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지동 주민자치위원장인 표영섭 씨는 ‘마을만들기’ 예찬론자다. 그는 지동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이 시작되면서 주민들 간의 단합이 잘 될 뿐 아니라 우선 사람들이 북적거려서 참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수원시 중심가인 팔달문에서 가까운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밤이나 낮이나 쓸쓸할 정도로 사람의 기척이 없는 동네였다. 기반시설도 없는데다가 주택들도 대부분 낡아 미국의 슬럼가 같은 인상을 줬었는데 마을만들기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매스컴의 관심이 높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침체된 마을 분위기가 활성화됐고 마을 일을 하는 사람들은 물론 주민들의 표정이 밝아졌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그렇다. 마을만들기는 사람이 우선이다. 수원시에서 한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마을만들기 사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놀랍게도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기’가 제일 많았다고 한다. 지금 수원시내 곳곳에서는 마을만들기 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마을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펼쳐지는 이 사업은 마을 골목길 벽화그리기로부터 시작해 마을신문 만들기, 노인 합창단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이 사업들은 마을 공동체 회복을 중요하게 여긴다.
새마을운동과 차별화되는 점이 이것이다. 산업화·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마을 공동체는 해체되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마을만들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이웃 간의 정을 회복하고 공동체를 다시 만들자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국내에는 1990년대를 전후로 도입, 2000년대 들어 확산되어 정부주도의 정책으로 확대되기도 했으며, 많은 지자체에서 성공사례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틀이나 정의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로 지속가능한 지역사회운동으로 정착되기에는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마을특성과 무관한 기존 사례 답습, 사회경제적 프로그램 부족, 예산 및 지원체계 미비, 행정기관의 성과주의 관행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마을만들기 활동은 지역의 고유한 유·무형 자원에 주목하여 지역 주민 주도하에 경제·사회·문화·복지·환경 등 종합적인 삶의 질 향상을 모색하는 주민자치운동이다. 따라서 마을만들기 활성화를 위한 법제화 추진이 필요하다. 중앙 정부인 국무총리실 또는 행정안전부에 마을만들기 전담 부처 지정, 마을만들기 지원 자문단 또는 위원회 구성 등 추진 기반이 구축돼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