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는 비가 많이 내려 저온, 과습, 일조 부족 등으로 토마토, 수박, 딸기 등 시설하우스 과일재배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중국 남서부지방에서는 100년만의 가뭄을 기록하는 등 기상이변으로 아시아 곳곳에서 물로 인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병해충의 출현으로 일부 지역에서 벼 수확량이 크게 감소됐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이는 기후온난화로 겨울철에 살아남은 해충이 매개한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작물 생산이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인구는 68억 명에 달하며 오는 2050년에는 90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인도 등 여러 국가의 경제발전으로 육류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육류 1kg을 생산하기 위해 식물 8kg이 필요하므로 더 많은 곡류생산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곡물 수입국으로서 전락해 2008년 국제 원유가가 급등하자 바이오 연료 소비가 증대되고 콩, 옥수수, 밀 등의 곡물가가 급등하는 현상을 경험했다. 지구의 농지 면적은 한정돼 있고 기상재해가 빈번해 생산성은 저하되고 먹여 살릴 인구는 증가하는 상황에서 생산성 증대를 위한 새로운 생명공학기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전자 변형 작물은 1996년 170만ha에서 처음 재배된 이래 매년 2배씩 증가해 2009년에는 1만3천400만ha로 79배나 재배면적이 증가했다. 유전자 변형 작물을 재배하는 국가 수는 1996년 6개 국가에서 2009년에는 25개 국가로 늘어났다.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캐나다 등 미주에서 주로 재배됐다. 그러나 지난 3월 유전자 변형 감자 재배가 유럽에서 허락되었다. BASF라는 독일 화학회사에서 개발한 감자인데 1998년도에 승인 신청한 감자가 12년만인 2010년에 승인된 것이다. 중국, 필리핀, 인도 등지 에서는 해충저항성 벼, 비타민 A 가 강화된 황금쌀, 해충저항성 가지 등이 가까운 시일 내에 재배 승인될 것으로 예상되며 일본에서는 파란장미가 2009년도에 승인됐다.
유럽, 일본같이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던 국가도 14년 동안 먹어온 유전자 변형 작물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어 재배를 승인하고 재배면적도 확대되는 추세이다. 세계 곳곳에서 유전자변형 작물의 재배가 이뤄지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유전자변형 작물이 재배되고 있지 않다.
우리 농가에서는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거나 또는 더 작은 면적에서 비료와 농약은 줄이고 농산물 생산이 요구되고 있다. 세계 종자 시장은 총성없는 전쟁터로 일컬어진다. 외국의 종자가 우리 시장을 겨냥하고 있고 그들의 종자로 생산된 식물이 우리 식탁을 지배하기 전에 우리는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기상재해나 병해충에도 잘 적응해 우수한 생산성을 보이는 작물 개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우리 연구소에서는 벼, 감자 등에서 가뭄저항성 유전자와 바이러스 저항성유전자를 개발했다. 가뭄저항성, 바이러스저항성 유전자들은 벼나 감자가 원래 지니고 있는 동물의 면역시스템과 유사한 식물의 방어 시스템에 관련된 유전자로 이 유전자들을 발현시켜 가뭄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을 증가 시킨 작물이다. 이들 유전자는 우리가 먹고 있고 그동안 먹어 왔던 작물이 지니고 있는 동종 기원의 유전자를 사용하고 항생제 유전자도 없다. 단지 돌연변이나 교배라는 전통 육종기술로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필요한 유전자만 생명공학기술로 우수한 재배적 특성을 지니도록 만든 작물이다.
개발된 유전자 변형 작물은 환경위해성, 식품안정성 등의 안정성에 대한 철저한 과학적 심사를 통과한 후 재배가 승인될 것이다. 자동차를 만들 때 여러 부품과 기술이 사용되듯이 하나의 유전자 변형 작물 개발에도 많은 기술이 사용된다. 비타민 A가 강화된 황금쌀을 상용화하고자 특허를 분석했을 때 약 70여 가지의 특허가 걸려 있었다. 유전자, 프로모터, 벡터, 선발마커 등 여러 유전자와 형질전환기술들이 복잡하게 여러 특허에 연결돼 있다.
생명공학 작물개발은 7~10년의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10년 후 미래 수요자의 반응을 미리 예측하고 개발해야 한다. GM 작물개발은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전략과 탄탄한 기초 기반연구 위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변명옥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신작물개발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