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과 기대 그리고 약간의 우려와 함께 맞이했던 밀레니엄이 시작된지 어느새 10년이 흘렀다. 변화의 언저리에서 그저 타자로 머물러 있을 것만 같던 가평도 참으로 많은 변화와 성장을 하였다. 2009년 제6회를 맞았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도 제법 안정된 축제다운 면모를 갖추어 2009년에 이어 2010년에도 유망축제로 선정되었고 재즈페스티벌과 함께 새로 태어난 자라섬은 많은 사람이 ‘아~ 재즈페스티벌 하는 곳’이라고 알고 있을 만큼 인지도가 높아졌다. 2000년대의 첫 10년은 자라섬이 태어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라섬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가평군의 변화와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그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디자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의 정의를 살펴보면 지시, 표현, 성취의 뜻을 가지고 있는 라틴어 ‘데시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된 말로 디자인은 단지 외형을 꾸미는 것이 아닌 의도를 가지고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는 행위와 결과물을 뜻한다. 미래학자 존나이스비츠는 그의 저서 ‘마인드세트’에서 ‘시각문화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며 시각문화로서의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1세기는 디자인의 시대로 디자인의 중요성과 디자인이 미래 경쟁력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어 가고 있다. 디자인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만드는 수단이며 국가와 도시의 경쟁력 강화에도 일조한다.
최근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는 물론 중·소 지자체들은 모두 공공디자인과 도시디자인에 열을 올리고 있어 디자인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지 않아도 될 지경이다. 또한 디자인과 더불어 ‘디자인경영’은 기업, 국가,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시스템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가평의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디자인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이미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려진 일본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고객중심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동물원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학습하고 지식을 나누는 디자인경영으로 동물원을 2006년 일본 내 ‘스토어&서비스 브랜드 500 경험가치 지수’ 순위에서 3위로 끌어 올리는 영예를 얻었다. 이는 10년 넘게 디자인경영을 통해 노력한 결과이다.
아사히야마 동물원과 비교하여 볼 때 가평군의 디자인경영은 지금 시작해도 결코 시기상조는 아닌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지방자치체제에서 지역브랜드 경쟁력을 거머쥐는 지름길인 것이다. 물론 디자인과 디자인경영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최종결정권자를 비롯한 모든 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디자인마인드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가시화할 수 있는 디자인능력과 조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최종 결정권자의 디자인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삼성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총수들은 하나 같이 디자인을 기업발전의 중심으로 생각하는 디자인마인드가 있었고 디자인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했다.
가평군은 2007년부터 ‘에코피아-가평’을 핵심 정책비전으로 구상해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10년, 가평이 진정한 생태도시로의 모습을 갖추고 지역적인 독특한 생태문화를 구축하려면 이제부터 ‘디자인’ 해야 한다. 디자인을 통해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조직에 적용하여야 한다.
디자인은 타 분야로의 사회적 파급효과가 커서 자체적 기능보다 타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기반 역할을 한다. 제품은 물론 건축, 문화관광 분야의 경쟁력인 컨텐츠를 만들고 고급화하는 수단이며 더욱이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최대 현안의 하나인 기후변화대응과 적응, 그리고 자원고갈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디자인의 역할은 중요하다. 특히 환경과 자원순환을 고려한 디자인경영은 국가차원에서는 물론 인구 6만의 작은 지방정부인 가평군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글을 정리하며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의 말을 되새겨 본다.
Design or resign!(디자인하지 않으려면 그만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