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면 전기 때문에 불편한 경우가 많다. 나라마다 전기 규격이 다르기 때문에 가끔 한국의 220볼트용 플러그가 무용지물이다. 나는 여행 가방에 다른 것들은 잘 챙기면서도 플러그만은 자주 잊어버린다.
내 여행 가방에 들어가는 전자제품은 생각보다 많다. 얼마 전 캐나다를 방문하면서 가져갔던 전자제품만 해도 노트북, 타블렛 PC, 스마트폰, 아이팟, 디지털 카메라 두 대, 블루투스 스피커, 전동칫솔 등등 전기를 쓸 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공항검색대를 지나고 나서야 캐나다용 플러그를 챙기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부랴부랴 전자제품을 파는 면세점을 찾았고, 플러그 두 개에 1만8천원이란 거금을 지불해야했다. 대형마트 보다 무려 열배! 책상에 플러그가 잔뜩 들어 있다는 생각에 더욱 돈이 아깝다.
그러나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국가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호텔이나 숙박업소 마다 모양이 다른 세 가지 이상의 플러그를 꽂을 수 있는 콘센트가 달려있다. 어떤 멀티 탭을 연결해도 세계 각국의 플러그를 다 꽂을 수 있다. 중국에 갈 때마다 감탄한다. 결국 중국에 자주 오갔던 경험이 몸에 배서 다른 나라에 갈 때도 플러그를 잘 챙기지 못햇던 것이다.
플러그를 그렇게 만드는 기질은 중국인의 포용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중국인들은 많은 다른 것들을 끌어안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중국은 스스로 과거의 당나라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당나라 시대가 아마 가장 포용력이 풍부했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당나라 시대는 멀리 로마와 교역을 했고, 아랍의 여러 나라와도 전쟁을 치루며 문물을 교류했다.
신라 유학생으로 중국의 양주시를 다스렸던 최치원(남경 근처의 양주에는 최치원 기념관이 있고 현 양주 시장도 과거에 최치원이 다스렸던 도시란 점에 대해 자부심이 강하다), 당나라 영토 확장에 큰 역할을 했던 고구려 유민 출신의 고선지 장군도 있다. 당시에는 호인(胡人)이라 불리던 아랍인들 벼슬아치도 상당했었다. 중국이라는 콘센트에 인종과 국가가 다르지만 재능이 있는 플러그라면 얼마든지 꽂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도 많은 분야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에 진출해 있다. 영화의 분야에서도 재능 있는 감독과 배우들이 중국에서 활동을 하고 있거나 앞으로 활동을 하기 위해 열심히 교류중이다. 내가 ‘양귀비’란 중국 영화로 ‘우시’란 곳에 있을 때에도 중국 드라마를 찍기 위해 체류 중인 우리나라의 여배우들을 심심치 않게 만났다. 한국의 여배우들에게 중국인들의 대우 또한 극진하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에 한국의 여배우들이 출연한 경우도 많다. 내가 감제(監制·중국에서는 감독을 도연(導演)이라부른다. 감제란 프로듀서 직책중 하나로 대부분 유명한 감독들이 신인감독들의 멘토로 참여하여 감제란 타이틀을 갖는다)를 했던 ‘철피아노’란 영화에도 한국의 탤런트 장신영이 출연했지만 한국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올해 중국영화로는 유일하게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선정되었던 ‘위험한 관계’도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든 한국의 허진호 감독이 만든 영화다. 이 영화엔 장즈이와 장바이즈, 그리고 한국에서 장동건이 출연을 했다.
하지만 콘센트에 플러그가 맞는다고 만사 오케이 일까? 우리는 모택동을 마오쩌뚱, 강택민을 장쩌민 이라고 중국식발음으로 표기하고 부를 때, 그들은 한국인 이름을 한국식으로 잘 부르지 않는다. 그들은 공식석상에서도 늘 내 이름을 궈자이롱이라고 부른다. 이번 북경 영화제엔 영어표기 마저도 ‘Kwak Jae Yong’이 아니라 ‘Guojairong’ 이라고 중국식으로 썼다. 한국식으로 부르라고 얘기해도 잘 먹히질 않는다. 중국인들은 대부분 좋은 것,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것 들을 포용하려는 경향이 심한 것 같다.
한동안 전지현도 화교라는 소문이 있었다. 중국의 한 언론에서부터 시작된 오보였다. ‘엽기적인 그녀’의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그녀가 중국인이길 바라는 소망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포용력이 큰 만큼 일단 끌어안으면 중국식으로 생각하게 하고 중국식으로 행동하게 하는 경향도 있다. 한글도 중국에서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가끔 들린다. 영토에 대한 포용력이 너무 커서 가끔 분쟁도 일어난다. 최근엔 중국의 만리장성이 고구려의 성까지 포용해버린 걸까. 만리장성의 길이를 늘려 발표해서 우리나라의 항의를 받고 있다. 콘센트와 플러그,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 중의 하나가 아닐까. 중국이란 나라, 가깝고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