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껌을 좋아한다. 아주 가끔은 껌을 뱉기가 아까워서 잠을 미룰 때도 있다. 처음 껌을 입 안에 넣었을 때의 단맛보다는 씹을수록 질겨지는 그 느낌이 좋다. 치아와 치아 사이의 자극이 좋고 껌을 씹을 때 나는 소리가 좋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가만히 있으면 입이 심심할까봐 껌을 씹기도 하고 껌을 씹으면 뭔가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 들어 좋다. 껌을 동그랗게 모아 풍선을 불면 푹 터지면서 빠지는 바람 소리를 즐기기도 한다.
껌을 즐기면서도 껌 때문에 마음이 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시내버스에서 생긴 일이다. 내 앞좌석에 앉은 여성이 일어서면서 순간 비명을 질렀다. 여성의 엉덩이에 껌이 달라붙은 것이다. 누군가가 씹던 껌을 의자에 버렸고 여성은 그것을 모르고 앉은 것이다.
실수인지 의도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성의 움직임을 따라 껌은 늘어났고 황당해하는 그녀를 보면서 참으로 민망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치마의 뒷자락을 움켜쥐고 황급히 버스에서 내리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씁쓸했다.
물론 누군가 일부러 그런 장난을 했을 거라는 생각은 않지만 거리에 혹은 공공장소에 껌이 눌러붙어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길을 가다 껌이 신발에 눌어붙어 곤란을 겪은 경험이 간혹 있듯 씹던 껌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버리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만 언젠가 본인이 피해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다 애완견이 실례해도 모르는 척 지나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애완견의 엉덩이만 닦아주고 배설물은 그냥 버리고 가는 얌체족을 볼 때는 떠난 자리에 대고 좋지 않은 말을 하게 된다.
기초질서는 말 그대로 가장 기본이 되는 질서이다. 누가 강요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선진시민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의무이다. 무단횡단을 한다거나 신호를 어긴다거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내가 조금 편하자고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면 반드시 다른 사람 손이 가야하고 누군가는 그만큼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며칠 전 백화점에서 유모차를 끌고 두 여성이 승강기에 올랐다. 주말이라 승강기 안이 복잡했다. 유모차를 두 대 싣기에는 공간이 부족했지만 동승을 하는 과정에서 안쪽에 있던 외국인이 승강기 버튼 쪽으로 가더니 유모차를 안전하게 태울 때까지 승강기 문이 닫히지 않도록 잡아주었다. 지하에서 두 여인이 다시 내릴 때 또한 먼저 내리지 않고 승강기 문이 닫히지 않도록 잡아주는 과정에서 한 여인과 외국인이 살짝 마찰이 있었는데 외국인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데 그 여성은 힐끔 한번 쳐다보고는 그대로 사라지는 모습이 부끄러워 대신 사과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문화시민이 되려면 우리의 의식부터 선진화 되어야 한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면서 마음이 꺼려지거나 눈치가 보인다면 그것은 분명 해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껌을 소리 내어 씹으면 왠지 불량해보이고 노는 여자 같다는 말에 한바탕 웃었지만 준비된 기초질서가 우리 사회를 밝게 만들고 주변과 이웃을 행복하게 한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안견문학상 대상 ▲시집-자작나무에게 묻는다 외 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