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인 12월 2일을 넘겼다. 헌법 제54조 2항은 ‘정부는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을 ‘12월 2일’로 명시한 것이다. 예산안이 확정된 후 정부가 정상적으로 집행준비를 하려면 최소 30일이 소요된다고 한다. 1월 초 즉시 집행하려면 법정 시한 내 예산안이 통과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국회에는 국회의원들이 없다. 시내 곳곳에서 자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가두 선거운동에 내몰리고 있으니 예산안을 심의할 시간이 있을 턱이 없다. 후보마다 앞장서서 정치쇄신을 부르짖고 있다. 이러한 예산안 법정시한을 넘기는 것이 국회의원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항임에도 이를 게을리 하고 있으니 국회의원 스스로 쇄신대상임을 자임하는 꼴이 됐다.
양당의 예결위 간사들끼리 벌이는 ‘입씨름 공방’을 들으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새누리당 간사인 김학용(안성) 의원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새 대통령 예산’ 운운하며 대선 이후 예산안 처리를 언급하던 민주통합당이 갑작스레 대선후보 공통공약 증액 심사를 요구하고 나섰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민주당도 발끈하고 있다.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남양주 갑) 의원 등도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이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공통으로 국민에게 약속한 사업 예산 심사를 거부하면서 정상적 예산안 심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 모두 자당 대선 후보가 공약한 내용을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공약 내용의 일부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예산안 심의와는 별개의 사안을 끼워 넣어 서로 공세의 끈을 늦추지 않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내년 예산안은 서민생활 안정과 일자리 창출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서민과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 침체나 경제 위기로 많은 국민이 고통 받고 있는 시기에는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가 더욱 절실하다. 18대 국회는 4년 내내 법정시한을 어겼다.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면서 19대 국회에는 쇄신의 바람을 기대했지만 기대 밖이다.
결국 국회의 예산안 처리는 19일 대선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 여야는 무엇보다 민생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새해 예산안을 철저하고도 빠르게 처리해주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