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 하나하나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방송에서는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과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탄핵 법정에서의 양측 변호사들 사이 법적공방도 치열하다. 한편 최순실 등 먼저 기소되어 재판받고 있는 형사사건과 특별검사의 수사 과정에서 추가 기소된 내용이 마구 혼합되어 보도되는 관계로 가끔 이게 어떤 내용인지 어리둥절할 때도 있다.
탄핵사건은 현 박근혜 대통령 한 명 개인에 국한된 내용이므로 단순하게 보면 싶게 이해할 수도 있다. 어느 법 몇 조에 위반되고 어떤 어떠한 죄가 성립되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과연 파면, 해임 정도의 중대한 업무상 잘못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된다.
현재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여론은 극도로 양분되어 있다. 그리고 마치 사생결단의 자세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강력한 여론전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의 카카오톡에까지 이러한 주장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을 정도이니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에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는 정말 예상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대한 변호사협회에서 변호사들을 상대로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자는 서명운동까지 진행하게 되었을까.
변호사 경력 30년 차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법원이나 검찰의 결론에 대해 도저히 승복하지 못할 사례도 많이 겪어 보았다. 이러한 경우 그 사건 이의절차에서 그 부당성을 따질 기회가 있는데 헌법재판소 사건은 한 번으로 끝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돈된 법적 논리로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복하기보다는 다소 감정적인 분위기로 헌법재판소의 최근 판단을 환영하거나 비판하게 되는 상황이 우려된다.
이 시점에서 강조하고 싶은 바는 재판제도는 국가와 시민사회를 지탱하는 골격으로써 그 어떤 명분으로도 그 권위와 가치를 격하시켜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견해와 주장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만 조심하고 자제해야 할 최소한도의 기준이 있다. 대통령이나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정책 결정이나 입법은 정치적인 내용으로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고 맘만 먹으면 변경할 수도 있지만 헌재 결정은 말 그대로 재판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법치주의와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많은 대가를 치렀다.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보장이나 재판에 있어서 변론권 보장에 큰 진전을 이루었고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이번 헌재의 재판 과정에서 이와 같은 가치가 훼손되는 사례가 발생했고 헌재 결정 이후 이를 불복하는 과정에서 법치주의나 재판제도에 관한 기본 틀이 훼손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도 중대한 문제가 된다.
이제 하루만 지나면 모두가 궁금해 하는 대통령 탄핵의 인용, 기각 여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통령선거 일정을 비롯하여 향후 정국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의 찬성 또는 반대 세력을 자신의 편으로 흡수하려는 또 다른 과정이 진행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결과가 어떠하던 새로운 정치적 쟁점이 되고 이합집산의 과정에서 헌재의 결정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승복이냐 불복이냐 하는 문제도 심각하지만 이를 이용한 편 가르기가 지역감정 이상의 또 다른 후유증으로 지극히 염려된다. 탄핵결과가 나오면 그 뜻을 존중하고 우리 모두가 자신을 돌아보며 양심의 소리를 듣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사실 어떻게 보면 승복이냐 불복이냐를 논하는 거 자체가 심히 우려된다.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떠나 대통령이 가져야 할 리더십의 바람직한 모범을 정립해야 한다.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한 편가르기가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세대 간의 갈등이나 종교 문제로까지 확대되어서도 안된다. 이번 WBC에서 한국 야구팀이 매우 고전하고 있다. 팀플레이가 살아나야 한다. 기회를 살려야 하고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 이번 현재 탄핵 결정 이후의 대처 방법이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