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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술잔의 유죄

이창식 주필

술잔 돌리기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다. 옛날부터 전래된 관습인데다 전통으로 여기기 때문에 의당한 일로 여긴다. 특히 윗사람과 자리를 함께 했을 때 자기가 마신 잔으로 권주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최근에는 술문화의 변화와 위생상의 문제 때문인지 권주를 반가워하지 않는다. 가까운 친구나 연인 사이에서도 술잔을 통한 질병 감염을 우려해 술잔을 돌리지 않는 것을 에티켓으로 삼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재래식 술판에서는 여전히 술잔을 돌리고 있다. 이런 술판에서는 돌리는 잔을 사양하거나 거부하면 이단자로 낙인찍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친구가 될 자격이 없다고 매도 당할 수 있어서 억지 술을 마시는 경우도 없지 않다. 아무튼 이제 술은 각자가 알아서 마시되 술잔 돌리기만은 끝낼 때가 되었다.

국어사전에 보면 술은 ‘알콜 성분이 들어있어서 마시면 취하는 음료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 풀이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취한다’는 대목이다. 결국 술을 마신다는 것은 취하기 위해서이고, 취하고 나면 알콜의 힘을 빌려 평소 하지 못했던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냄으로써 스트레스를 풀고 나아가서는 위안을 받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봐도 잘못이 아닐 것 같다. 그러나 고작 그런 속내 때문에 술을 마신다면 술꾼이 아니다. 술은 담소 분위기를 돕고, 존경과 우애를 다지는 평화의 자리가 되어야지 한풀이, 욕설, 허튼 소리, 모함까지 하는 개판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로마 문인 카케르는 “술을 마시지 않는 인간으로부터는 사리 분별을 기대하지 말라” 했고, 아이스킬로스는 “청동은 모양을 비추는 거울이지만 술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라며 술 예찬론을 폈다. 반면에 팔만대장경은 “술은 번뇌의 아버지요 더러운 것들의 어머니다”라 했고, 라셀은 “음주는 일시적인 자살이다”라고 술 폐해론을 주창한 바 있다. 필자는 강원도 횡성읍 학곡리에 동서가 살고 있어서 가끔 쉬러 가는데 이곳 마을에서는 남녀 할 것 없이 술잔을 돌리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본받을 음주 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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