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은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질풍노도’의 시기입니다. 대학시절은 한 사람이 지적 능력과 도덕적 소양을 갖추고,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때입니다. 대학은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활용할 줄 아는 능력, 용기 있고 상상력이 넘치는 사고방식, 소통과 공동체적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태도, 위험을 감수하고 개척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고등학교까지의 공부가 대부분 입시와 진학을 위한 것이었다면, 대학교에서는 ‘큰 공부’, 다시 말해 ‘살아남는 법’과 ‘사는 법’을 함께 배우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우정을 나누고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만남이 기쁨만이 아니라 때로는 상처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처를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여러분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스스로 결단하고 책임지는 성숙한 인격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새로운 선생님들과 새로운 학문의 세계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대학에서 여러분은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 만이 아니라,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다시 묻게 될 것입니다. 전공공부는 여러분의 살아남는 능력을, 인문학적 교양공부는 여러분에게 인간으로서 마땅히 살아야 할 길로 인도할 것입니다.
모든 학문은 근원에 대한 탐구이고 앎입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질문과 대결하는 동안, 이 질문과 대결하는 만큼 여러분은 성숙해질 것입니다. 대학생활은 유예된 청춘이 아닙니다. 물론 여러분은 ‘이미’와 ‘아직’ 사이에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동시대와 미래에 대한 책임과 참여마저 유예된 것은 아닙니다. 강대국들의 틈새에서 정전 상태로 분단된 한반도는 물론, 세계와 인류가 직면한 현실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세계 시민이 된다는 것은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필요한 것은 서두르지 않고 쉬지도 않으면서 한 길을 가는 것입니다.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괴테의 시가 있습니다. “서두르지도 말고 쉬지도 마오/이 말씀을 가슴에 깊이 지니고/비바람 속에서도 꽃피는 길에서도/한결같이 한 생을 살아 보구려//서두르지 말아요/이 한 말씀을 마음을 바로잡는 고삐로 삼아 깊은 사려 올바른 판단으로 한번만 결심이 끝난 다음엔/온 힘을 기울여 앞으로 나아보오/먼 훗날 뉘우침이 없게 걸어가 보오//쉬지 말아요/세월이 강물처럼 흘러가요/반짝이는 인생이 덧없이 가기 전에/영원히 길이 남을 보람 있는 업적을/이 세상 유물로 남겨놓구려//서두르지도 말고 쉬지도 마오/운명의 폭풍우에 꾸준히 견디면서/나침반처럼 한결같이 의무에만 살고/무엇에도 굽히잖고 정의에만 살아보오/투쟁의 모든 날이 지나간 훗날에/역사 위에 찬란하게/그대의 면류관이 빛나리라”
나침반은 오직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나침반이 비록 흔들리기는 하지만 결코 방향을 잃지 않는 것처럼, 오직 한 길을 서두르지도 말고 쉬지도 않으면서 가는 사람도 언제나 흔들리는 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 자신을 믿으십시오. 여러분이 자신을 사랑하면 다른 사람들도 여러분을 사랑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스스로를 존중하면 세상도 여러분을 존중할 것입니다.
대학생활을 막 시작한 신입생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축하와 격려를 드립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여러분과 함께 대학생활을 시작해야 했지만, 대학생활에 대한 부푼 꿈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유명을 달리한 부산 외국어 대학교 학생들과 위로받을 길 없는 절망 속에 빠진 학부모님들을 함께 기억하고 그들의 명복과 상처의 치유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