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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정향영"‘백합’대신 순우리말 ‘나리’로 불러주세요"

 

시골집 장독대나 마당 한 귀퉁이에서 호랑이 무늬를 연상시키는 꽃잎을 가진 키 크고 검은 점박이 꽃을 아는가. 초여름부터 우리나라 산야에서 유난히도 눈에 띄는, 아름답고 화려한 여름 꽃의 여왕인 ‘나리’다.

나리는 종류도 다양하고 모양 또한 여러 가지다. 앞서 언급한 키 크고 검은 점박이 꽃인 ‘참나리’, 고개를 하늘을 향해 들고 있는 ‘하늘나리’, 시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팔모양의 흰색 ‘나팔나리’, 향기가 진하고 꽃이 얼굴만큼 큰 ‘오리엔탈나리’, 꽃잎 사이에 틈이 벌어졌다고 해서 ‘틈나리’, 트럼펫 모양으로 생겼다고 ‘트럼펫나리’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에는 11종이나 되는 나리가 자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참나리’, 대관령 등 고산지대에서 볼 수 있는 ‘중나리’,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섬말나리’ 등 눈에 띄는 화려함으로 보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는 나리는 우수한 형질이 많아 품종개량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이들 나리의 알뿌리는 예부터 전분이 많아 쪄먹기도 하고 약용으로도 사용하는 등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국내 나리 육종연구는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충청남도농업기술원, 강원도농업기술원,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충청북도농업기술원 등 각 지역 기관에서 품종개발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화훼과에서는 1998년 나리 ‘예지’ 품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77품종을 개발했으며 잎과 줄기가 강하고 국내 환경에 잘 적응하는 다양한 품종을 육성, 보급해 농가소득을 높이고 구근 수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이 나리를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순우리말인 ‘나리’로 불러왔다.

문헌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면 고려시대에는 『견래리화』, 『대각나리』, 조선시대의 동의보감, 산림경제, 제상신편 등에서는 『개나리불휘』라 하였고, 물명고에서 『흰나리』는 향기로운 흰백합, 즉 지금의 당나리를 호칭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백합’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어 어떤 이는 ‘백합’과 ‘나리’를 아예 다른 꽃인 줄 알고 있고, 어떤 이는 우리나라 자생나리는 ‘나리’이고 시중에서 판매하는 수입품종들은 ‘백합’으로 알고 있는데 이 모두가 잘못된 상식이다.

백합은 순우리말인 나리의 한자어이다. 백합(百合)은 한자의 일백 百자와 합칠 合자를 사용해 100개의 인편(鱗片)이 합쳐져서 알뿌리가 됐다는 뜻의 한자표기다. 주로 한자문화권인 한국, 중국, 일본에서 한자로 표기할 때 사용하던 용어로, 오랫동안 3국이 공용어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그 나라 고유어인 유리(コリ)를 현재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용어의 혼동으로 명칭 통일의 필요성이 제기돼 1998년 농촌진흥청 화훼과에서는 다수의 문헌 등을 토대로 전문가들이 모여 검토해 순우리말인 ‘나리’로 통일해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백합’이라는 명칭이 더 익숙하고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랜 시간 사용하던 명칭이라 쉽사리 바꾸긴 힘들겠지만 아직도 화훼공판장이나 화원 등의 관련 업체와 화훼 통계자료 등의 공문서에서 ‘백합’이라는 용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순수하고 소박하게 여겨지는 우리 고유어 ‘나리’라는 용어가 ‘백합’이란 말 뒤에 묻혀 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관련분야 종사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범국민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도 뒤따라야 한다. 그렇다고 ‘백합’이라는 용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가능하면 우리 조상대대로 사용해오던 순우리말인 ‘나리’로 용어를 통일해 사용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우리가 ‘나리’라는 어여쁜 이름을 불러준다면, 천지가 녹색일 때 선명한 붉은색을 띠는 이 꽃은 더욱더 아름다운 자태로 우리에게 보답할 것이다.

내년 초여름, 화려한 나리들이 활짝 꽃망울을 터트릴 날을 기다리며 ‘백합’ 대신 순수 우리말 ‘나리’를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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