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꽃
/윤은영
어제부터 어깨 좁은 손님이
하나 둘씩 들었다
가진 것 조금씩 내놓아 계를 연다
번갈아 한 분씩 목돈이 닿는지
하얀 손님들이 내려온다
멀리까지 마실 다녀 온 우리 할머니
속곳에도 길쭉한 주머니가 달렸다
개평 뗄 동전들이 조금 있다가
통통히 여물겠다
얼굴이 함께 붉어진다
회고의 깊은 시간은 늘 새롭다 못해 애처롭다. 저무는 길녘에서 누군가 그리움이란 상념이 올 때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도 또는 기억의 재생 창고를 두들겨 문을 연다. 따스한 손 할머님의 삶, 그 곡진한 삶의 고난들이 가난으로 온다. 이렇게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에도 할머니의 속곳은 늘 화수분 같았다. 손을 내밀 때마다 끊임없이 나오던 할머니의 요술주머니. 그러나 실상 텅 비어 있는 주머니의 실체를 깨달았을 때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간 뒤였다. 할머니의 사랑을 추억하는 시인의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져 온다. 오늘은 우리들의 할머님에게 전화를 걸자.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