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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네 구멍가게가 사라진다

구멍가게로 대표되는 우리의 골목길 상행위는 어딘가 소박하고 착해 보인다. 라면 몇 개, 소주 한 병 외상장부에 달아놓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서로를 주고받는다.

90년대 들어서면서 사라진 풍경이지만 아직도 골목길 한 귀퉁이에는 어김없이 구멍가게의 착한 인심들이 속삭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이렇게 우리 서민생활과 밀접한 접촉관계를 갖고 있는 곳이 구멍가게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름조차 야릇한 영어간판으로 바뀌더니 편의점, 슈퍼마켓 등으로 이름표를 바꿔 달았다. 그러면서 이제 그 아릿한 추억조차 송두리째 사라질 지경에 이르렀다. 대기업들의 무차별 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신세계 이마트가 최근 슈퍼마켓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 먹자는 장사요 속 먹자는 만두라 했지만 돈이 된다 싶으면 골목길이건 신작로 대로변이건 동네 구멍가게조차 먹고 말겠다는 철저한 장삿속이 극에 달한 것이다.

문을 닫는 구멍가게들이 속출하고 있는가 하면 10년, 20년 터 잡고 살아온 몇몇 가게들도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이젠 아예 접었다.

실제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선 곳 주변의 기존 가게들은 매출이 뚝 떨어졌다. 대기업의 일시적인 횡포로만 보아 넘길 수 없는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제재규정도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골목길 진출을 막을 방도는 없다. 정상적인 영업의 자유를 누구도 건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재래시장 활성화 방침이나 영세 상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조차 무색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 때만 되면 의례적으로 재래시장이나 골목길을 찾아다니는 정치권에서도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장사의 제일 목표는 큰 이문을 남기는 것이다.

누구도 부정할 생각은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상도의 상도덕의 문제는 영원히 사라질 수 없는 우리들의 시장바닥 인심이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 더구나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기는커녕 그 알량한 잇속마저 챙기겠다는 힘의 논리가 서운하고 섭섭한 것이다.

큰 학교가 작은 학교를 흡수하고 거대아파트가 우리의 뒷담을 허물고 텃밭을 밀어내고 있는 세상이다. 유독 구멍가게만이 보존돼야 할 아무런 명분도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자신의 힘을 이용해 골목길 상권마저 빼앗겠다는 심사는 너무도 졸렬하다.

현재 국회에는 기업형 슈퍼마켓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7개나 입법 발의되고 있다고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관없이 영세상인 등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강자가 약자를 밀어낸다는 우리시대의 경제논리가 못내 서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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