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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경영]에너지 패권의 변화

 

 

 

 

 

1960년 9월, 중동 산유국들이 중심이 되어 석유수출국기구인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결성하면서 자원과 민족주의가 결합된 자원민족주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석유자원의 통제와 관리를 통해 세계 정치와 경제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왜냐하면 석유는 여전히 에너지원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동차 연료의 소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석유를 기초로 한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다. 플라스틱 제품, 석유화학 섬유인 나일론, 도로 아스팔트, 의류 및 화장품까지 다양한 일상의 근본에는 석유가 있다.

석유는 세계 각국의 기본적인 에너지 공급 수단이다. 따라서 전략적 자원인 석유를 둘러싼 다툼과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1970년대 발생한 석유파동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1973년 4차 중동전쟁이 석유전쟁으로 번졌다. 시리아와 이집트를 지원하는 중동 산유국들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며 지원에 나섰다.

그러자 산유국들은 원유 수출가 70% 인상, 생산 감축, 이스라엘 지원 국가들에 대한 석유 수출금지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석유라는 자원이 국제정치적인 무기가 된 첫 사례였다. 결국 국제 유가가 폭등하면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심각한 에너지 위기 사태를 겪게 된다.

이후 에너지 안보는 미국 외교안보의 우선 목표였다. 미국은 이때부터 원유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세계 경찰 역할을 더 강화했다. 산유국 집결지역인 중동의 안정을 유지하고, 지역 분쟁에 따른 원유 공급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외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 동안 산유국들은 OPEC을 통해 석유의 전략적 무기화에 앞장서 왔다. 원유가의 계속적인 상승을 도모하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켰다. 그러나 이제 전 세계 에너지 산업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 셰일 혁명(Shale Revolution)이 있다.

미국은 2010년대 이후 셰일오일과 셰일가스 양산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데, 마침내 2018년에는 원유 생산량이 하루 1천531만 배럴을 기록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1천228만 배럴)와 러시아(1천143만 배럴)를 따돌리고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등극하게 된다.

이로써 미국은 세계 에너지 시장을 주무를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미국의 셰일업체들이 중동의 산유국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검은 황금’ 석유를 둘러싼 미국, 사우디, 러시아 간 에너지 패권 전쟁은 주요 산유국 간 ‘치킨 게임’으로 번져나갔다.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저유가 정책을 통해 미국의 셰일업체들을 견제하려고 했었지만,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구조조정을 거친 끝에 이들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셰일은 지하 3천m 지역의 암반층에서 뽑아낸다. 이 돌덩이 곳곳에 원유와 가스가 잘게 흩어져 있는데, 이를 셰일오일, 셰일가스라고 부른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수천m를 파고 내려간 뒤 90도를 꺾어 다시 수천m의 수평 시추공을 박고, 여기에 모래·화학품을 섞은 고압의 물을 쏘아 바위를 깨는 셰일 생산의 혁신을 이뤄냈다.

특히 미국의 세계 최대 셰일오일 생산지인 퍼미안 분지에 매장된 셰일오일은 600억~700억 배럴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매장량(750억 배럴)을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와르 유전에 버금가는 규모다. 시장 가치로는 3조3천억 달러(약 3천897조3천억 원)에 달한다.

셰일자원의 등장으로 기존의 에너지 시장질서가 흔들리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원유를 무기로 국제사회에서 군림했던 OPEC의 위상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에너지시장의 주도권은 앞으로 OPEC이 아니라, 최대 산유국인 미국과 사우디, 러시아 3국이 쥘 전망이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개발과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인해 OPEC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중동이 기침하면 국제 유가가 폭등하며 세계 경제가 감기에 걸리던 시대가 막을 내렸음을 의미한다.

에너지 판도의 대전환은 세계 정치·경제의 틀을 새로 구성할 주요한 디딤돌이다. 세계 에너지 지형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는 지금, 강대국 간의 구도에서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가. 과연 우리가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맞이하여 어떠한 준비와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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