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멍
/김수목
누군가의 평생을 베끼고 싶은 날에
무심코 본 나의 온몸이 멍투성이네
푸르딩딩한 저 멍들의 기원부터 따져보아야겠네
처음에는 내 바깥의 불가피한 타격이었을 것이고
다음에는 내 내부의 치열한 호응이 있었겠네
살갗 아래에 살이 지그시 눌리고
실핏줄의 핏줄기가 돌기를 그만둔 곳
눈에 꼭 보이도록
누르면 반드시 아프도록
모든 아픔에 초감각적으로 맞서주는 내 살이 지겨워지네
이 말은 내 몸이 듣지 않게 침묵으로 속삭이네
- 시집 ‘슬픔계량사전’에서
우리는 외부로부터 끊임없는 충격을 받는다. 커다란 충격 말고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작은 충격은 셀 수 없이 많다. 어쩌면 우리는 외부로부터의 충격이 없이는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수많은 충격에 우리 몸은 적절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몸을 방어한다. 우리 몸에 생기는 멍자욱도 그 중 하나이다. 반응의 흔적이다. 우리는 외부의 충격에 적절하게 반응하면서 우리의 몸을 본능적으로 지키고 있다. 반응하며, 아픈 충격은 가능한 한 피하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켜 가는 것이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