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한글을 배우기가 무척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한글을 수십년 동안 써온 우리나라 사람들조차도 한글이 이렇게 어려운 줄을 뼈져리게 느끼면서 산다. 다름아닌 신조어들 때문이다. ‘멘붕’('정신이 무너진다) ‘시월드’(시댁의 세계) ‘ㅂ2ㅂ2’(안녕, 바이 바이) 등의 단어들은 쉽게 그뜻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방송 개그프로와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이러한 신조어들은 끼워 맞추기식으로 끌어다 쓰는 수준이 기발할 정도다. 그러나 유쾌한 일은 결코 아니다.
한글파괴로 일컬어지는 이러한 사례는 또 있다. 기업과 공공기관의 영어사용이다. 한글만으로는 뭔가 촌스럽고 부족하다는 뜻인가. KB국민은행, NH농협, IBK기업은행, Hi Seoul 등이 그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를 쓰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이고 또 의미전달이 간결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외국에서 한글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그들의 주장은 편협스럽기 까지 하다.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순 우리말이 세계어가 된 경우다. ‘강남 스타일’은 세계 팝 음악계의 순위표라 할 수 있는 미국 빌보드 차트와 영국 음악 차트에서 모두 2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를 무한질주하고 있다.
덕분에 ‘오빠는 강남 스타일’ 이라는 우리 말과 우리 글이 세계 도처에서 쉼없이 들리고, 읽힌다. 유쾌한 일이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제도의 과달카날주(州)와 말라이타주가 한글을 모어(母語) 표기문자로 도입, 한글의 과학성과 우수성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 이들의 한글 표기 채택은 한민족 외의 다른 민족이 한글을 문자로 도입한 것으로는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에 이어 두번째여서 한글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3년 전 한글을 표기문자로 도입한 찌아찌아족 지역에서 한국어 교육기관 세종학당과 한국인 교사가 지난 8월 철수해 한글 보급 활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또 다른 한글 보급 사업이 진행돼 귀추가 주목된다.
한글날 566돌에 접하는 이런 저런 소식들은 여러 생각을 들게 한다. 밖으로는 이처럼 한글의 우수성, 세계화에 대한 찬사와 기대, 안으로는 외래어 남용, 한글 오염에 대한 개탄이 교차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회는 이러한 위기의 한글을 보존하고 전파하기 위한 대책마련 보다는 내년부터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일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자랑스러운 한글 문자를 유산으로 받은 후손으로서 한글을 아끼고 확산시키는데 전념해야 한다. 그런의미에서 본다면 싸이는 큰일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