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둥 일부가 파손되고 인근 지반이 내려앉은 일산 동구 마두동 7층 건물 등 최근 5년간 고양시에서 지반침하(땅꺼짐) 사고가 23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땅꺼짐 현상은 고양시 외에도 개발된 지 20~30년이 지난 1‧2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는 노후화된 상‧하수도 등 지하 인프라와 대규모 지하 굴착공사에 따른 지하수위 변형이 꼽히고 있다.
9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1992년 개발된 일산 신도시는 당시 한강 하류의 농경지를 메워 아파트 등을 건설했다. 때문에 계속되는 땅꺼짐 현상은 연약한 지반 위에 무계획적인 건축물을 건설해 지반 변형을 불러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최근 5년간 경기도 내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는 209건이다.
땅꺼짐 현상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부천시로 총 66건이 발생했다. 원인은 상‧하수관 손상(27건), 되메우기 불량(26건), 기타매설물 손상(5건), 굴착공사 부실(1건) 등으로 나타났다.
고양시에서는 23건이 발생했는데 상‧하수관 손상(17건), 굴착공사 부실(1건) 등의 순이었다. 최근 땅꺼짐 현상이 발생한 일산 동구는 진흙층을 복토해 신도시로 조성한 지역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가 한강변에 둑을 쌓아 개활지로 만들어 농경지로 활용한 곳이기도 하다.
조성된 지 30년이 된 일산 신도시는 지하에 매설된 기반 시설인 상‧하수관 노후화로 누수가 발생, 모래층이 쓸려나가 땅꺼짐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간한 ‘지반함몰 발생 원인과 기술 및 정책적 대응 방향’ 연구에 따르면 도심에서 발생한 지반침하는 ▲상・하수관 노후화에 따른 파손 및 부실이음 ▲대규모 굴착 공사에 따른 지하수위 변형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도심의 지하매설물 중 상‧하수관 노후화로 접합부에 발생한 틈으로 흘러나오는 물로 인해 지하매설물 주변 다짐도를 연약화 시키고, 토사가 유실돼 주변에 빈 공간이 발생, 흐르는 물로 인해 공간의 부피가 확장돼 지반침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지하 구조물 시공 시 대규모 굴착 공사 중 막대한 지하수가 나오는데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공사현장 칸막이에 누수가 발생해도 모래층이 쓸려나가 땅꺼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성진 한국토질‧기초기술사 회장은 “일산 신도시와 백석동 인근은 옛날 하천을 매립해 만든 신도시라서 지반침하가 빈번할 수밖에 없는 연약 지반”이라며 “압력을 받았을 때 지반이 약해지면 파열이 생겨 지하수 침투가 가능해질 수 있고, 이럴 경우 상하수도관 자체 결함이나 지반침하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약지반 구간은 지하수 침투가 되지 않도록 적절한 공법을 통해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30여년 전 개발된 일산과 분당 등 1기 신도시에서는 비슷한 사고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