 지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창식<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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