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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재구성되는 저녁

 

재구성되는 저녁

                                                    /이정란

기다렸다는 듯

새들이 공기 알갱이 속에서 새어 나와

날개를 찾아 단다

부스러진 햇살 조각들은

일찍 문 닫은 갤러리 유리문 앞에서

없는 귓바퀴를 만지고 있다



나는 직립을 버리고

그림자를 뒤적인다, 달의 생각이

명료해질 때까지



방금 뒤집힌 모래시계 안에서

사막이 깊어지고 있다

사막은 이 저녁에 닿기 위해 건너야 했던

나와 당신

그 속으로 손을 찔러 넣으면 따뜻하고 말랑한

심장이 만져진다

-이정란 시집 ‘눈사람 라라’ / 천년의 시작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부터 인간은 바쁘고 불안한 시간을 갖게 되었는지 모른다. 어스름과 함께 시작되는 저녁은 직립을 버리는 시간이다. 햇빛 아래 고단했던 직립의 몸들을 수평으로 누이는 저녁은 느리고 차분하게 온다. 종일 따라 다닌 자신의 그림자 속에 파묻히는 느낌으로, 바쁜 하루를 되짚어가는 반추의 시간으로 저녁은 우리를 안내한다. 이 명료한 저녁에 닿기 위해 나와 당신이라는 지리멸렬한 사막을 건너왔다. 직립을 버리면 아직 따뜻하고 말랑한 자신의 심장이 만져진다.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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