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끝나가면서 나날이 차량이 늘고 있다. 교통 정체로 발목 묶인 운전자들의 눈과 귀는 흔히 ‘손 안의 TV’라 불리는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수신장치에 쏠린다.
DMB는 공간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보급대수가 1천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이 첨단 정보기술은 교통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음주운전 이상으로 치명적인 교통사고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작년 대형화물차 운전자가 DMB를 시청하다가 사이클 선수들을 덮쳐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선수들 뒤쪽의 안전 유도 차량을 추돌하고도 100여m를 더 달려 선수들을 덮쳤다면 운전자가 얼마나 DMB 시청에 몰입해 있었는지 상상이 된다. 실제로 DMB를 보면서 운전하다가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제동하는 시간은 약 1.47초가 더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끔 택시를 이용하다 보면, 대부분 DMB를 켜놓고 있다. 운전에 위험하니 끄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당부에 대개 운전기사들은 “승객을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이니 걱정 마시라”며 오히려 본인의 서비스 정신을 스스로 뿌듯해 하는 듯하다. 그러나 어느새 DMB에 고정된 운전자의 시선을 발견하는 순간, 불안한 마음을 누르기 힘들다.
교통안전국 선진국에서는 DMB 시청이나 내비게이션 조작 등 안전운전을 방해할 수 있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4년부터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 등 화상장치에 표시된 화상을 주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6천엔의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14일부터 ‘운전 중에 영상표시장치를 표시하거나 조작’하면 자전거 3만원, 이륜 4만원, 승용(4t 이하 화물) 6만원, 승합(4t 초과 화물) 7만원 범칙금과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더 이상 DMB를 ‘눈으로 마신 술’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운전 중 DMB 시청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음을 명심하고 그 유혹에서 벗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