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윤종준의 경기여지승람(京畿​​​​​​​輿地勝覽)] 1. 숯 굽던 마을 숯골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사람이 살아생전 훌륭한 일을 해 후세에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뜻의 속담이다. 이 말에는 사람은 개인의 이름 뿐 아니라 다양한 삶의 흔적을 남긴다는 의미도 있다. 사람이 남긴 흔적은 기록물처럼 오랜 세월 후에도 선명하게 그 당시를 설명해주는데, 그릇이나 집터, 의류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삶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고, 이름은 그 자체를 설명하기도, 역사를 말하기도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땅도 마찬가지다. 지명(地名)을 통해 지형이나 역사, 전설 등을 알 수 있는 이유다. 

 

이에 본보는 ‘광주대단지사건(8·10 성남민권운동)’ 5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최초의 계획도시인 성남시를 살펴보고자 윤종준 성남문화원 부설 성남학연구소 상임위원과 함께 "경기여지승람(京畿輿地勝覽)"을 기획했다.

 

 

▲숯 굽던 마을 숯골(炭洞, 炭里)

성남의 원도심지 일대는 고려 때부터 숯골이라 불리어 왔고, 조선시대에는 경기도 광주군 세촌면 지역으로 숯골 또는 탄동(炭洞) 혹은 탄리(炭里)라고 표기했다.

 

지금의 수정구 일대에는 당시 숯골, 독정이, 남씨편, 음촌건너말, 새터말 등의 자연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 중 숯골은 탄리, 탄동, 태평동·신흥동 등으로 행정구역이 변화해 왔다.


성남의 숯골 지명으로 가장 오래된 문헌기록은 고려 말의 이달충(李達衷, 1309~1385)이 탄동에 새로 집을 짓고 살게 되면서 지은 ‘탄동신거(炭洞新居)’라는 시인데, 제목 설명에 “숯골은 광주 남문 밖 10리에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시에서 자연을 벗하며 술도 마시고 물고기도 잡아 먹으며 늙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숯골에는 세종의 일곱째 왕자인 평원대군과 그의 봉사손으로 입적된 제안대군 그리고 선조의 아들인 영창대군, 현종의 두 딸 명선과 명혜 공주의 묘 등 많은 문화유적이 있었던 곳이다.
두 공주의 묘는 1936년 일본이 고양의 서3릉 구역으로 이장했으며 왕자들의 묘는 성남시가 만들어지던 광주대단지사업 때에 모두 다른 곳으로 이장되었다. 성남 봉국사(奉國寺)는 천연두에 걸려 3개월 사이에 죽은 명선·명혜 공주의 원찰이다.


성남 지역이 숯을 굽던 곳이었음을 보여주는 문헌 기록은 많다.
김종직(1431~1492)은 ‘마천에서 본 것을 기록한다’는 제목의 시에서 “숯을 굽느라 골짝엔 연기가 나네”라고 읊었고, 병자호란 후에는 전시에 대비해 남한산성 성벽 둘레 94곳에 숯을 2만4192석을 매립했다고 한다.


경기도 일대에는 광주시 탄벌리(숯가마골), 화성 동탄, 고양과 파주 탄현 등 숯과 관련된 지명이 여럿 있으며, 용인에서 성남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탄천도 숯내의 한자 표기이다.


조선일보 1927년 4월 9일 지방소개에는 경기도 광주의 땔나무와 숯은 경성과 고양으로 수출되어 농작물 수입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도 소개됐다.


숯은 다양한 쓰임새를 갖고 있는데, 옛날에는 질병치료를 위해 부적을 태워 물에 타 마시거나 숯을 갈아 마시기도 했다. 왕릉을 조성하는 데에도 사용 되었고, 집터 다지는 데에도 사용됐다. 신라의 도성 안에는 숯으로 취사를 해 연기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숯은 공기를 정화시켜 주기도 하고 습도조절 기능도 있다. 옛날 사람들은 숯이 잡귀를 막아 준다고 믿었기 때문에 장을 담그고 장맛을 제대로 들이기 위해 항아리에 금줄을 두르거나 아기가 태어나면 대문에 금줄을 쳤는데 여기에 숯이 사용되었다. 수서의 율현에서 성남의 율동까지는 숯을 굽기에 가장 좋은 참나무가 많았던 고장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