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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참으로 반듯한 청년

판정시비 의연히 대처 정대세
그 만큼 통큰모습 보여야

 

외국 생활을 오래한 어느 중년이 장기간 해외연수를 떠나는 총각 아들에게 경험에서 나오는 실질적인 충고로 어떤 말을 할 것인지 잠 못 들어 하면서 고민을 했단다. 결국은 작별하기 전날 “갈 때 혼자 갔으니 돌아올 때도 혼자 돌아 오너라” 이렇게 간절히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외로움 때문에 이국(異國)처녀와 사랑에 빠지는 일도 있을 수 있다지만, 사랑의 부산물(副産物)인 손자·손녀의 정체성(正體性)이 무척 걱정이 돼서 식구를 불리지 말고 귀국하라고 했다고 한다.

정체성, 자신의 존재에 대한 올바른 인식(認識)이 행복의 바탕이라고 한다. 태어나고 자란 곳은 일본, 국적은 한국 그리고 현재 북한 축구 대표선수. 아무리 중심이 꽉 잡힌 청년이라도 참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파악하기 힘들다. 더구나 한국과 북한, 일본은 제 각기 이익이 서로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는 삼각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에 어릴 때 자칫 마음에 상처를 입기가 쉽다.

지난 4월 월드컵 지역 최종예선. 북한 대표선수 정대세를 기억하시리라. 방송 해설위원들이 정대세를 얼마나 마크 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좌우된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선수. 태어나기는 일본 그리고 국적은 한국 현재 북한 축구 대표선수, 태생적(胎生的)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새까만 얼굴에 양 옆으로 째진 눈, 외양적으로는 가장 북한선수(?) 다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얼마 전 한국 신문 인터뷰 기사에 패션 모자를 쓰고 커다란 목걸이와 큼직한 패션 시계에 알록달록한 윗도리를 걸친 모습이 실렸다. ‘아무리 대표선수라고 해도 앞뒤가 꽉 막힌 북한에서 이런 파격적인 차림새를 해도 되는지...’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인터뷰 내용인즉, 본인 스스로도 국적에 관한 정체성을 찾기 힘들다고 하면서 한국말과 조선말이 달라 쉽게 이해를 못한다고 전제(前提)를 했다.

한국에 1:0으로 지고 난 뒤 북한 임원들은 호텔 주방에서 못된 음식을 넣어 정대세가 배탈과 구토를 했다고 억지를 썼다. 그러나 정대세는 이 점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했다.

“평양에서 치러진 아랍에미레이트와 경기 때 그쪽 선수가 얼굴에 침을 뱉어 심판에게 어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분한 감정이 한국에 와서도 풀리지 않았다”고 하니 결국 신경성 위염(胃炎)이나 장염(腸炎)인 셈이다. 정대세는 “한국에서 일부러 음식에 나쁜 것을 넣을 일이 없잖아요. 그런 일로 오해를 받은 한국 축구협회 분들에게는 너무 미안했어요.”라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다. 참으로 반듯한 친구란 생각이 들었다.

또 헤딩골에 대한 판정 시비에 대해서는 “솔직히 경기장에서는 완전히 골인줄 알았는데, ‘이운재 선수가 역시 다르구나’ 싶었고 경기가 끝난 후 이운재 선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어요. 박수도 쳐주고 진심에서 우러난 행동이에요. 그러나 나중에 비디오를 보니 골라인을 넘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심판이 노골을 선언했으니 인정할 수밖에 없잖아요.”라고 했다. 나이 스물다섯에 이처럼 의젓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며칠 전 우리 해군함이 소말리아 해적들로부터 북한상선을 보호했다는 기사를 보고 왜 그리 대견하던지? 그런데 뉴스를 진행하던 앵커는 “북쪽에서도 우리에게 작던 크던 선물을 주어야 할 것이 아닙니까? 개성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직원들을 풀어주든지...”라고 발언했다.

아서라, 어떤 일이든 도움을 주면 조건 없이 그것으로 끝나야 상대방에게 작은 감동이라도 줄 수 있지, 반대급부(反對給付)를 바란다는 건 어른스럽지 못하다. 참으로 스물다섯 정대세 만도 못한 사람들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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