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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미슐랭 가이드

얼마 전 막 내린 2011전주국제영화제(JIFF)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영화 ‘트루맛쇼’는 매스컴에 소개된 맛있다는 음식점이 100% 믿을만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MBC 교양 PD 출신인 김재환 감독이 기획·연출한 이 영화는 맛집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의 조작 실태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준다. 방송사에서 소개되는 맛집은 대부분 급조되고, 손님도 동원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홍보대행사와 브로커를 거친 음식점은 하나같이 맛집으로 재탄생되고, 여기에는 금전 거래도 있었다고 고발한다.

‘미슐랭 그린 가이드 한국편’이 지난 17일 프랑스에서 출간됐다. ‘론리 플래닛’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여행 가이드로 꼽히는 ‘미슐랭 가이드’는 동명(同名)의 타이어 회사(미쉐린)가 1926년부터 여행 정보를 담아 발간한 것을 시작으로, 여행정보 책인 ‘그린 가이드’와 식당정보 책인 ‘레드 가이드’로 나뉜다. 이번에 발간된 ‘미슐랭 가이드 한국 편’은 한국의 여러 관광지와 식당, 문화유적, 역사 등을 소개하는 ‘그린 가이드’로, 450 페이지에 걸쳐 한국의 각 여행지에 별점을 부여했다. 경복궁, 창덕궁, 수원 화성 등 23곳의 주요 문화유적지는 최고 점수인 별 셋을 받았다.

전통 문화에 관한 미슐랭의 관심은 식당에서도 엿보였다. 전국의 재래시장을 열거했고, 애환 서린 시장통 밥집도 찾아냈다. 음식에서 문화를 읽는 프랑스인의 취향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서울 ‘낙원떡집’을 소개하며 “이 달콤한 떡을 꼭 맛보라”고 추천한 것이나, 서울 동대문의 ‘진옥화 할매 원조 닭 한 마리’ 집을 “단순해 보이지만 정말 맛있다. 잊지 말고 국수도 주문해 곁들여 먹으라”고 친절하게 조언한다. 대전의 ‘성심당’과 안동의 ‘맘모스 제과’와 같은 지방의 명물 빵집도 빼놓지 않았다. 미슐랭은 이번에 책이 나올 때까지 소문대로 암행 취재를 했다. 미슐랭에서 취재를 왔다 갔다는 사실을 아는 식당 주인은 한 명도 없었다. 미슐랭은 대체로 정확했다. ‘한국의 맛있는 집’으로 유명한 백파(伯坡) 홍성유(洪性裕·1928~2002)는 자신의 아호를 지어준 김동리의 권유로 ‘별미기행’을 무려 30년간 연재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돈에 욕심이 없었고, 음식과 사람에 대한 고한 고집이 있었다고 말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심이 없었기에 그의 맛집 소개는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미슐랭 가이드가 맛집 소개에 큰 자극이 됐으면 한다.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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