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7 (목)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창룡문]우리들의 판사님

1913년 미국 뉴욕의 추운 겨울이다. 즉결재판부 판사가 재판정에 들어서 자리에 앉았다. 그에게 맡겨진 사건은 빵을 훔친 노인에 대한 것이었다.

피고인석에 선 노인은 빵을 훔친 경위를 울먹이며 말했다. “제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고파 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습니다.” 노인의 설명이 끝나자 판사는 “처지는 딱하지만 법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그러니 벌금 10달러형에 처합니다”라고 판결했다.

1910년대 10달러는 큰돈이었다. 그런데 방청객들이 술렁이는 순간, 갑자기 판사가 지갑에서 10달러를 꺼내 자기 모자 속에 넣으며 말했다. “이토록 배고픈 사람이 뉴욕의 거리에서 헤매는 동안, 나는 너무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었으니 대신 벌금을 내겠습니다. 또 이 노인은 이곳을 나가면 또다시 빵을 훔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나 같은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이 모자에 돈을 넣어주십시오.”

그는 모자를 돌렸고 그렇게 모금된 47달러50센트는 눈물을 흘리는 노인에게 전달됐다. 벌금이라는 현실과 함께 미래의 범죄를 막고자 하는 현명함이 빛났다.

이 판사는 가난한 이민자 출신인 ‘피올렐로 라 과디아’로 후에 3선(選)의 뉴욕시장으로 국민의 사랑을 흠뻑 받은 실존인물이다.

우리나라에서 판사(判事)는 그냥 판사가 아니라 ‘판사님’이다. 과거 ‘판사님’은 극존칭에 가까운 동경이 담겨 있었으나 요즘은 타파돼야 할 ‘권위주의의 대명사’로 손가락질 받고 있어 안타깝다. 어려운 과정을 통해 선발된 국가 엘리트인 판사들은 엄청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법과 양심’만을 기준으로 “판결을 통해 말한다”는 판사들의 결정에 생사여탈이 결정되고, 한 인간의 인생이 좌우된다. 그런데 이런 권한을 주어도 좋은지 의문이 가는 판사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최근 서울 동부지법의 부장판사가 60대 중반의 할머니에게 심문도중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는 막말을 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앞서 40대 판사는 재판도중 허락 없이 발언한 69세 노인에게 “어디서 버릇없이 툭 튀어나오느냐”고 면박을 준 사건이 아직 뇌리에 맴돌고 있을 때이다. 이런 판사들의 막말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법원행정처의 통계다.

판사임용과 동시에 ‘영감님’으로 불리며 고양된 권위의식이 재판과정에서 노정된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권위는 국민이 부여한다. 따라서 국민을 떠난 판사의 권위가 존재할 수 없다. 법원 스스로 개선하지 않으면, 국민에 의해 개혁될 것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