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8장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대목이 있다. 그 뜻은 최상의 선은 물과 같은 것이다. 물이라는 것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긍정적인 면을 볼 때에 최상의 선과 같다는 것이다. 물이 없다면 지구상의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으니 이것보다 더 소중하고 귀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가히 약하고 미미한 존재 같지만 위대한 과업을 완수하는 것과 같다.
물이라고 하는 것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항상 가장 낮은 곳을 향하는 게 본질이다. 노자가 논하는 바에 따르자면, 만백성을 통치하는 입장이 추구해야할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묘사하고 있다. 노자는 이것을 통치자가 지녀야 할 도덕이라고 칭하였다. 어느덧 세월이 지나 통치자의 개념은 희미해졌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그 의미가 청렴(淸廉)으로 기울었다.
과거에도 청렴은 존재했다. 조선의 대 실학자인 정약용의 ‘목민심서(木民心書)’, ‘경세유표(經世遺表)’ 등에서 청렴에 관한 내용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청렴은 본질 자체는 다르지 않으나 도달하는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청렴은 투명성 제고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시행되고 있는 정부3.0과 공공기관의 대국민 문서공개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과거의 도덕이 현재에 이르러서는 체계화된 법이라는 수단을 통하여 수호되고 있는 반면, 도덕에 어느 정도 강제력이 부여되면서 집행력 혹은 추진력이 생겼다는 점은 도덕의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즉 오늘날 공무원의 존재 의미는 도덕, 즉 청렴 집행이 주된 업무인 것이다.
흐르는 물을 보고 있노라면 거침이 없다. 바위가 있다면 그 양쪽으로 비켜 흘러가며, 자신의 위에 나뭇잎이 올라탄다면 아무 말 없이 잎을 떠안고 흘러내려간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순리에 따르는 저 맑은 청수(淸水)처럼 공직자 역시 가슴속에 청수를 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