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제 꿈은 아버지처럼 멋있고 늠름한 경찰관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는 과정은 그렇게 순탄치 않았습니다. 제가 13살이 되던 해, 어느 날 아버지께서는 한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음주운전을 하셨고, 아버지가 운전하던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에서 오던 승합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 사고로 어머니께서는 삶을 달리 하셨습니다.
그 사고 후, 아버지는 머리를 크게 다치셔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지만 주변 경찰 동료 분들의 도움으로 계속해서 경찰관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그토록 동경하던 경찰관이 되었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교통외근 부서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교통사고로 인하여 큰 아픔을 겪어본 저에게 가장 적합한 부서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교통사고로 무고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한 가정의 행복을 제가 지켜낸다고 생각하면, 무덥고 벌레가 득실거리는 여름철도, 폭우로 인해 우비를 뚫고 젖어든 빗물에 속옷까지 젖으며 고생하는 장마철도, 코끝 찡하고 매서운 추위로 발끝의 감각이 무뎌지는 겨울마저도 저에게는 모두 행복으로 느껴집니다.
저희 교통경찰관들은 ‘교통으로 인한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의 위험 방지와 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하여 별다른 안전장치조차 없이 흰 장갑과 호루라기, 그리고 붉은색 불봉에 목숨을 맡긴 채 오늘 하루도 묵묵히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난폭운전 및 음주운전 등으로 인한 위험한 단속 현장 속에서 올바른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교통경찰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이제부터는 보행자 그리고 운전자 분들께서도 교통 법규를 잘 지켜주시고 길에서 근무 중인 교통경찰관을 보시면 “고생하십니다”, “수고하십니다”라는 따듯한 말 한마디 해주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