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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태안3지구, 정조 개혁의 아이콘으로

 

2007년부터 화성 화산동에서는 역사적인 발굴이 두 차례 이루어졌다. 하나는 2004년부터 3년간 경기문화재연구원 주도로 진행된 정조대왕의 초장지 재실터 발굴이고, 나머지 하나는 2012년 12월에 조선왕릉의 핵심 포인트인 능침부분이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의해 발굴됐다. 이로써 초장지의 면모가 드러났다.

정조대왕은 조선 최대의 비극으로 일컬어지는 임오화변(壬午禍變)의 희생자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현재 서울시립대 뒷산인 배봉산에 자리 잡았던 영우원에서 조선 3대 길지로 알려진 옛 수원부 자리로 옮겨 현륭원(현 융릉)을 조성한 것이다. 그리고 억울하게 희생된 아버지의 영혼을 달래고 능을 보호하기 위한 원찰 용주사와 한국 특유의 풍수지리관인 비보풍수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만년제를 설치하였다.

더불어, 정조대왕의 초장지가 있다. 정조대왕은 살아생전 13차례나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살펴보면서 자신의 능침자리를 직접 낙점하였다. 이는 사도세자 사후 할아버지 영조의 임오화변에 대한 함구령과 동시에 상복을 입을 수 없도록 하였기에, 죽어서나마 유교의 최대 효의 실천방법인 시묘효행을 완성하려는 의도였다. 1800년 정조대왕의 승하 후 신하들은 정조대왕이 직접 낙점한 현재 초장지 자리를 반대하기도 했지만, 죽어서라도 시묘효행을 하겠다는 정조대왕의 결심을 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의 초장지 주변은 습지로 이루어져 있고, 지대가 낮아 왕릉으로 사용되기에 적합하지 않은 땅이다. 이처럼 정조대왕의 초장지는 조선시대 최고의 가치인 효가 유형화 된 공간이다. 개인적인 효의 실천을 가지고 국가의 공적인 가치로 발현시킨 문화군주 정조대왕의 면모가 면면히 드러나는 상징적 유적인 것이다.

이러한 정조대왕의 효행정신을 기리고 창조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모임이 요즘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조대왕의 꿈, 미완의 개혁을 21세기에 되살리려는 것이다. 개인적인 효행정신을 국가의 공적인 가치로 전환시킨 정조대왕의 정신을 현대에 보급하려는 것이다. 과거 정조대왕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 정조대왕기념사업회, 경기문화연대,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 용주사, 한신대학교 등 단체와 영조-정조대왕대 명신의 후예와 학자, 종교인들 및 많은 시민이 힘을 합친 것이다. 일부 몰지각한 개발행위와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배제된 아파트 공사를 2007년부터 현재까지 8년간 적극적으로 반대해 오면서 환경·시민·사회·문화·예술 각계각층의 사람들로 새롭게 구성된 것이다.

정조대왕 초장지 및 재실유적은 현재 우리사회가 지키고 아껴야할 가치가 유적의 형태를 빌린 소중한 정신이다. 그리고 태안(3)지구의 개발과 중단, 개발저지 운동은 우리시대의 청사진이다. 200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조선왕릉 40기의 일괄지정을 담당했던 유네스코 위원들은 ‘신들의 정원’이라고 극찬했다 한다. 국내외에서 그 정신문화의 우월성을 인정받은 조선왕릉의 대표인 융릉과 건릉, 그리고 초장지는 정조대왕의 못 다한 개혁과 효의 정신을 오롯이 품고 오늘도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우리시대의 개혁은 다른 것이 아니다. 옛것을 통해 참신함을 생산해 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훌륭한 정신문화는 오늘날 아파트 건설이라는 무차별적인 개발논리와 지역이기주의적인 이권다툼 속에서 병들어가고 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이때, 우리의 새로운 물결은 어떤 것인지,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이제 국가는 정조대왕 초장지를 비롯한 연계유적 용주사-만년제-독산성에 대한 역사문화지구의 조속한 지정과 더불어 이곳 유적들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창조적인 문화정책의 아이콘으로 설정하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사업의 선례로 선용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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