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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포천시민축구단

칼레는 프랑스 북부지역의 작은 항구도시다. 프랑스의 유명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으로 널리 알려진 도시지만 축구 하나로 전 세계에 저절로 홍보가 됐다. 지난 2000년 프랑스 FA컵에서 수리공, 정원사, 슈퍼마켓 점원 등의 직업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된 4부리그 팀 칼레가 칸, 스트라스부르, 보르도 등 상위팀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아쉽게 낭트에 1-2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칼레(Calais)의 기적’은 이후 하위리그 팀이 1부 리그 팀을 꺾는 이변의 대명사가 됐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최강을 가리는 한국의 FA컵에서도 종종 이변은 있었다. 지난 2003년 인천 소재 공작기계 제조업체 직원들로 구성된 봉신클럽이 2라운드에서 실업팀(현 내셔널리그) 강호인 할렐루야를 승부차기로 누르고 32강에 올랐다. 2004년에는 재능교육이 32강에서 건국대를 1-0으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챌린저스리그(K3리그)팀으로서는 유일하게 2011 FA컵 32강전에 오른 포천시민축구단이 18일 지난해 우승팀인 수원 삼성과의 첫 경기에서 ‘칼레의 기적’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1-3으로 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포천시민구단은 1라운드에서 고려대를 4-1로 물리친데 이어 2라운드에서 동국대를 3-1로 완파하며 32강에 진출했다. 올 시즌 챌린저스리그에서도 7승2무로 통합 1위를 달리고 있다.

2008년 창단해 이듬해 챌린저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린 포천시민축구단은 현재 25명의 선수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의 챌린저스리그 팀이 그렇듯 고교나 대학 졸업 후 프로팀의 눈길을 받지 못했거나, 내셔널리그에서 뛰다 밀려난 선수들이다. 모교인 동국대와의 2라운드 경기에서 교체 투입돼 역전 결승골을 터트려 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공격수 이후선(28)은 대학 졸업 후 2008년 실업축구 인천 코레일에 입단했다가 지난해 포천시민구단으로 옮겼다. 2009년 서귀포고를 졸업하고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에 입단했던 미드필더 서보성(21)은 2010년 K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강원FC에 번외지명됐지만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올해 포천시민축구단 유니폼을 입었다.

포천시민축구단 선수들은 대부분 생계를 위해 직장생활을 하면서 축구를 한다. 월급은 직장에서 받고 팀에서는 하루 1만원의 훈련수당과 많지 않은 승리수당을 받을 뿐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낮에 일을 하고 밤에 공을 차는 그야말로 ‘주경야축(晝耕夜蹴)’의 생활이지만 언젠가는 큰 무대에 서겠다는 꿈이 그것이다. 이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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